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수호

김연수(도성포교소)

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신앙을 하게 됐고, 열심히 하지는 못했어도 지금까지 신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만나지 못해서 터전에서 하는 학생 때 받을 수 있는 신앙의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마다 시기에 맞춰 터전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신앙을 이어온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지만 내 아이들은 꼭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년 전쯤 큰아이를 터전에서 하는 오야사토세미나에 보낼 수 있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큰애가 집에서 보는 근행은 아무 말 안 하고 잘 따라 보는데 언제부턴가 교회에서 하는 행사에는 참여하기를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터전에서 하는 행사인 데다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 돼서 꼭 보내고 싶은 마음에 “터전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이 어떠냐?” 하고 권유했지만 딱 잘라서 안 간다고 합니다. “왜? 안 가려고 하느냐?” 하고 다그치기도 하고 실랑이를 좀 했지만, 억지로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자식이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구나. 신님께 의지해서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작정을 해서 실천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실천하고 나서 다시 얘기를 해봐도 아이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나름의 노력도 했지만, 저의 덕이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아이들이 다니는 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대학생 한 명이 우리 집에 오게 됐습니다. 집사람이 커피도 대접하고 하면서 몇 번 더 올 기회가 됐는데, 어찌 얘기하다 “천리교 교회에서 하는 수련회가 있는데 같이 참석해 보지 않겠냐?” 하고 권하게 됐는데, 뜻밖에도 별 거리낌 없이 한번 가보겠다고 해서 수련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2년 동안 빠지지 않고 수련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신앙에 푹 빠졌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1년에 두 번씩 고성교회에 가서 한마디라도 신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되고, 근행을 보게 된 것만 해도 나름의 신앙의 거름을 해나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그 친구를 처음 수련회에 데려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신님의 활동이 아니고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의 생각으로 설득하고자 해서는 힘든 일일 겁니다. 또, 딸애를 터전에 보내려고 노력하고자 실천했지만, 저의 생각대로 되지 않고,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생을 수련회에 데리고 갈 수 있게 된 게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제가 신님께 바랐던 것과 신님의 의도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의 사정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위해 기원해줄 일이 생겨서 실천하고 정성을 쓴다고 해도 제가 의도했던 대로의 수호가 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당시에 제가 원했던 바대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게 다 좋은 방향으로 풀리지만은 않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님의 수호라는 것이 무언가? 누구나 바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원하는 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수호받았다.’ 하고 기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든 그렇지 않든 인간으로서 이미 많은 수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낼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일분일초의 삶도 신님의 수호가 아니고서는 활동을 지탱해낼 수 없다는 감사함을 잊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욕심을 내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