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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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하나 67

 

천리교 가르침의 뿌리, 으뜸인 리 7

 

 

이 시 중

 

일본신화에 대해서

 

일본신화(神話)를 말할 때 기본적으로 <고사기>(古事記, 712년) 나 <일본서기>(日本書紀, 720년)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 책에는 일본 건국신화와 천황과의 관계, 그리고 그 계보를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정신의 뿌리가 있고, 오늘날까지 일본의 모든 정치,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각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사기>, <일본서기>는 일본 국교가 된 신도(神道)의 정신적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을 근거로 천리교가 박해를 받았으며, 으뜸인 리의 가르침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극히 미미한 부분이지만 일본신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먼저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성립배경과 성격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서기 300년경에 야마토 왕조가 들어섰지만, 그 당시는 여러 씨족이 그다지 강하지 않는 결속력으로 느슨하게 연합하고 있었습니다. 씨족마다 모시고 있는 신들도 달랐습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요구되기에 이릅니다. 이때 건국신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672년에서 686년까지 통치한 덴무(天武)천황은 이 건국신화가 담긴 역사서를 편찬하도록 지시합니다. 그것이 세월이 흘러 712년 오오노야스마로(太安万呂)가 지은 고사기로 나타나고, 이것을 기반으로 덴무천황의 셋째 아들인 도네리친왕(舍人親王)이 720년에 편수했다고 알려진 일본서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일본은 하늘나라 신들이 내려와서 만든 나라고, 일본 황족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天照大御神. 줄여서, ‘아마테라스’라 칭함)의 후예라는 것을 내세웁니다. 일본을 세계중심국가로 선포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절대왕권을 수립하면서, 세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합니다. 천황의 시조가 신의 직계자손이고, 그 이후 모든 천황이 직간접으로 신과 연결되어있다고 믿게 되면, 신화는 곧 지배와 통치 수단으로 적극 적으로 이용되기 마련이고, 군대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고사기> <일본서기>가 역사서라고는 하지만, 꾸며진 신들의 이야기가 비중이 높고, 이웃 나라와의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면서 자국의 존재 가치를 드높이려 한 저의가 깔렸습니다.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서입니다. 아무리 <고사기> <일본서기>가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꾸며진 역사서라고 해도, 그 이후 오늘날까지 일본인들의 정체성 형성에 가장 지속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은 일본신화의 앞부분을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천지가 처음으로 나타나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하늘나라(타카아마노하라, 高天原)에 맨 먼저 아메노미나카누시(天之御中主神)라는 신이 생겨나고, 이하 여러 신이 생겨납니다. 이 때 지상 세계는 땅이 아직 부드럽고 물에 떠 있는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고, 갈대가 봄을 맞아 쑥쑥 자라나듯이 쿠니노토코타치노카미(國之常立神)라는 신으로부터 시작해서 7대째 이자나기(伊邪那岐)라는 남신과, 이자나미(伊邪那美)라는 여신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신들이 이자나기, 이자나미 두 신에게

“이 떠돌고 있는 땅을 확실하게 견고한 것으로 만들 거라” 하며 소명을 내리고,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 창을 하사합니다.

이자나기, 이자나미 두 신이 그 명령에 따라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 창으로 땅을 휘저어서 드니까 방울이 떨어져 쌓여서 섬(오노고로지마)이 됩니다. 두 신이 그곳으로 내려가 커다란 궁전을 짓고 이자나기, 이자나미 두 신은 결혼 의식을 치릅니다. 큰 기둥을 중심으로 이자나기는 왼쪽으로 돌고, 이자나미는 오른쪽으로 돌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먼저 여신 이자나미가 “어머 참으로 멋진 분이시네!”라고 외쳤고, 이에 화답하며 남신 이자나기가 “오,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로구나!” 하고 외치며 신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처음 낳은 아이는 뼈 없는 거머리 같은 아이였습니다. 이 미숙한 아이를 두 신은 아쉬워하며 배에 태워 떠나보냈습니다.

이후 두 신이 하늘나라 타카아마노하라에 올라가 신들과 의논을 하였더니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서 부정 탔다. 다시 하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두 신이 오노고로지마로 내려와 다시 한 번 기둥을 돌며 이번에는 남신 아자나기가 먼저 말을 걸고, 여신 이자나미가 뒤에 화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와지시마, 시코쿠, 규슈를 시작으로 여덟 개의 훌륭한 섬들이 잇따라 태어났습니다. 이것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됩니다. (서기 710년 720년대만 해도 홋카이도는 일본 땅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병합했다는 말이 된다.) 두 신이 나라를 낳은 뒤에 집의 신, 바다의 신, 강의 신, 바람의 신, 들의 신, 산의 신, 배의 신, 음식의 신, 마지막으로 불의 신을 낳다가 이자나미가 큰 화상을 입습니다. 이때 구토를 하다가 신을 낳고, 똥을 싸다가 신을 낳고, 오줌을 싸다가 신을 낳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죽고 맙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자나기가 눈물을 흘리니, 눈물에서도 신이 태어나고, 이자나기가 불의 신을 죽이니, 그 피에서 또 여러 신이 태어납니다. 칼에 맞아 죽은 시신 머리에서 신이 나고, 가슴에서 신이 나고, 배에서, 음부에서, 손에서, 발에서도 신이 태어납니다.

