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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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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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73

 

 

내가 머문 자리에 남은 향기

 

박지수

 

매일 전도하기 950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도하겠다고 작정한 지 어느덧 950일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형태의 전도를 시도하였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신명나르기 때는, 기본적으로 앰프 신악가에 맞춰 박자목과 피리를 불고, 노방강연을 하고, 전도지를 전한다. 때로는 가게나 가정방문 전도를 하거나 대면전도에 집중할 때도 있다.

가장 기본인 전도 어깨띠는 항상 매고 다니면서 자신이 용재임을 늘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시간이 없거나 피곤할 때는 잠시 어깨띠만 매는 것으로 하고, 조금 더 시간이 나면 깃발을 들고, 전도지를 전한다. 어깨띠를 매는 것을 하찮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분이 원하는 수호를 받고 있다.

요즘 나는 대면전도하는 것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대면전도는 전도지를 전하는 것 외에 한마디 더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도지를 전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대면전도를 시도해 보는 것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실천이다. 처음에는 인사를 하고, 전도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하다 보면 ‘전도지만 주는 게 능사가 아닌 것 같다. 과연 전도지를 보기는 할까? 뭔가 더 할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직접적인 향내풍기기 방법은 없을까?’라는 궁리를 하게 된다. 언제까지나 전도지만을 전하는 것으로는 직접 전도로 이어지지 않고, 향내를 확실히 전하기에도 좀 요원한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인연을 자각하고 마음을 성인시킬 기회도 아주 적다는 느낌이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들 때 대면전도를 시도하였다. 가정방문이나 가게방문을 해도 단지 전도지만 전하고 나오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한마디를 더 건네는 대면전도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면 때때로 수훈을 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전도지만 전하기를 넘어서

여럿이 함께 전도를 하다 보면 ‘전도지 주기’에만 급급한 사람들을 더러 만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매일 몇 장 이상을 전하겠다고 작정을 한 탓도 있고, 혹은 자기 교회 전도지를 남보다 먼저, 더 많이 전하려는 욕심이나 경쟁심으로 그럴 수도 있다. 한편, 전도지 한 연(약 8,000장 정도 된다. 편집자 주)을 ‘몇 개월 만에 다 돌렸다!’ 는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에 집착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싫다는 사람을 쫓아가서 강제로 쥐여주다시피 전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볼 때면 ‘하이고! 저런 건 영~ 민망하네. 저렇게 받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과연 그 전도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 그렇게 전한 전도지에서 무슨 향기가 날까? 불쾌한 향기가 나겠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도 상대에게 ‘어떤 향기로 남아있을까?’ 생각해 본다. 전도할 때, 상대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전도지를 건네는 것은 내 몫이고, 상대가 전도지를 받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것은 상대방의 몫일 뿐이다. 나는 내 정성만 내면 된다. 그 다음은 신님이 알아서 하실 테고, 마음의 자유를 부여받은 상대방의 마음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전도지를 전할 때는 항상 상대방에게 남게 될 향기를 먼저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따스한 향기, 즐거운 향기, 기분 좋은 향기, 행복해지는 향기, 희망의 향기를 남기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향기를 남기는 대면전도
얼마 전 김해 외동 시장에서 전도할 때, 가게를 방문하여 대면전도 한 이야기들이다. 김해지역에서는 한 달에 세 번 전도를 한다. 전도청 월차제 참배 후, 원남성 부인회와 월차제 참배한 뒤 오후 시간에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전도하고 있다.
어느 만두집에서 젊은 남자분이 만두를 찜 솥에 올려놓으며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을 지나면서 보았다. 언뜻 보기에도 그 손놀림이 정성스러워 보여서 발길이 그 가게로 향했다.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사장님, 만두를 만지는 손길이 참~ 정성스러워 보이네요. 부자 되시겠어요!”

하고는 전도지를 전했더니 그분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그 웃음은 다시 나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었다.
또 숙녀복과 가방, 구두, 액세서리들을 파는 예쁜 가게에 들어갔더니 젊은 여자분이 앉아서 계산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사를 하며 전도지를 전하니 쳐다보고는 별 말없이 전도지를 받는다. 그 얼굴이 보기 좋아서

"사장님, 참 우아해 보이시네요. 사업도 잘 되시겠어요~” 했더니

"그래요? 고맙습니다." 하며 작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어느 반찬가게 앞을 지나는 데 반찬들이 정말로 보기 좋게, 맛깔스럽게 진열돼 있었다. 인사를 하고 전도지를 전하면서

"어머나, 사장님, 반찬들이 정말 맛깔스러워 보여요. 잘 팔리겠어요. 포장과 진열을 참 잘하시네요~" 했더니 그 중년의 여자분도 환히 웃으며 기뻐하시는 것이었다.

