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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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87

 

생인손을 앓으며

 

박지수

 

오른손 검지에 생인손을 앓았다. 손가락이 어디에 찔렸던가? 손톱 옆 거스러미를 뜯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 요리를 많이 하다 보니 생선 가시나 해물을 다듬다가 상처가 났겠지 짐작만 할 뿐이다. 생인손을 앓아 본 기억은 없다. 이게 뭔가 싶어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생인손은 손톱이나 발톱의 조갑 주위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의미한다. 보통 생체 면역력이 약해져서 외부 균에 감염이 잘 되는 상태이거나 혹은 손톱 옆 거스러미를 뜯었을 때 오염이 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오른손이고, 검지다 보니 특히 요리하는 게 힘들었다. 더욱이 지금은 수련원 역사를 하고 있기에 더 힘들었다. 매일 삼시 세끼 밥과 참을 해내야 하는 데 손가락이 아프니까 난감하였다. 세끼를 다 사 먹을 형편도 안 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주변에 사 먹을 곳도 없어서 차로 이동해서 가야 한다. 여러 가지로 곤란하고 어려웠다. 칼질을 하면 통증이 심하여 아얏, 아얏!” 하면서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젓가락질도 하지 못하니 포크로 먹어야 했다. 그리고 컴퓨터나 휴대폰을 사용해서 해야 하는 일들도 많은데 이런 일들도 지지부진하게 되어 여러 가지로 불편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벌겋게 퉁퉁 부은 손가락을 보면서 기겁을 했다. 엄청 아프겠다며 병원에 가라고 난리다. “병원 가서 하루 이틀 치료하면 나을 텐데, 생고생을 한다!”면서 병원에 끌고 갈 기세였다. 하지만 나는 전혀 생각이 달랐다.

 

친필에는

이 세상에 질병이란 없는 것이니 몸의 장애 모두 생각해 보라 2-23

어떤 것이든 질병이란 전혀 없다 마음 잘못 쓴 길이 있으므로 3-95

이길은 인색 탐 편애 욕심과 교만 이것이 티끌이야 3-96

티끌만 깨끗하게 털어 버리면 다음에는 진기한 구제할 거야 3-98

생각하라 질병이란 전혀 없다 신의 길잡이 훈계인 거야 3-138

조그마한 눈병도 부스럼도 신경증도 아픔도 신의 인도야 3-139

각자의 마음은 몸을 통해 무슨 일이든 명백히 모두 나타낼 테야.12-171

이것을 보게 되면 어떤 자도 진실로 가슴속의 청소가 저절로 되는 거야 12-172

 

지도말씀에도

병이란 전혀 없는 거야. 모두 각자의 마음이 나타나는 거야. (1887.9.5)

각자는 차물임을 안다. 차물임을 알아도, 차물의 리가 자유자재라는 걸 모르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차물인 몸에 조금 표시가 나타나면 진실로 단노하도록.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신의 뜻을 저버리게 되는 거야. (1887.10.12)

 

어버이신님은 질병이란 없다. 마음 잘못 쓴 길이 있으므로, 그 마음을 바로 고치면 질병이란 없는 것이라고 하신다. 그러므로 질병이란 마음을 바꾸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며 가장 근본적이고, 정확한 치료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치료인 자신의 마음을 반성 참회하고, 티끌을 터는 일은 하지 않고, 병원 치료에 의지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수훈을 받으며, 마음의 티끌을 털면 질병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니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런 친필과 지도말씀을 읽으며 어버이신님의 뜻을 깨달으려고 노력한다. 어버이신님께서 몸에 표시를 나타내 주셨다는 것은 뭔가 내 마음에 틀린 바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청소하라는 편지이다. 최근에 자신이 썼던 마음씨를 차근차근 되짚어서 생각해 본다.

또한 수훈을 받으며 무슨 가르침인가 듣는다.

수훈을 전하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단노, 모든 것에서 배우고 깨닫는 감사를 찾아라.”고 했다. 한편, “염증이 생긴다, 통증이 있다는 것은 마음에 원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그것을 털어버리도록.” 그리고 퉁퉁 부어오른 손가락의 모습도 역시 분노의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니 화내는 마음을 버리고, 평정심을 찾아라.”고 했다.

