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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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86

 

 

우울해? 누구나 다 그래!

 

박지수

 

내가 특히 잘 공명하는 감정은 슬픔이다. 깊은 슬픔이란 말을 들으면 금방 눈물이 차오르곤 한다. 유난히 슬픔이라는 감정에 예민한 자신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하며 까닭을 찾아 고민한 적이 많았다. 스스로 원인을 분석해 보고, 처방을 내려보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깊이 자신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면 깊이 잠재된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수련과 심리치료기법들을 시도해 보기도 하였다.

 

이 길에 들어와서는 이것이 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우울증, 신경, 머리 신상 인연이 있나 보다고 생각하며 털어내기 위한 실천을 하였다. 때때로 나도 모르게 우울한 기분을 남편한테 이야기하면 한마디 한다. “또 우울함에 빠져드는 거야? 그런 생각, 기분을 잘라 내!” 그러면 놀라서 자신을 돌이키며, ‘, 내가 또 우울함에 빠져들어 갔구나.’ 하며 떨쳐 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자신을 보며 역시 내겐 우울증 인연이 있나 보다 믿었다.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인지 고맙게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런 우울 성향이 거의 없어졌다.

 

최근에 공부하다가 읽은 책 <왓칭>(김상운 저, 정신세계사 참고)에서 우울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보통은 부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두뇌의 활동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흥미진진해서 자세히 읽어 보았다.

 

우리의 두뇌는 한 가지 목적으로 진화했다. 오직 살아남는 확률을 높이는 목적으로 진화하였다. 원시시대부터 긴 세월 동안 인간들은 수많은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살았다. 우리가 동굴에 살았던 때를 상상해 보자.

어두운 동굴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다가 무엇인가 부스럭부스럭소리가 난다면? 원시인은 순식간에 주변에 돌도끼나 몽둥이를 찾아 든다. 바로 머릿속 편도체가 생명이 위험해.”하고 위험신호, 비상등을 켜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심장은 쿵쾅거리고, 돌도끼나 몽둥이를 들고 잔뜩 긴장해서 소리 나는 곳을 노려본다. 호랑인가, 사자? 아니면 독사? 혹은 돌도끼를 든 낯선 원시인? 도망가야 하나, 싸워야 하나? 편도체는 순식간에 위험신호를 켜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조건 내 생존부터 챙기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이 당할 수 있다. 이처럼 내 생존에 위험이 닥치면 무조건 빨간불을 켜놓고 보는 위험경보장치가 아미그달라(편도체).

그렇게 우리의 두뇌 속 편도체는 생존에 불리한 것을 제거하고자 항상 내 삶에서 부정적인 점, 문제점을 찾아낸다. 보통 인간은 하루 평균 2만 가지나 되는 온갖 상황을 겪는다. 그런 가운데 자칫 한 가지만 잘못 판단해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려는 데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려올 때, 강도와 마주쳤을 때, 같은 급박한 순간에 상황판단을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생존에 위험이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재빨리 빨간 불을 켜 경보 신호를 보내서 그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바로 편도체이다.

 

그렇다면 뇌 속의 편도체를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실험결과는 편도체를 제거한 쥐를 고양이 앞에 놓아두면, 두려움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고양이 앞을 활보하다가 잡아먹힌다. 잡아먹히면서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편도체를 제거한 원숭이를 야생에 풀어놓으면 순식간에 맹수에게 잡아먹힌다고 한다. 그런 실험 결과를 볼 때 편도체의 역할은 어쨌든 우리가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오로지 생존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옛날과는 달리 내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가 없다. 원시시대처럼 그렇게 자주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편도체는 그 기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주 비상등을 켠다.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닌 데도 비상등을 켠다. 아미그달라가 위험을 가려내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이 상황은 내게 유쾌한가, 불쾌한가. 이 사람은 내 편인가, 아닌가.’

그럼 유쾌한 상태, 불쾌한 상태란 무엇일까?

유쾌한 상황: 남보다 더 많이 갖는다, 남보다 앞선다, 남보다 높아진다. 더 인정받는다. 더 사랑받는다. 더 칭찬받는다. 나를 높여 준다. 더 빨리 간다.

