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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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71

 

사는 게 민폐?

 

 

박지수

 

어느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서,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많이 끼치는 것 같다.

아들에게도 짐이 되거나 민폐가 되면 어쩌나 걱정되고, 지수에게도 벌써 몇 년을 이렇게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거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지... 그런 나를 받아 주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그런데 너무 사는 게 힘들다보니 저절로 그런 말들이 나오고, 또 민폐를 끼치고....

그런 생각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죽고 싶지만 아들을 봐서 그래서는 안 될 거 같고...”

 

그렇지. 죽고 싶다고 죽어서는 안 되는 거야. 지금 네가 그 상태로 죽는다면(자살한다면) 너의 다음 생도 지금 그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

네 표현대로 다음 생에도 그렇게 징징거리며, 찌질 하게 살고 싶어? 정말로 지금 그 상태를 다시 반복하고 싶은 거야? 단순히 생각하듯 죽음이 끝이 아니야. 착각하거나 잘못 생각하지 말고, 잘 생각해야 돼.

그런데 친구야, 사람이 태어나서 사는 것 자체가 민폐야. 누구나 뭔가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누군가의 생명을 취하고 살아야 하잖아.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러니 사는 게 민폐인 셈이지. 하지만 그게 자연이고, 우리들 삶의 방식이잖아. 자연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란 걸 너도 너무 잘 알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삶이 편안해 져. 민폐라고만 생각해서는 내가 살 길이 없어. 민폐를 끼치고 사느니 죽을 수밖에 없잖아?

예전에 우리 부부가 산으로 들어갔을 때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 나물을 캐고, 두릅의 새 순을 꺾고, 고사리 어린 순을 땄었지. 모진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간신히 싹을 틔운 여린 새싹들을 꺾으며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어느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래와 같은 글을 엽서로 써 보내셨어.

[절간 스님들은 자기 발에 밟혀 죽는 곤충이나 동물들이 없도록 지팡이로 다닐 때마다 내가 지나가니 비켜라, 조심하라는 의미로 쿵쿵거리면서 다닌다.

어느 때 한 스님이 생각하기를 아무리 지팡이로 쿵쿵거리며 비키라고 신호를 하더라도 자신의 두 발 때문에 많은 생명이 죽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괴로웠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두 다리가 아니라 한 다리로 걸으면 조금은 더 적은 피해를 줄 거라고 생각이 들었대. 그렇게 민폐를 줄이고자 한 다리를 잘라내고 외족 선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이 한 다리와 목발로 다니는 자신이 두 다리였을 때보다 한 다리일 때 더 힘이 주어지는 걸 느낀 거야, 그렇다보니 그 한 다리에 밟힌 생명들이 즉사하는 것이었다. 두 다리로 걸을 때는 밟혀도 조금 다치거나 하였지만, 한 다리로 쿵쿵 바닥을 세게 짚으니 생명들이 바로 뭉개져서 죽을 수밖에...

생각다 못한 착한 선사께서는 한 다리마저 자르고 칩거하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뭔가를 깨달은 선사는 두 목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걷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잘 생각해 보라!]

이 외족선사 이야기를 들으니 무슨 생각이 드니? 그 선사처럼 그렇게 지나친 비약을 하다보면 이 세상에 사는 것 자체가 민폐가 되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다른 생명을 먹고 살도록 만들어졌고, 그렇게 살아야만 생명을 유지하며 살 수 있어. 그게 자연이고, 그게 삶의 기본규칙이지.

 

그런데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하는 데, 그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어쩌면 그건 오해, 지나친 자기비하라고 봐. 사실 나도 너에게는 반찬거리며 먹을거리나 생필품을 때때로 보내지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거든. 보낼 수 있는 것은 나눠주지만 대신 나도 너에게서 다른 것을 얻으니까 친구라는 관계가 성립되는 거지. 인간관계란 게 주고받고, 오고가고 하는 교류가 기본이니 일방적인 관계란 있을 수 없지. 만약 있다 해도 그런 관계는 이렇게 오래가지 못하지.

너는 내가 널 일방적으로 돕고, 넌 내게 민폐를 끼치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지. 나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배우고, 또 기쁨을 얻는 거니까 일방적인 민폐는 절대로 아냐. 그 모든 것을 민폐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 혹은 자기비하라고 할 수 있겠지. 네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서 마음이 자꾸 우울해져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만, 민폐만 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이렇게 너랑 통화를 하면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많거든. 간접 경험도 하고, 네 걱정을 하다가도 이렇게 전화통화를 통해 네 마음이 조금씩 밝아지면 내 마음 역시 밝아지거든.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지. 그러니 내게도 이런 일은 고마운 거야. 이런 것을 우리 천리교에서는 남을 도우면 제 몸 도움 받는다.”고 표현해. 딱 맞는 말이잖니?

지금 네 주변에서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고, 마음이나 시간을 내서 신경을 써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네가 민폐만 끼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 분들의 관심, 애정을 받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 아닐까? 그런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럽고 괴로운 민폐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기도 하고, 잘못된 착각이라고 생각해.”

 

순수해서 잘 깨닫는 친구는 통화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 그래. 맞아!! 이제 마음이 편해져서 오늘밤 잘 잘 수 있겠어. 민폐가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는 거란 말이지? 정말 그 말이 감동이야~. 아까는 머리가 어찌나 무겁고 복잡하던지 우울하고 괴로웠는데, 지금은 맑음이야. 지수가 아니었더라면 내일, 모레, 계속 전전긍긍 힘들어하며 잠도 못 잤을 텐데! 고맙다, 지수야!“

 

한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편안해 지는 것을...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한 사람이 편안해지면 내 마음 속의 한 부분도 함께 편안해진다. 용재의 힘은 말 한 마디에 있다고 하는데, 내 말 몇 마디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되었다니 참으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