얼마 전 양산에서 전도할 때는 부근에 고3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다. 수능을 마친 뒤라 시간이 많아서 출석 후 자유 시간이 많은 모양이었다. 큰 사거리에서 전도하고 있을 때, 여러 명의 남학생이 건널목에 서 있기에 대면전도를 시도했다. 먼저 인사를 하고 한 학생에게 전도지를 전하니 손사래를 치면서

“저는 가톨릭입니다.” “그래요? 가톨릭, 좋은 신앙이지요.” 했더니

“네. 저는 신학교에 갈 겁니다. 그러니 천리교 전도지 필요 없습니다.” 하고 딱 잘라 말한다.

“아.... 신학대학! 우리 남편도 신학대학 지망생이었는데.... 좋네요. 학생 얼굴 보니 훌륭한 신부님 되시겠어요. 그런데, 신부님이라면 마음이 넓어야 할까요? 좁아야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무슨 이야긴가 싶어 그 학생이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여러 명의 남학생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당연히 마음이 넓어야 훌륭한 신부님이 되겠죠!”

“맞아요! 그렇다면 다른 종교에 대해서 거부하는 것이 넓은 마음일까요? 다른 종교에도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넓은 마음일까요?” 했더니, 살짝 생각하고는 전도지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다른 종교를 아는 것은 내 신앙심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주거든요. 내 신앙심에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훌륭한 신부님 되시길 빌어요.”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했더니

“고맙습니다.” 공손히 대답하고는 전도지를 유심히 읽어 본다.


진정한 향내풍기기

이렇게 전한 전도지는 과연 어떤 향기를 풍기며 그분들께 전달되는 것일까. 당연히 기분 좋은 행복의 향기를 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도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지나간 뒤에 어떤 향기를 남기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천리교의 향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천리교는 기분 좋은 향기, 행복한 향기, 즐거운 향기, 뭔가 희망이 생기고, 기쁜 향기를 풍기는구나!' 하고 상대에게 전해지는 천리교 향기를 남기고 싶다. 그래야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전도지를 받는 상대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면서 단 몇 초라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아부를 할 수는 없으니 짧은 순간, 상대방의 칭찬 거리, 장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전도지를 전하는 나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고, 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나아가 전도지만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단 한마디라도 더 건네려는 적극적인 대면전도에 마음을 두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사하고 전도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는 금방 싫증나고 재미가 없다.

어버이신님께서도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지혜를 다해서 지금보다 한 단 앞서가는 길을 어떻든 걷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 잘 알고 있겠지. 어중간한 길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 (1907.5.8. 지도말씀) 고 하시지 않은가.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전도지를 전하면 내 마음속에 기쁨이 들어온다. 즐거움의 향기가 나를 먼저 감싼다. 전도하는 일이 행복해지고,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기쁘다.


간혹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대가 뭔가 물어볼까 봐 두려워서 전도지만 전하고 도망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함께 전도하는 분들에게 연결하면 된다. 아니면 "저는 잘 모르니 내일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고 올게요." 혹은 "가서 다른 선생님께 여쭤보고 다음에 만나면 가르쳐 드릴게요." 라고 하면 된다. 모르는 건 모르는 것으로 인정하는 태도나 마음만 있다면 그런 것은 오히려 좋은 전도기회가 된다. 전도경험이 쌓이고, 리가 쌓이면 어버이신님께서 그 순간에 활동해 주셔서 지혜를 주신다. 물론, 평소에 가르침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 놓으면 더욱 진하고 오래 남는 이 길의 향기를 전할 수 있게 된다. 

잠시 머물다 지나간 자리에 '천리교는 기분 좋은 향기, 행복한 향기, 즐거운 향기, 뭔가 희망이 생기고, 기쁜 향기를 풍기는구나' 하는 마음을 심어주게 된다면 당장 전도가 되든 안 되든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작은 한걸음이 되지 않을까? 좋은 향기를 풍기기만 하면 언젠가 때가 되고 인연이 닿으면 자연스레 이 길로 연결이 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진정한 향내풍기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