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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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08월]병원에서 - 박혜경

2017.08.31 07:13

편집실 조회 수:61

병원에서

 

박혜경(진홍교회)

 

지난달 우리 교회 부인회날 신자님들이 점심을 거의 마쳐갈 무렵 학교 보건실에서 전화가 왔다. 보통 때는 일이 있으면 중간에는 전화를 잘 안 받는데, 그날은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어? 기진이가 코피가 났나?’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보건 선생님께서 말씀을 조심스럽게 이어 나가는 걸 보니 기진이에게 뭔가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갑자기 심장이 떨렸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애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도서관 책상에 앉아 놀다가 떨어졌는데, 팔을 다쳤다고 말씀하셨다. 병원에 가야 되는데 누가 올 수 있냐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회장님이 학교에 가고 나는 교회에 남아 부인회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데 동네 병원에서 팔이 부러진 것 같다고 마산에 있는 큰 병원으로 빨리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동안 나는 교회에서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는 마침 친정 언니가 와 있어서 모두가 병원 응급실로 갔다.

사진을 찍어보니 팔꿈치 부근의 뼈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입원을 하고 다음 날 수술을 했다. 나는 46년 동안 살면서 수술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12살 아이가 수술한다니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마음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짐작도 못 할 것 같았다. 기진이는 긴장했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수술실로 보내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는 병실로 올라갔다.

기진이는 병원 생활도 잘 적응했다. 어른들께 인사도 잘하고, 혹시 밥 먹다가도 다른 환자분이 본인의 식판을 정리하고 있으면 식사를 다 하셨다는 걸 알고는 “엄마, 할아버지 다 드셨는데.” 하면 내가 가서 그분의 식판을 들어서 밖으로 내놓곤 했다. 8인실에 있는 환자들의 식판 나르는 일은 어느덧 내 일이 된 것 같았다. 살면서 남을 도운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 정도는 해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마침 우리 교회보 작업을 하는 기간이라 회장님과 교대로 집에 들어가며 큰애 학교 가는 준비도 해주고, 교회보 작업을 했다. 병실에 있는 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라서 편안하게 힘든 줄 모르고 지낸 것 같다. 그리고, 퇴원하기 전날 옆의 환자분들이 우리가 퇴원한다고 “치킨 파티”를 해 주셨다.

그런데, 병원에서도 나의 인연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옆에 계신 아저씨께서 뭔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이 아저씨는 작년에 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다리에 핀을 박았는데, 이번에 그 핀을 뽑으러 오신 분이어서 치료도 끝났고, 퇴원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심부름의 이름은 “술 심부름”이었다. 환자복 입은 사람한테는 술을 안 파니까 대신 사 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엄마의 급조 아르바이트 덕분에 기진이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매일 먹었다. 보통은 그런 심부름을 하면 사 달라는 것만 사고는 잔돈을 드리는데, 이번에는 그러면 그 아저씨가 부탁을 못 하실까 봐 일부러 아이 거까지 덤으로 사고는 잔돈을 드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인연은 숨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술을 참 좋아하셨다. 그렇다고 밖에서 안 좋은 일을 하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물건을 부수는 건 전혀 없이 조용히 드시지만, 술이 센 분이셨다. 큰아버지들도 술을 엄청 좋아하셨다. 나는 성인이 되어 집에서 술 마시는 걸 배웠는데 술에 취한 적이 없어서 아마 마음 먹고 마시면 주량이 엄청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술 인연이 있다는 걸 알고있으므로 잘 마시지는 않는다. 그런데, 병원에서 그 아저씨를 보니 갑자기 나의 인연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늘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인연을 보여주시고 항상 조심을 시키는 어버이신님의 수호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런 일은 내가 신앙을 하며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게 기진이는 퇴원하고 다음날 기말고사까지 쳤다. 팔이 한 번씩 따끔거리는 것 말고는 특별히 아프다는 말도 없이 잘 지내고 여전히 밝다.

이 밝음은 어느 정도인지 왼팔의 겨드랑이까지 깁스하고는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면서 교문을 들어서며 몇 년 전에 유행했었던 그 유명한 CF에 나오는 춤을 추고 들어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C~~ 오로나민C~~ 오로나민C” 하는 노래에 맞춰 추는 춤이다. 그러면 옆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다 웃는단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한 날씨에 머리가 온통 샤워한 것처럼 축축하게 땀을 흘리면서도 늘 춤을 추며 돌아다닌다. 옥수수 쉰내를 풍기며. 정말 긍정의 아이콘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항상 밝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꿈에서 계속 물놀이하는 꿈을 꾼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니 얼마나 맘 놓고 씻고 싶으면 꿈에서 물놀이를 할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아무 때나 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경도 안 다치고 대난이 소난으로 되었다는 것에 엄마로서도 감사함을 느끼며, 뜻밖에 보여주신 인연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낀다.

기진아~~ 깁스 풀고 큰 통에 물 받아서 종일 물놀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