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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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84

 

구제받은 리가 소중해

 

박지수

 

나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지만 제일 약한 곳이 목이다. 피곤이 쌓이면 제일 먼저 목에 신호가 온다. 감기도 늘 목감기부터 시작한다. 항상 목에 뭔가 걸린 듯 답답하고, 기침이나 가래도 자주 끓는 식도염 같은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사실 식도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병원에 가 본 적이 없고, 가 볼 생각도 없으니....

목이 약해진 것은, 아마도 갑상선을 앓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갑상선암이 우연히 발견되어 이 길로 이끌려 오게 된 동기가 되었고, 수술하고 난 뒤 강습소에 입소하였다. 강습소 입소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다니던 병원과 평생 먹어야 한다던 약을 끊어버렸다. ‘질병의 근본은 마음에서라는 교리에 100% 수긍했기에.... 갑상선암은 재발이 잦아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점검하고, 평생 약을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의사 선생님은 강조하셨지만 무시하였다. 마음이 신의 뜻에 맞는다면 질병은 오지 않는다는 걸 믿었다. 부모님은 자녀 중 처음으로 큰 수술을 받았기에 많이 놀라셨다. 그렇게 놀란 부모님은 내가 기침만 해도 깜짝깜짝 놀라셨다. 한참 지나서는 암은 5년 이상 재발하지 않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부모님을 안심시키곤 하였다. 말끔히 수호받았다고 자타가 생각했다. 그러나 목이 약해져서 찬바람이 부는 겨울과 피곤이 겹칠 때, 쉽게 목감기에 걸렸다. 그렇지만 십여 년은 그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랬지만 어느 날부턴가 목이 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건강하고 맑은 목소리를 되찾고 싶었다. 말끔히 도움받고 싶어진 것이다. 수훈도 받고 실천을 거듭하며 노력하였다. 교회본부에 검정강습을 가거나 터전귀참을 할 때도 감로대에서 기원을 많이 드렸다. 하지만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다. ‘오로지 포교만 하고 살아온 세월이 10년 이상 지났는데....... 지금쯤은 말끔히 수호해 주셔도 좋으련만!’ 가벼운 서운함이 일었다. 그럴 때 다음 일화편은 내게 교조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이 되었다.

 

<교조전 일화편> 147. 진정한 구제

야마토 지방 구라하시 마을에 사는 야마모토 요헤이(山本與平)의 아내 이사(당시 41)는 오랫동안 하반신 장애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1882년 신기한 구제를 받아 부드득 소리를 내며 일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 손이 약간 떨렸는데 좀처럼 잘 낫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으나 본인은 그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1884년 여름, 터전으로 돌아와 교조님을 뵙고 그 떨리는 손을 내밀며 숨을 불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그러자 교조님께서는

숨을 불어 주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나, 자네는 다리를 구제받았으니까 손이 약간 떨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말끔히 구제받는 것보다는 조금 남아 있는 것이 전생의 인연도 잘 깨닫게 되고, 언제까지나 잊지 않게 되므로 그것이 진정한 구제인 거야. 사람들은 모두 말끔히 구제받기를 원하지만, 진실로 구제받는 리가 소중한 거야. 숨을 불어 주는 대신 이 책을 빌려주마. 이것을 베껴서 끊임없이 읽어라.”

라고 깨우쳐 주시면서, 친필 17호 전권을 빌려주셨다. 그때부터 이사는 손이 떨리는 것은 조금도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가 베껴 주신 친필을 평생 곁에 두고 읽곤 했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열심히 포교하며 89세까지 장수했다.

 

이 일화편에서 교조님께서는 말끔히 구제해 줄 것도 말끔하게 수호해주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조금 남아있는 것이 전생인연도 잘 깨닫게 되고, 언제까지나 잊지 않게 되므로 그것이 진정한 구제가 되는 거니까. 내 목에 있는 신상의 흔적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였다.

나를 비롯한 얄팍한 인간들은 수호받은 큰 은혜를 금방 잊어버린다. 그 은혜를 잊지 말라고 조금 남겨 둔 표시마저 말끔히 수호받기를 바라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오히려 투덜거리고 불평하면서 티끌을 더 쌓아버리기도 한다. 한없이 바라고 바라기만 하는 아이 욕심이 많은 탓이다. 수호해 주시는 김에 완전히 말끔히 수호해 주시지, 쪼잔하게 남겨두실 건 뭐람! 가끔 그런 불평 어린 투정도 한다.

