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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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82

친필 낭독

 

박지수

 

대부분의 교회가 그렇듯이 우리도 새벽 근행 후에는 친필을 읽는다. 읽되 한 수씩 돌아가면서 읽는다. 매일 한 호씩 읽는데 짧게는 20여 분, 길게는 30분이 넘는다. 서너 쪽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량을 읽는다. 이렇게 몇 쪽만 읽는 것보다 한 호씩 읽으면, 한 호 전체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 같아 좋다.

친필읽기에 대한 다음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교조전 일화편> 147. 《‘진정한 구제》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하반신 장애로 고생하던 야마모토 요헤이의 부인 이사가 신기한 구제를 받아 부드득 소리를 내며 일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 손이 약간 떨렸는데 좀처럼 낫지를 않았다. 그래서 교조님을 찾아뵙고 떨리는 손을 내밀며 “숨을 불어 넣어주십시오.” 하고 청하자 교조님께서는

“말끔히 구제받는 것보다는 조금 남아 있는 것이 전생의 인연도 잘 깨닫게 되고, 언제까지나 잊지 않게 되므로, 그것이 진정한 구제인 거야. 사람들은 모두 말끔히 구제받기를 원하지만. 진실로 구제받는 리가 소중한 거야. 숨을 불어 주는 대신 이 책을 빌려주마. 이것을 베껴서 끊임없이 읽어라.”

라고 깨우쳐 주시면서, 친필 17호 전권을 빌려주셨다. 그때부터 이사는 손이 떨리는 것은 조금도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가 베껴 주신 친필을 평생 곁에 두고 읽곤 했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열심히 포교하며 89세까지 장수했다.

 

교조님께서는 이사에게 친필읽기를 작정시키셨다. 그것도 끊임없이 읽으라고 하신다. 그래서 이사는 그것을 평생 지키며 열심히 포교 활동을 하여 건강 수호를 받아 장수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며칠 와 계신 적이 있었다. 그때도 새벽근행 후 친필 한 호를 돌아가면서 한 수씩 읽게 되었다. 신자분도 참배 오셨기에 네 명이 돌아가면서 읽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읽으면 상대 목소리를 통해 그 날의 기분이나, 마음 상태, 혹은 몸의 반응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목소리에 저마다 특색이 있고, 울림이 있어 잔잔한 감동도 일어나곤 한다.

귀가 약간 어두운 팔십 다 된 신자분이나 치매 끼가 있는 팔순의 엄마가 다른 사람 앞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은 일상에서는 아주 드문 일일 것이다. 내 평생 기억으로도 엄마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아주 생소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함께 해 보니 엄마도 신자분도 친필을 낭독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목소리도 갈라지고, 더듬더듬 읽으시다가 여러 날이 지나니 차분하고, 맑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잘 읽으셨다.

특히 엄마는 놀라웠다. 유치원 아이처럼 친필을 한 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자기 차례를 찾아서 또박또박 읽으셨다. 집중이 쉽지 않은 신상에도 번갈아서 한 수씩 읽다 보니 집중을 잘 하신다. 이렇게 계속하면 치매도 상당히 호전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소리 내어 글을 낭독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 아주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처음 같이 읽을 때 혹시 지루하고 힘들어할까 봐 몇 쪽 읽지 않아서 “그만 읽을까요?” 하니, “아니 끝까지 다 읽자.” 하셔서 놀랐다. 마침내 다 읽은 엄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웃으셨다.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은 보는 내게도 기쁨이었다.

신자분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분은 약간의 우울증 증상이 있는지라 내 부모님처럼 늘 마음이 쓰였고, 무엇 하나라도 세심하게 살펴보게 된다. 친필 낭독은 전날 밤 잘 주무셨는지, 기분은 어떠신 지를 여쭙지 않아도 바로 느낄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친필을 읽을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밝아지는 것 같아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쁘다.

이렇게 친필 말씀을 읽고, 또 들으면서 가슴에 새기고 있노라면 ‘아~ 참 행복하다. 이런 시간, 이런 느낌, 참 좋다! 이것 역시 신앙하는 큰 즐거움이구나.’ 하는 행복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낭독이 끝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깨달음을 주고받는다. 신앙하면서 늘 용솟음치길 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음을 공유하다 보면 좀 더 쉽게 용솟음치는 마음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저녁근행 후에는 십전수호의 리와 여덟가지 티끌을 연결해서 매일 낭독하고 있다. 어버이신님의 수호를 다시 일깨우고, 여덟가지 티끌에 비추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니 이 시간 역시 참 좋다. 근행으로 다 털어지지 않은 티끌들을 다시 한번 더 청소하는 셈이다. 낭독 후에 십전수호와 8가지 티끌에 대해서, 혹은 오늘 하루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 내용은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마음을 나눈다.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깨달아야 할지도 같이 고민도 한다.

