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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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진 다른 느낌

 

박혜경(진홍교회)

 

나는 요즘 내가 깜빡거리는 오래된 형광등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물건을 어디다 놔뒀는지 찾지 못해 서랍을 하루에 한 번은 꼭 뒤지는 것 같다.

찾을 때마다 늘 새롭게 느껴지는 서랍장이며, 내가 한 행동을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거며, 온종일 찾다가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다. 집에서 가장 잘 잊어버리는 물건은 리모컨과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TV 앞에 두려고 하지만, 주방에서 일하다가 전화를 받는다든지 신전에서 일하다가 전화를 받고 나면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기 힘들어서 그냥 그 자리에 두게 되고 또다시 찾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늘 가족들에게 한 소리를 듣다가도 아직 리모컨이 냉장고에 안 들어가 있고, 집도 찾아오는데 감사해야지.’ 하며 속으로 큰소리를 치고, 스스로에게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증명사진을 보고는 뭔가 찾는 일을 잊어버리고 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증명사진을 찍을 당시는 직장생활을 할 때여서 늘 찌들어 있고, 뭔가 직원들에게나 아니면 하청 업체에서 일어나는 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라서 그런지 지금보다 20살이나 더 어리고 주름이 없을 때이지만, 얼굴은 어두워 있고, 찬바람이 불어 옆에 지나가다가 잘못하면 베일 것 같은 모습이다. 어쩌면 저승사자 같기도 하다.

 

요즘에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서 찾아봤다. 요즘은 늘 웃는 얼굴이다. 아니면 내 사진을 가족들이 자꾸 찍어 준다고 해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많다. 지금의 내 생활은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며 아이들도 아직은 손이 많이 가고, 아이들이 뭔가 불편한 것이 없는지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늘 피곤하다.

 

같은 사람인데 왜 그럴까? 지난 사진과 지금의 사진 속 나는 왜 다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는 잘 나가는 전문직 여성에 경제적으로도, 하는 일에 대한 사회의 평가 척도도 그때가 훨씬 좋았는데, 나는 왜 지금이 더 잘 웃고 있을까?

참 신기했다.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인상이 달라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당연히 마음에서 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린 나이에 비교해 직장에서의 내 책임이 너무 무거웠고, 늘 윗사람 눈치를 보며 아랫사람을 돌보며 밤낮없이 지내다 보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고, 어떡하면 그 자리를 떠날지 항상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은 내가 차가운 인상이라는 슬픈 사실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웃어 보이고, 남들에게 편하게 보이려고 조금의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나는 차가운 사람이다. 슬프게도 ㅠㅠ) 그리고 행복의 기준이 돈이나 지위에서 신앙생활을 통해 같이 즐겁게 사는 것으로 바뀌다 보니 내 얼굴에서도 그런 것이 나타나는 것 같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나를 보시면 인상이 참 좋다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딘가에 숨고 싶다. ‘내 속에 있는 안 좋은 마음을 안다면 저분들이 저렇게 칭찬을 하실 수 없는데.’ 하며 말이다. 늘 집에 오면 내 행동에 대해 후회를 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왜 편하게 대해주지 못했는지, 왜 같이 모든 걸 버리고 바보같이 하하거리며 웃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가 제일 크다. 늘 남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고, 우스운 행동에 웃고만 있었지, 내가 어떤 모임에서 크게 떠들며 분위기를 만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았다.

 

사진 한 장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20대에는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그래도 40대인 지금은 조금 부드러워졌으니 나의 60대에는 신님이 원하시는 그런 마음을 만들어 나가서 더 부드러워지고, 그 이후에는 더 부드러워져서 언젠가 맘씨 좋은 따뜻한 인상의 할머니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마음을 만들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