위 일화처럼 아무런 불평 없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교조님한테서 직접 듣는 말씀이 아니기 때문일까.

어버이신님의 수호는 대난은 소난으로 소난은 무난으로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성인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은 보통 대난은 소난이 아니라 대난은 무난으로!’ 수호해 주길 바란다. 아무리 지중한 신상, 사정이라도 한순간에 말끔히 수호받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낸다. 그러나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언제까지나 어린아이 같아서 마음 성인이 더욱 더디게 될 것이다.

 

내 목에 조금 남아 있는 갑상선암의 수술 자국, 그리고 때때로 나타내 보여주시는 목의 부자유는 교조님께서 마음성인, 진정한 구제를 위해 남겨 두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자주 잊고 지낸다.

사실, 말끔히 구제받는 것, 100% 도움받는 일은 더 큰 신상이나 사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말끔한 수호를 받게 되면, 수호받은 그 감사함이 그 감격이 너무나 쉽게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어느새 그런 적이 있었나?’ ‘우연히 낫지 않았을까?’ ‘내가 잘해서 그렇지.’ 하고 생각하게 되고, 도움받은 사실조차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옛말에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고 하였다. 아무리 원수진 사람이라도 하룻밤을 같이 자고 나면 원수같이 여기던 감정은 풀리고, 아무리 큰 은혜를 받았더라도 날밤을 새우고 나면 그 은혜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식는다는 뜻이다. 은혜나 원한은 시일이 지나면 쉬이 잊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도 있다. 형편이나 사정이 전에 비교하여 나아진 사람이 지난날의 미천하거나 어렵던 때의 일을 생각지 않고, 처음부터 잘나서 그런 듯이 뽐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런 속담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도 인간의 속성을 상당히 명철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을 말끔히 구제받는 것이 어떻게 큰 신상, 사정을 불러오는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답이 바로 보인다. 말끔히 구제받으면 그 신상이나 사정을 불러온 자신의 마음씨, 말씨, 행동의 씨앗을 잊어버리고 반복하게 된다. 거기다가 나 자신이 진실과 정성을 다해서 도움받았다, 실천을 잘 해서 도움받았다.’는 오만함과 교만까지 더해서 인연을 짓게 되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인간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아시는 신님께서는 그래서 몸에 조금 남겨 두는 방법으로 수호를 나타내 주시는 것이리라.

 

신상 부자유, 부자유스러워도 그것을 넘기면 앞날은 즐겁다. (……) 어떻든 마음 쓰러지지 않도록. 이만큼 부자유하지만 다른 일이면 어찌 되었을까 하고 단노.

(1901. 7. 15 지도말씀)

신상을 받아 부자유스러워도 대난을 소난으로 받아들여 마음이 쓰러지지 않도록, 즐겁게 넘기라고 하신다. ‘이만큼 부자유하지만 다른 일이면 어찌 되었을까하고 단노라고 하신 것도 대난을 소난으로 여겨 단노하라는 말씀이시다.

 

자아자아 하늘의 혜택이 적다고 한다. (……) 각자 각자 해마다 받는 혜택, 하늘의

혜택이 적다고 하지만 언제까지라도 이어지는 것이 하늘의 혜택이라 한다.

(1888. 9. 18 지도말씀)

사람들은 하늘의 혜택이 적다고 투덜대고, 대난을 무난으로 수호받지 않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버이신님께서는 언제까지라도 이어지는 것, 즉 소난으로 수호해서 진실로 구제받도록 하는 리가 더 큰 혜택이고, 매우 소중하다고 일러주고 계신다. 나날이 이어지는 일상의 평범한 삶보다 더 귀한 것이 어디 있는가.

나날이 이어지는 이런 근본적인 수호, 물 불 바람 십전의 수호가 세상에서 가장 큰 은혜이다. 이런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대은을 잊지 않도록 늘 일깨워주는 이길의 신앙과 교조님의 모본이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