불쾌한 상황: 위험, 불안, 남보다 덜 갖는다. 남에게 뒤처진다. 남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무시당한다). 덜 사랑받는다. 덜 인정받는다, 소외당한다. 덜 관심 받는다. 남의 집보다 못 산다. 남의 집 아이가 더 공부를 잘한다. 다른 사람이 더 예쁘다. 남의 남편이 더 빨리 승진한다.

편도체에서 유쾌로 분류되면 그 상대, 그 일과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한편, 불쾌로 분류된 사람, 상황, 일은 잠재적 적으로 인식, 기피하게 된다.

오랜 옛날부터 진화한 대로 편도체에서는 생존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부정적인 일을 자꾸만 찾아내고, 자꾸만 문제점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가만있으면 보통 부정적으로 된다. 비난, 비판, 시기, 질투, 미움, 원망, 분노, 욕심, 교만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하루 평균 5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90%는 우울, 분노, 증오, 슬픔, 불안, 시기, 질투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내버려 두면 불평불만이 가득한 불평꾼이 되거나, 무슨 일이든 트집 잡는 투덜이가 되거나, 짜증, 신경질쟁이, 싸움닭이 돼 버리는 것이다. 또 그것이 내부로 향할 때는 우울증, 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편도체의 활약에 따라 편 가르기를 수시로 하게 된다. 내 편인가, 아닌가? 이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부르며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부정적 생각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을 분비시키고 그것이 계속되면 심신이 병든다. 수많은 질병이 결국 편도체 기능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반응임을 알 수 있다. 편도체가 유쾌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바로 비교, 경쟁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원시시대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존에 더 무서운, 더 큰 위협이 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비교, 경쟁이라는 심리적 괴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만히 두면 저절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맹수와 싸울 일도 거의 없고, 극한의 굶주림을 겪거나 얼어 죽을 일도 거의 없다. 따라서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전혀 실제 위험이 아닌 데도, 편도체는 여전히 강렬하게 위험,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의지 없이 뇌가 이끄는 대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이로 인해 끊임없이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고 만다.

부정적인 생각 중에는 슬픔, 우울도 있지만, 걱정, 불안, 두려움도 아주 많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은 에너지를 뺏어가지만, 특히나 걱정은 더 많은 에너지를 뺏어간다. 생각하는 일은 두뇌를 사용하는 일인데 두뇌는 우리 몸의 2%에 불과한 크기지만 에너지를 20%를 사용하는 에너지 과다사용 기관이다. 그래서 생각이 많으면 힘이 빠지게 된다. 늘 힘이 없고, 피곤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특히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여자들이 자주 힘이 없고, 피곤을 호소하는 것은 머리가 12개라서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하루에 5만 가지 생각 중 90%는 부정적인 생각이고, 98%는 항상 같은 생각들을 반복한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렇게 늘 같은 생각들을 98% 반복하기에 우리들의 삶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늘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이 길에서 말하는 식으로 말하면, 인연대로 생각을 계속 반복하니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똑같은 행동을 하니 인연이 납소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늘 비슷하게 살아가게 된다. 열심히 실천한다지만 마음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삶이 달라질 턱이 없다.

 

우리 뇌는 꾸준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훈련할 수가 있다. 로레타 브로닝 박사는 부정적인 뇌를 긍정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 방법이 [하루 3, 1분씩만 긍정적인 점 찾아내기]이다. 이 훈련을 45일간만 지속한다면 뇌가 긍정의 방향으로 재설계되기 시작해서 더 자주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렇게 적은 노력으로도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어버이신님이 원래 인간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리라.

인생을 살다 보면 실패할 때가 있고, 외로울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뇌는 장애물과 걸림돌을 찾으며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에 이렇게 말해야 한다.

괜찮아. 이 실패가, 이 외로움이, 이 괴로움이 생존에 위협을 주는 건 아니야.”

이렇게 뇌가 긍정적으로 재설계 된다면 깨닫게 된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남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긍정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 우리는 일상으로 그렇게 하고 있구나싶어서 기뻤다. 이 길 신앙자들은 조석근행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그 속에서 신님의 뜻을 찾고, 긍정적으로 깨닫는다. 8가지 티끌에 비춰 자신을 반성하고, 어두운 마음을 맑히고 밝힌다. 그리고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따로 기원근행을 올린다. 그러면, 곧 긍정적으로 밝아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근행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최고의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생각은 아무 필요가 없다. 98% 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마음이 밝게 용솟음치기 위해서는 밝아지는 쪽으로 행동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