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천리교입니다

김연수(도성포교소)

짧지 않은 시간 동네에서 장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얼굴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진주시라는 행정단위가 서울이나 부산으로 치면 ‘구’ 하나 정도의 규모이다 보니 시내 어디를 가도 동네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 시내에서 전도하는 모습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동네에서 저를 아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울 것이고 제가 함부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도하러 다니는 저와 연결 지어져 판단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천리교’와 연관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전도하러 다니기 시작한 이래 수년 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 대해 직접 제가 인지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저 상상 속의 일에 대해 은근히 걱정하고 조심만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희 가게에 식재료를 배달하시는 분들은 모두 트럭을 운전하시고 시내를 돌기 때문에 주로 큰 차도로 전도하러 다니는 저를 볼 기회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고, 실제로 먼발치에서 저를 알아보고 빤히 응시하는 모습을 뒤통수가 따가운 눈치로 몇 번 대한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게에 와서 그런 것에 대해 대놓고 물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소심한 마음으로 제가 전도 다니는 모습에 대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장사나 제대로 할 일이지…….’ 하며 비웃거나 대놓고 물어보자니 신앙에 대한 따분한 설교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되어 묻지 못하는 것이라 추측만 할 뿐이었습니다.

식재료를 대시는 분 중 한 분과 얼마 전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서 몇 번 다툼이 있을 뻔한 것을 꾹꾹 눌러 참아서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도 시내를 돌다 제가 전도하는 모습을 몇 번 봤을 법한 분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 것을 알고 있던 터였기에 다툴 뻔한 것을 그런 핑계로 참을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며칠 전에 그분이 물건을 다 내려놓고 가게에서 나가시던 참에 벽에 걸린 ‘천리교’가 쓰여 있는 달력을 보고 비웃듯이 물어보는 겁니다. “‘천리교’가 뭐하는 뎁니까? 불교하고 비슷한 겁니까?” 하고 물어보기에, 제가 아는 대로 “천리교는 잘 되는 것을 바라고 기도하는 데가 아니라, 자신을 닦아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하고 시작해서 몇 가지를 더 설명해줬더니, 처음에는 비웃듯이 물어보던 표정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이것저것 더 물어보게 됐습니다. 또 거기에 대해서 성의껏 대답해줬더니 나가면서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라고 인사까지 하고 갔습니다.

그렇게 그분이 가신 후에 드는 안도의 생각, ‘다툴 뻔한 것을 참기를 참 잘했구나.’ 또,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해도 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천리교’의 전부가 될 수는 없어도 ‘천리교’ 다니는 사람은 저렇구나. 하는 편견으로 비칠 수 있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현실로 다가온 날이었습니다.

전에 어떤 선생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당신이 천리교입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덕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거창하게 전도하러 다니는 것에 앞서 단지 천리교를 신앙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본이 될 수 있는 행동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