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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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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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

 

김연수(도성포교소)

 

여름캠프 기간에 있었던 일들이다.

이틀째 아침 6시 30분에 기상 음악을 틀어야 했다. 캠프를 위해 펜션 전체를 전세를 내다시피 한데다, 펜션이 위치한 곳은 산골 아래 한적한 곳이었다. 펜션의 방마다 방송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펜션 건물 앞 운동장 한편에 있는 대형스피커를 통해 기상 방송을 해야 했다. 펜션의 각 방은 냉난방 효율이 아주 좋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방음 또한 완벽하게 되어 있다시피 했다. 그런 각 방에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어할 어린이와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스피커 소리를 최대한 크게 해서 신나는 댄스음악으로 기상 음악을 틀어야 했다.

그렇게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볼륨으로 최신 댄스음악을 신나게 틀어놓고 우리 교회에서 가져간 음향시스템의 중저음의 우수함에 나름 뿌듯해하고 있을 때, 한 아저씨가 성이 잔뜩 나서 자다 일어난 옷차림새로 나에게 소리를 질러대며 나타났다. 새벽부터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잠을 자느냐고 나를 을러댔다. 순간 어젯밤에 펜션 주인 아는 사람들이 와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을 봤던 터라. 그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펜션 한편에 마련된 텐트장에 텐트를 치고 자다가 시끄러워서 나온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무슨 말씀을 하시느냐? 우리가 여기 펜션 전체를 2박 3일간 전세를 냈는데.” 하며 항변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그 아저씨는 펜션 바로 옆에 있는 외딴 농가에 사시는 분이었다.

나는 펜션 이외에는 그 주위에 사람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그렇게 성이 잔뜩 나서 흥분한 아저씨에게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노라고 해명하고 허리가 부러지라고 연신 머리 숙여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분이 삭여지지 않은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나를 나무라다 내가 계속해서 무조건 미안하다는 식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했더니 마침내는 막무가내로 화를 내던 자신이 좀 머쓱해져서 돌아갔다.

영문도 모르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아저씨에게 순식간에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순간 멍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대충 마음을 추스르고 하루가 지나갔다.

이틀째는 별일 없이 지나 하루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어린이와 학생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후에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맥주도 한 잔씩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틀째 밤의 불침번을 서게 됐다. 불침번을 서다 어떤 분과 대화를 잠깐 하게 됐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 그분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점에 대해 나에게 대들다시피 나름의 논리를 펴며 따지고 들었다. 나도 순간 흥분하여 변명 겸 해명으로 반박하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옥신각신하며 설전을 폈다. 마침 옆에서 같이 얘기를 하던 분의 중재(?)로 서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분위기를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 물론 대화를 하다 감정이 상할 수 있을 정도의 토론을 했고, 그 논지에 대해 그분의 주장보다는 나의 의견이 앞선다고 생각해서 논쟁하긴 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내 반박이 다 맞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여튼 얼떨결에 한 방 맞았던 것 같은 기분은 그 전날 아침에 있었던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당황스럽고 억울할 법한 일을 캠프 기간 두 건이나 당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나를 황당하게 했던 그 두 분은 다른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누군가를 당황스럽고 억울한 생각이 들 정도로 했던 행동들이 그 두 사람의 모습으로 내게 비쳤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신님의 가르침에 ‘세상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억울하다거나 세상에 원망스러운 일을 당하면 남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곤 한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나의 경우처럼 가만히 자신을 돌이켜보면 굳이 전생을 들먹이지 않아도 자신 안에 그런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일도 결국은 여름 캠프에 참가해서 신님의 일을 보는 것에 대해 신님께서 수호를 해주신 덕분에 자신을 돌이켜볼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여름 캠프에 참가하신 모든 분께 “고생하셨습니다. 함께여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하고 인사드린다.

여담이지만, 이틀째 아침에 음악 소리가 크다고 쫓아오셨던 아저씨는 그 후로 이틀 동안 한 번도 오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