 

한편, 몇몇 분이 민간요법을 가르쳐 주었다. 간장을 데워서 거기에다 손가락을 지지면 빨리 낫는다고 권하였다. 뜨거운 장물에다 손가락을 넣으니 많이 따갑다. ‘~. 이래서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나왔구나.’ 그 말이 생긴 유래를 생각하며 감탄하였다.ㅋㅋㅋ

, 뜸을 잘 아는 지인이 와서 침도, 쑥뜸도 놓아 주었다. , 뜸도 손가락 끝, 예민한 곳이라서 소리가 나도록 고통스러웠다. 그러면서 생인손이란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것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몸도 마음도 힘들어져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뭐 그렇게 아픈 정도로 스트레스 받은 일이 없었는데....’ 하다가 문득 최근 몹시 충격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며칠 전 겪었던 일인데 그 순간에 충격, 배신감, 놀라움, 뒤통수를 맞은 기분과 암담함과 좌절과 실망에 몹시도 힘들었다. 불과 서너 시간이었지만 강렬하게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잘 받아들여서 단노하고 넘겼기에 내 마음에서는 그 일을 거의 잊어버렸다. 하지만 몸은 그 순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냈다.

'그랬구나. 그래, 몹시 힘들었지! 너무 힘들어서 기원드리면서 마구 눈물이 흘렀지. 그래, 그래. 무척 애썼다. 그래도 잘 견디어냈다. 수고했어. 그렇게 넘어갔지만 스트레스 받은 고통이 다 해결되지 않았구나. 그래, 그래... 토닥토닥....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그랬을 거야. 아니, 다른 사람이면 그렇게 못 넘어갔을 거야. 참 잘했어. 단노해서 잘 넘겨서 훌륭하다. 대단한 지수구나. 수고했어. 잘했어.' 힘들었던 자신을 토닥였다.

 

한편, 검지는 인지라고도 하는데, 누군가를 가리킬 때 쓰는 손가락이란 뜻이다. 가리킨다는 것은 보통 지적질을 뜻하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지적질하며 어이그~. 그래서야 되겠나?’ 하며 흉보고 한심해하거나, 무시하고 못마땅해 하는 것이다.

인지, 지적질, 손가락질이라고 하니 문득 어떤 이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떠오른다는 게 내 마음속에서 그이를 지적질하는 마음이 있었던 탓이리라.

맡은 역할이 있는 데 뭐 하는 거야? 하는 짓이 그게 뭐냐? 그렇게 마음이 작아서야 어떻게 하겠나? 신앙심이 그렇게 없어서야.... 쯧쯧쯧등등....

생각해 보면 이런 마음은 모두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다. 내 기대에 못 미쳐서 못마땅하고 한심하다며 손가락질하며 흉보는 마음이다.

때때로 하는 자비명상문구가 생각났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기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기 삶에서 고난을 피해 보려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을 겪어 알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삶에 대해 배우고 있다.

 

그렇다. 내가 마음으로 지적질하고 있는 그이도 나와 똑같이 이번 생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고통과 고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용재는 누구나 자기 인연에 빠져서 헤매기도 하고, 자기 인연을 맑히고자 신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다. 비로소 나를 비춰 상대를 보고, 상대를 비춰 나를 본다.

나와 똑같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꽂힌다. 그렇지. 그이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지, 똑같이 아픔, 슬픔, 고통, 절망을 겪고 있고, 그이도 현재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나와 똑같이!!

그렇게 상대를 생각하니 마음에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고, 역지사지의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내 생각으로 상대방을 지적질한 마음을 참회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생인손은 고만고만하다가 조금씩 나아졌다. 물론 병원에는 가지 않고 수훈을 받으며 내 마음에 티끌을 깨달아, 털어 내려고 노력에 노력을 다하였다. 그러기를 한 달 넘게 지났다. 말끔히 낫지 않는 것은, 내 마음에 계속 티끌이 남아 있거나 수시로 쌓이는 티끌 때문이었다. 조금씩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손이 거북할 때마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본다. 원망, 분노, 미움의 티끌을 털어 내려고 애쓰고 있다. 마음이 바로 바뀌고, 그것이 유지된다면 싹 낫는 게 좋겠지. 그러나 나는 바로 나으면 곧 잊어버리기에, 두고두고 마음 깊이 새겨서 티끌을 털도록 하라는 뜻으로 깨닫고 있다.

미련해 보이는 이런 행동을 통해 어버이신님의 뜻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더 성인 되도록 노력한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고 넘기면 모처럼 마음의 티끌을 털 기회를 주신 어버이신님을 서운하게 하는 일이라는 지도말씀을 믿는다. 또 질병이란 없다는 말씀을 믿고 티끌 털기 수행하는 좋은 기회라 여기며 나날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하다. 자신을 조금 더 다듬을 수 있게 되고, 마음의 그릇을 키우려고 애쓰게 된다. 이렇게 신상을 통해 마음을 되돌이켜 반성하고, 맑히게 되고, 마음 그릇을 키우게 되니 이 신상이 고맙다.

역시 신상 사정은 이치의 꽃!’이구나.

바쁜 일상에서 세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데, 이렇게 몸에 나타내 보여 주시니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