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181년03월]패딩점퍼 - 박혜경

2018.03.06 09:05

편집실 조회 수:85

패딩점퍼

 

박혜경(진홍교회)

 

얼마 전 딸 혜인이가 인터넷에서 본 좋은 글을 저에게 보내줬습니다. 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잠깐 적어보겠습니다.

 

중학생인 A양은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 오빠와 셋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겨울에 패딩점퍼도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느 남학생: “너는 그 옷밖에 없나?”

A양: ........

어느 남학생: “안 춥나?”

A양: “어. 별로 안 추운데, 괜찮은데.”

이런 대화를 하며 A양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며칠 후 A양의 생일날 학교에 갔더니, 자기 책상 위에 상자가 얹어져 있었습니다.

상자 위에는 집에 가서 뜯어보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A양이 상자를 뜯어보니 그 안에는 새 상표가 그대로 붙은 겨울옷 두 벌과 메모지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겨우내 같은 겉옷만 입고 그것도 얇게 입으면서 춥다고 투정도 안 부리고 지내는 A양의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생일 선물로 사주고 싶어서 조금씩 모아서 샀다고 이제부터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A양은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워 펑펑 울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께서 퇴근해 들어오셨는데, 아버지는 매년 생일마다 목도리를 선물 하셨습니다. 물론 이날도 목도리를 들고 오셨습니다. 좋은 겉옷은 못 사주지만, 목이라도 따뜻하면 덜 추울까 봐 그러셨나 봅니다. 그런데, 친구들의 메모와 선물을 보시고는 친구가 아빠보다 낫다고 하시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시며 우셨습니다. 그래서 A양이 인터넷에 메모지와 옷을 사진으로 찍어 많은 사람에게 친구들의 고마움을 알렸습니다.

 

위의 내용을 읽으며 저 역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친구들이 요즘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좋았고, 친구들의 우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딸 혜인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혜인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패딩을 한 번도 사 준 적이 없었습니다. 많은 옷과 신발을 물려받으며 지냈는데, 딸이 올겨울에 롱패딩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참 뉴스에서 롱패딩이 유행하고 있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산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말을 꺼내는데 엄청 고민이 되었습니다. 안 사주기도 그렇고 사주기도 그런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롱패딩이라 다리까지 따뜻할 테니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상당했습니다. 유명상표는 엄두도 못 내겠고 솜만 들어있는 옷보다는 그래도 더 따뜻한 오리털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옷을 사주고 싶어서 시간만 나면 인터넷 여기저기를 둘러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서 딸에게 보여주니까 친구들은 다 메이커로 입고 올 텐데 고민이 된다고 좀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며칠 후 메이커가 없어도 좋다고 해서 사게 되었습니다. 딸은 그 옷이 엄청 좋아서인지 겨우내 그 옷만 입고는 돌아다녔습니다. 학교에 가면 여러 선생님께서 옷이 너보다 더 크다거나, 청소하며 다니는구나! 등 키 작다고 놀려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도 유행에 같이 따라간다는 생각이 엄청난 자부심처럼 느껴졌던가 봅니다.

어릴 적에 친구들이 새 옷 샀다고 자랑을 하면 자기도 옷 사고 싶다고 했지만, 그때는 옷을 살 정도로 여유가 안 되는 형편이라 늘 크면 살 때가 올 거라고 위로해 주고는 했는데, 벌써 그럴 때가 되었나 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옷을 물려받으며 잘도 참아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에는 더워서 아무 옷이나 입고 다녀도 되고 옷 가격도 쌉니다. 그런데 겨울옷은 옷의 가격에 따라 따뜻함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없는 사람은 겨울이 더 지나기 힘들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는 겨울 패딩이 이쁘고 마음에만 들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옷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옷을 사기 위해 몇 달 아니면 몇 년을 기다려서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쉽게 온다고 해서 막 써버리면 언젠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이 바닥나서 쉽게 살 수 없는 때가 오기도 할 것입니다.

살면서 조금 부족한 듯, 아쉬운 듯하며 내 그릇을 채워둔다면 평생 살면서 조금씩 나눠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