그리운 아내를 잊지 못하는 이자나기가 죽음의 나라 황천국으로 찾아가서 애절하게 아내를 부릅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제발 다시 한 번 돌아와 주오.” 그 애절한 소리를 들은 이자나미가 “왜 빨리 오지 않았나요. 벌써 황천의 음식을 먹어버렸어요. 그러나 일부러 왔으니, 이 나라 신들과 의논할 테니 다만 그사이 제발 안으로 들어와서 제 모습만은 보지 말아주세요.”하고 부탁을 합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이자나기가 궁금하여, 안으로 들어가서 이자나미의 흉측한 얼굴 보고 비명을 지르며 두려운 나머지 도망을 치기 시작합니다. 창피를 당한 이자나미가 화를 내며, 뒤따라 공격을 합니다. 더는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순간에 이자나미는 “당신 나라의 인간을 하루에 천 명씩 죽이겠다.”고 하고, 이에 이자나기는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천오백 명씩 태어나게 하겠다.”고 응답하면서 영원한 이별을 고합니다.

황천국에 갔다 온 더러움을 씻기 위하여 이자나기는 바다에 들어갑니다. 바닷속에 들어가기 전 지팡이를 버리자 신이 태어나고, 허리띠를 버려도 신이 태어나고, 자루를 던져도, 윗옷이나 바지를 벗어도 신이 태어납니다. 모자나 팔찌를 버려도 신이 태어납니다. 바닷물 속에서 몸을 씻을 때도 신이 태어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왼쪽 눈을 씻자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태양신), 오른쪽 눈을 씻자 츠쿠요미노미코토(달의 신), 코를 씻자 폭풍의 신 스사노오노미코토가 생겨납니다.

 

이 이후로 흥미진진한 신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만, 지면 관계상 더는 이야기를 전할 수가 없습니다. 단, 위에서 인용하고 있는 신화에서 몇 가지 점만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이 신화에는 국토를 낳고 신을 낳는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탄생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신들의 세계와 국토 탄생의 신비함, 그리고 위대하고 지혜로운 신들의 계보를 이어가는 천황의 위대함과 신성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초대 진무(神武)천황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의 후손으로 기원전 660년부터 기원전 585년까지 살았다고 알려졌지만, 후대 역사학자들은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 초대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오는 10여 명의 천황도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5-6세기에 접어들어서 천황의 혈통이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아마테라스는 일본천황가의 황조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으뜸인 리는 인간 창조의 이야기며, 그 인간이 성인됨에 따라 변화해 가는 세계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유일한 절대신인 어버이신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으며, 모두 다 즐거운 삶을 위해서 태어났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으뜸인 리에는 어떠한 차별의식도 없습니다.

둘째, 남신 이자나기와 여신 이자나미의 신명(神名)과 그 역할입니다. 이 신명은 천리교에서도 고스란히 쓰이고 있습니다. 이자나기는 남자추형의종자의리, 이자나미는 여자추형묘상의리에 해당하는 이름입니다. 이것이 천리교를 군군주의 일본의 국가신도로 오인하게 하는 여러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천리교가 오랜 세월 동안 정부로부터 많은 억압과 탄압, 굴종을 겪어왔는데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신화에서 이자나기, 이자나미는 일본국토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이후로는 부부의 연을 끊고 삶과 죽음으로 나누어서 갈라서게 됩니다. 하지만 천리교에서 이자나기, 이자나미는 부부의 본으로써 인간을 만드는 중추 역할을 합니다. 대립하거나 항쟁하는 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생명을 불어넣는 씨앗의 역할과 그것을 품고 낳아서 기르는 역할로서 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신화에 나오는 친숙한 신의 이름이 으뜸인 리에도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름을 쓴다고 해도 전하는 내용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것입니다.

가령 제 이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남들이 저를 두고 시중이라고 합니다. 통영에 사는 저 시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산에 사는 시중도 있고, 서울에 사는 시중도 있겠지요. 이름이 같다고 해서 통영 시중, 부산 시중, 서울 시중이 절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셋째, 결혼의식을 치를 때, 여신 이자나미가 먼저 말을 걸어서 부정을 탄 까닭에 뼈 없는 거머리 같은 아이를 낳았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신보다 남신을 우대하는 차별상이 엿보입니다. 으뜸인 리에는 이런 식의 차별보다도 동등한 가치를 지닌 두 성(性)의 5부5부, 둘하나의 조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넷째, 일본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각각 다른 개념들의 신입니다. 즉 다신교(多神敎)의 신입니다. 하늘의 신이 있고, 지상의 신이 있고 황천국에 있는 신들이 있습니다. 소지품에서 신이 나고, 시체에서 신이 나고, 몸을 씻어도 신이 생겨납니다. 이들 신은 각자 개별적인 신입니다. 개별적으로 생겨나고 개별적으로 죽습니다.

하지만 으뜸인 리에 나오는 신은 유일신(唯一神)입니다. 유일한 절대 존재입니다. 그런데 여러 신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것은 으뜸인 어버이신님과 별도로 존재하는 신들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버이신님이 지닌 속성을 열 가지 역할로 나누어서 설명하기 위해서 부여하는 이름입니다. 이 열 가지를 ‘십전(十全)의 수호’라 합니다. 십전이란 ‘모두 갖추어져서 온전하다, 완전하다’는 뜻입니다. 무엇 하나 빠져서도 안 되고, 무엇 하나 필요 없이 넘치는 것도 없습니다. 이것이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어버이신님이고, 이 열 모두가 우리 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있는 것이며, 이 열 가지 수호가 온전함으로써 이 세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열이 모여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따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길에서 열 가지 신명이 있다고 하지만 그 하나하나를 따로 떼놓고 섬기는 일이 없습니다. 그들을 따로 놓고 섬기는 사당이 없으며, 섬기는 교회도 없습니다. 그러나 신사는 신사마다 섬기는 신들이 각각 다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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