우리의 마음 나누기는 일방적인 통보나 가르침을 전하는 교화나 감화가 아니다. 서로의 생각, 깨달음,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자면 상대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고, 나 자신도 느끼고 겪는 일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행 후 친필 낭독이나 십전의 수호와 여덟가지 티끌을 낭독하는 것도 무척 좋지만, 그것이 끝난 후 마음 나누기 하는 시간은 더더욱 좋다. 모처럼 손님이 오더라도 이 시간을 가능한 한 빼지 않고 함께 가지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같이 읽고 듣고 그 뒤 마음과 생각을 나누다 보니 더 깊이 연결되는 것 같고, 더 깊이 만나지는 것 같다. 서로 마음을 통하고, 깨달음을 공유하는 신앙의 기쁨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조님께서 말씀하신 “이 세상은 이 포도알처럼 모두 둥근 마음으로 뭉쳐서 사는 거야, 이 길은 장래 영원토록 즐겁게 걸어가는 길이야.”라는 말씀의 의미가 이런 모습을 일컫는 것은 아닐까. 천리교적 신앙공동체의 한 면을 여기서 발견하는 것 같아 참 기쁘다.

 

낭독의 효과에 대한 글을 몇 가지 여기에 덧붙여 두고 싶다.

 

송재환이 지은 <초등공부 불변의 법칙> 116~117에 나오는 글의 요약이다.

일본 토호쿠 대학의 카외시마 류타 교수는 어떤 행동이 뇌의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낭독의 중요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생각하기, 글쓰기, 읽기는 뇌 안에서 반응하는 장소가 다른데, 반응하고 읽고 쓰는 곳은 혈액순환이 좋아진다고 한다. MRI(자기공명영상법)로 촬영해보니 낭독을 할 때는 혈액량이 많아지고 뇌 신경세포의 70% 이상이 반응했다. 낭독할 때 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낭독은 집중력을 높인다. 초등 교육현장의 보고 중에 낭독을 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걸 입증하는 사례가 있다. 초등학생 10명을 모아 2개 조로 나누어 실험했다. 한 팀에게는 《곰돌이 푸》를 2분 동안 소리 내어 읽게 했다.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읽도록 지시했다. 나머지 5명은 묵독만을 시켰다.

그리고 두 그룹 모두에게 3분 후, 어른이라도 평균 50초가 걸리는 난이도의 미로 찾기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낭독 팀의 대승이었다. 낭독하지 않은 5명의 성적은 평균 1분이었지만 낭독을 한 5명은 평균 40초대로 어른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뇌력 사진을 넣을 자리)

 

다음은 서상훈이 지은 <독사론>(지상사 펴냄)에 나오는 이야기다.

낭독은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합니다. 낭독할 때 눈과 입, 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대뇌 신경세포 중에 70% 이상이 움직입니다. 낭독은 기억력도 향상합니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눈으로 읽을 때보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었을 때, 4배의 기억 효과가 있습니다. 낭독하는 동안 집중력이 높아지고, 낭독하는 행위 자체가 에피소드(경험)기억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 낭독의 효과는

첫째, 낭독은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둘째, 낭독은 학습효과를 높인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눈으로 보고 발음을 하며 소리로 듣기까지 하면서 정보를 입력하므로 두뇌가 삼중으로 자극을 받게 된다.
셋째, 낭독은 집중력을 높인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잡생각이 끼어들지 못한다. 사람의 뇌는 희한해서 낭독하는 순간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넷째, 낭독하면 발표력과 표현력이 향상된다. 낭독은 정확하게 발음하고, 남들 앞에서 조리 있게 발표함으로써 발표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비야 씨는 빨리 말하는 습관을 고치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어렸을 때부터 아침마다 큰 소리로 시나 성경의 시편을 읽는다고 한다.

 

어떤 이는 성경 낭독을 통해 우울증을 수호받았다 하고, 어떤 이는 불경을 염송하여 신상을 수호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종교에서든 경전 낭독을 통해 수호받은 이야기들은 흔하다.

또한, 어떤 이는 나이가 들어 기억력과 인지력이 떨어지는 노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신문을 매일 몸을 흔들며 소리 내어 읽는다고 한다. 연구결과를 보면 그런 행동은 확실히 기억력을 높이고, 뇌를 활성화한다. 그냥 보는 것보다는 4배나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낭독이 효과가 좋다고 하는 데, 어버이신님의 말씀인 친필을 낭독한다면 거기다가 몇 배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교조님께서 야마모토 이사에게 해 주신 말씀대로 친필을 계속 읽는다면 우리의 신상이나 사정도 훨씬 더 좋아지는 수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버이신님의 말씀을 자신의 입으로 읽고, 자신의 귀로 들으니 분명 자기 영혼을 맑히게 될 것이고, 타인이 읽어주는 친필을 듣는 것은 다른 이의 말을 더 잘 경청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도 키우게 될 것이다. 한편 집중력도 높아지니 처음에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던 친필이 어느새 하나둘씩 깊이 깨달아지게 된다. 신앙심도 깊어질뿐더러 자존감도 올라간다. 친필 낭독은 덕과 리를 쌓아가는 아주 유효한 수단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친필 낭독을 정말 좋은 평생습관으로 몸에 붙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