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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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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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나날들

 

노명희(평화교회)

 

고성교회 부인제날 가끔 남자 악기를 치는데 나는 유독 박자 자리가 좋다. 박자 자리에 앉아 반대쪽 창을 보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악기들의 조화로운 소리와 그에 맞춘 신악가 소리를 들으며 바다와 하늘을 보면 근행이 더욱 즐겁게 느껴지곤 한다.

이번 달 부인제에 박자가 들었었다. 조금 바쁜 일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제원을 올라가 근행을 보는데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날따라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까지....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움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신님은 나를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준비해 주셨구나.’라는 생각에 근행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즐거운 근행을 올렸다.

그러면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마음 하나가 나의 리”.

불과 2~3년 전 나는 마음이 너무 어두워져 내가 처한 상황을, 자리를, 다 박차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너무나 잘 돌아갈 것 같았고, 내가 사는 의미를 찾을 수도 없었으니 당연히 신자분들이나 교우들의 어려움도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나의 어두운 마음에만 온통 신경이 갔고 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욱 후회와 고통으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교회에서 맡은 일들이 있는지라 의무적(?)으로 근행을 보고, 타의에 의해 기원도 드렸던 것이 조금은 덕이 되었던 것인지 감사하게도 마음 전환의 계기를 작년에 맞게 되었다. 교회 사모로서, 어른을 모시고 있는 며느리로서 엄두를 낼 수 없었지만, 일주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가를 받게 되었다.

나는 출산의 경험이 없어 결혼하고 친정에 이틀 이상을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일주일의 휴가를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서 가족이 다 함께 이 길의 신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따뜻한 위로와, 같은 길을 가는 형제로부터 받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꽁꽁 얼어 있던 가슴에 불이 되어 주었다.

휴가를 다녀온 후에도 내 삶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모든 것이 감사해졌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것도, 형제가 있는 것도, 내가 이 길을 가고 있는 것도 감사해졌다. 예전에는 감사해야지~ 하고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세상도 달라졌다. 내가 우울할 때는 세상은 나와 별개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어버이신님이 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세상 같다.

교전 제8장 마음성인의 길에

보고 듣는 세상은 그대로 변함이 없지만, 마음에 비치는 세상이 달라져서 지금까지 괴로운 세상이라고 생각되던 것이 이윽고 즐거운 세상으로 깨달아진다. 제 마음이 밝아지면 세상도 밝아져, 참으로 “마음이 맑아지면 극락이로다”라고 가르쳐 주신 그대로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참으로 딱 맞는 말씀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 하나로 극락과 지옥을 오갔던 것이다.

요즘도 나는 하루에 몇 번을 극락과 지옥을 오간다. 그러나 지옥 같은 순간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방법을 조금은 안 것 같다. 감사를 찾는 것, 감사하게 느끼는 것이 내가 찾은 길이다.

가끔 회장님을 대신해 순교를 가거나 수훈을 전할 때, 신상이나 사정으로 괴로워하시는 분들에게 [감사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한다. 매일 감사한 것을 5가지 써보시라 한다. 쓸 게 없으면 눈으로 보는 것, 밥을 먹는 것, 밥을 못 먹으면 물이라도 마실 수 있는 것을 적어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5가지가 10가지로 20가지로 되어 무슨 일이든 감사하게 될 거라고....

사실 나도 감사 일기는 쓰고 있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매일 감사 일기를 써보기로 작정해본다.

하루하루가 감사로 느껴지며 힘들고 괴로운 이들에게 감사의 나날을 선물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구제는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주신 어버이신님께 감사한 기원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