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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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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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알려고 노력하자

 

박혜경(진홍교회)

 

2017년 마지막 교회보 작업을 하며 작업을 마칠 때쯤 페이지가 두 페이지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급히 글을 만들라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이리저리 집안일 하다가 휴대폰 하다가 피해도 피할 수가 없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17년 저에게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면 학교 보건실에서 4개월 동안 월요일 오후 2시간씩 아이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저희 큰애가 다니는 중학교는 300명이 조금 넘는 시골 학교입니다. 학교 시설은 30년 전에 제가 다닌 중학교보다 시설이 못 합니다.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어서 고민도 안 하고는 보냈는데, 처음에는 시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학교에 보건 선생님을 모실 수가 없어서 보건실에 어머니들이 올해부터 오전 오후로 나뉘어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 활동을 만들자는 교장 선생님 요청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그냥 두 시간만 하면 되지.’하며 가볍게 생각하고 하게 되었고, 애가 3년 동안 다닌 학교에 졸업하기 전 감사함의 표현으로 임했다고 하는 게 더 맞았을 겁니다.

보건실에서 하는 일은 아이들이 아파서 선생님 허락을 맡고 오면 그 상태에 맞게 도와주는 일인데, 열 점검해 주고, 찜질할 상황이면 찜질을 해주고, 따뜻한 물을 준다든지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떨 때는 다래끼가 나서 오후에 좀 쉬려고 왔다거나, 축구 하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왔다거나, 손목을 삐었다거나, 변비 등 굳이 누워있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이 오곤 합니다. (물론 너무 아프면 오자마자 바로 잠에 떨어집니다만) 그때는 남녀 상관없이 말을 걸어 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대답을 아주 잘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배우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은 그냥 툭툭 내뱉는 말인데도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같이 웃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마들을 한 번씩 만나보면 그때마다 아이가 집에서 말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왜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혹시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늘 “공부해라. 이건 안돼!!”라고만 하지는 않는지.

집에 오면 자기 방에만 들어가서 있다가, 밥 먹을 시간만 되면 말없이 밥만 먹고 대화도 없이 지내지는 않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하는 건 습관입니다. 안 하는 습관을 들이면 못 하게 됩니다.

웃긴 이야기 하나 하자면, 어느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교육을 받으셨는데, 집에서 대화를 많이 하라는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 날 집에 오셔서 애들과 대화를 하려고 굳은 의지로 가족들을 다 불러 모았습니다.

아버지: “다들 모있나? 음, 뭐 애로사항 없나?”

엄마: .......( ‘이 양반이 갑자기 미칬나? 뭔 뜬금없이 애로사항이고.......’)

아들: .......(헐~~~)

딸: .......( 먼 소리래?)

이렇게 초간단 스피드로 가족의 대화 시간이 끝났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대화는 서로에 대해 늘 지켜봐 주고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사람과의 안부 인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돌 그룹 EXO의 팬이 되었습니다. 가사를 따라 적고 노래를 부르고 해서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도를 닦는 마음으로(감히 단노라는 말을 못 합니다. 부족불만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참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대체 우리 애가 그 그룹을 왜 좋아하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처음에는 ‘그 애들을 모두 군대 보내야 하나?’ 하는 황당한 생각도 좀 했습니다. 일단 휴대폰으로 그 그룹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노래를 듣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너무 좋은 겁니다. ‘아! 이래서 그 그룹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한동안 우리 집 기상곡은 EXO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가수들에 관해 이야기 하고 딸과는 같은 가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돌을 좋아한다니 딸의 친구들도 “너희 엄마 재밌으시다.” 하고, 제가 딸의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멀리서도 달려 나와 인사를 해주곤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희 어머니도 제가 어릴 적 가수 이문세 씨를 좋아할 때 같이 좋아해 주셔서 집에서 여자 셋이서 항상 그 노래를 틀어놓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오늘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물어봅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의 말투, 습관까지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선생님들은 저를 잘 모르시지만, 저는 선생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기도 하고 참 좋은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좀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그럴 시간도 없을 거고, 아마 그 시간을 좀 줄이면 전교 석차 몇 등은 올라갈 거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도 듭니다만.

 

서로가 알아야 뭐가 문제인지도 알 수 있지, 그냥 생각만 해서는 상대를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한해는 서로가 서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인사하고, 가족이 서로 모이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