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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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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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77

 

뒷모습에 절하다

 

박지수

 

지난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터전에서 35일간 머물렀다. 교회장자격검정강습을 받으러 간 김에 며칠 더 머물렀다. 이 교육은 10년 전에 받았기에 이번이 재강습인 셈이다. 보통, 용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교육과정인 이 검정강습을 받으며 공부하고 배운 것은 당연히 많지만, 여기서는 터전에 머물며 느낀 감동적인 장면들을 되새겨 보고 싶다.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 오전 5시, 감로대를 중앙에 두고 사방 신전에서 아침근행이 올려진다. 수백 명이 한목소리로 부르는 신악가 소리는 언제나 장엄하고, 거룩하다. 새로운 하루를 열어주신 어버이신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러다 보면 세상사 여러 가지 일로, 때 묻은 마음도 말끔히 씻어지는 것 같고, 새로운 기운도 솟아난다. 신전에서 아침근행이 끝나고, 교조전, 조령전에서 참배를 한다. 교조님 모본을 다시 되새기고, 선배선생님들의 노고도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교조전에서 모여 손춤봉상. 몇백 명이 함께 올리는 손춤은 정말로 용솟음친다. 손춤봉상이 끝나고 나면 참배객들은 빠르게 각자 갈 길을 간다. 이렇게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존명의 교조님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남들이 다 나가는 시간에 교조님 앞으로 오는 것일까. 궁금하여 한쪽에 비켜 앉아서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보통 열 손가락을 넘어선다.

이때 참배하러 오는 이들의 공통점은 거의 혼자이고, 간혹 두어 명이 함께 한다. 이들은 아주 정성스럽게 참배를 한다. 긴 시간 동안, 몸을 깊이 숙여서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춰 참배한다. 바라보기만 해도 ‘정성스럽구나.’ 하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그 사람들은 아마도 그날 뭔가 중요한 일이 있거나, 혹은 좋은 일에 사례를 드리거나, 괴롭고 어려운 일이 있어서 교조님께 말씀드리고 지혜와 위로를 구하고, 도움을 청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참배하고 있을 때, 어용장이나 합전 한쪽에선 수훈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일에는 최소 서너 명,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 같은 날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곳곳에서 수훈을 전한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손춤봉상 전에 수훈을 전하는 분들도 많다.
수훈을 자주 전하는 용재 중에 앳된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그의 수훈 전하는 목소리는 마치 맑고도 맑은 카운터테너의 노랫소리를 듣는 느낌이었다. 수훈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조차 맑아지게 하는 듯하다. 수훈 전하는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맡기고 있노라면 참으로 마음이 용솟음친다. 그러던 어느 날, 수훈을 전하는 손짓을 보았는데, 손짓도 정말로 정성스러웠다. 저런 정성스러운 손짓과 청아한 목소리로 수훈을 받으면 몸, 마음이 저절로 깨끗해져서 단박에 나을 것 같다. 교조님께서도 참 기쁘게 받아주실 것 같다.

수훈 전하는 이들조차 떠날 시간쯤이면 한국전도청 전 청장님이신 데라다 청장님이 교조전으로 오신다. 본부 아침근행을 올리던 교복 차림 그대로 다시 들어오셔서 긴 인사를 드린다. 거의 매일 오신다. 특별한 출장 가실 일이 없으면 교조전 참배가 일상인 것으로 보였다. 모두가 떠난 시간, 교조님 앞에 다시 엎드려서 무엇인가를 여쭙고, 또 교조님의 말씀을 청해 들으시는 듯한 태도이시다. 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를 말씀드리고, 고개를 들어 교조님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뭐라고 뭐라고 하시는 모습을 반복하신다. 그런 시간이 20분 이상 이어진다. 정말로 귀여운 자녀로 교조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실 것 같다. 데라다 전 전도청장님의 그 뒷모습에 깊은 감동을 하며, 그 존경스런 뒷모습에 절을 올린다.
 
문득 어느 책에서 ‘구제하러 왔던 용재가 돌아갈 때 그 뒷모습에 합장하고 절을 하고 싶도록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읽었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어느 교회 용재가 했던 말도 떠오른다. “우리 교회장님은 아직 나이도 젊어서 그런지 도무지 참배하는 모습부터 정성이 없다”고 하였다. 그 참배하는 모습이란 4박수를 치는 모습을 말하는 데, 따다다닥! 박수를 빠르게 치니, 무게도 없이 경망스러워 보여 존경심이 안 생긴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확실히 정성스러운 태도란 것은 빨리 빨리는 아닌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는 내 뒷모습을 보고 감동을 하기도 하고, 불만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과연 내 뒷모습은 어떨까.

검정강습 교실로 가는 길에서도 감동을 만난다.
신전 바깥쪽 경내지에는 언뜻 보기에는 풀하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풀이 자라고 있다. 하긴 모래보다는 크지만 아주 작은 자갈을 깔아놓았으니 그 틈새로 풀들이 자라는 건 당연하다. 여기 풀들은 동물의 보호색처럼 주변 자갈 같은 색으로 자라고 있어서 언뜻 보면 보이지 않는다. 그런 풀을 눈여겨 보았다가 틈이 날 때 풀뽑기 히노끼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처럼 죽자사자 하지 않고 놀이 삼아. 혹은 명상으로 하는 풀뽑기 히노끼싱! 마치 교조님과 대화하듯, 무슨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듯 풀을 뽑는 것 같다. 어쩌면 뭔가 의논하거나 긴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풀뽑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치면서 보니 너무 멋지고 정답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조급하지 않고 서둘지도 않고 욕심 없이 하는 히노끼싱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또 감동적인 풍경을 만난다. 신전에 기원하러 들리면 신전 사방에서 혼자, 혹은 두 서넛 명씩 기원을 드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터전 교회본부에서 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고 싶다. 나름대로 기원을 드리는 모습은 숙연하고 경건하다. 이곳, 저곳에서 기원을 올리는 소리가 나지만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저렇게 기원 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저렇게 기원 하는 사람이 있는 이곳의 향기, 기운! 역시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가. 혼자 감탄하며 그 고귀한 기운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

터전에서 거닐다 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의 뒷모습에서조차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음이 맑아지는 곳이라서 그럴까? 뜻하지 않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내 뒷모습을 보고 여러 생각이 오고 갈 것이다. 내 뒷모습은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나날이, 매 순간순간 정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