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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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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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함이 없도록...

 

김영진(진양교회장)

 

나는 중학교 까까머리때부터 새치머리여서 흰 머리까락이 조금 섞여 있었다.

그러던 것이 교회장으로 취임하고부터는 눈에 띄게 하얀 머리로 변해갔다. 전도청에서나 교구에서 교우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받게 되는 인사말이 머리카락이 하얗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염색을 한다는 것은 애당초 생각지 않은 일이어서 서리가 내려앉았다느니, 백발이 다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진양교회로 들어오는 동네어귀에 있는 정자나무 아래에 모여 있는 동네 할머니들조차도 나를 거의 매일 보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보면 흰머리가 인사꺼리가 되었다.

단골로 가는 미용실의 미용사는 머리가 보기 좋게 희게 되었다며 굳이 염색 할 필요는 없겠다고 해서, 나이가 들어 생기는 것을 어쩌겠느냐며 흰머리를 들이댄다.

 

한 달 전 쯤, 집에 전회장님이 염색을 하시고 남은 것이 있어, 등 떠밀려 염색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밤에 전회장님께서 손수 해 주시는 염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밝지 못한 전회장님의 눈으로 갑자기 하게 된 염색이어서 제대로 잘 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거의 처음 하는 염색이어서 나름 마음이 들떴다.

제대로 될 턱이 없는 염색이었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은 염색으로 오히려 잘 된 것 같다는 식구들의 의견으로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다음 날, 나는 염색한 머리가 어색해서 필시 다른 사람들로 부터 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을 각오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평소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머리가 하얗다는 말로 시작하던 인사가 없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흰머리에서 약간은 검은 머리로 하루아침에 바꿔졌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대한 인사말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되었는데도, 머리카락에 관한 관심은 아예 없어진 것이었다.

전도청을 가도, 교구를 가도, 고성교회를 가도, 동네를 드나들었어도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여자들은 마음의 변화가 있으면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고 하고, 또 머리가 바뀌면 무슨 일이 있냐고도 이야기하며, 바뀐 머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한다는데, 20년 가까이 흰 머리카락으로 살다가 다소 검게 되었는데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것에 무관심의 정도를 넘어 존재감이 없는 채로 그동안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더욱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머리카락으로 내가 느끼는 문제를 넘어 이 길을 함께 가는 교우들이, 일렬형제들이 안고 살아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우리들이 얼마나 어루만져 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겉으로는 밝은 웃음을 하고 있고, 만날 때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혼자 아파하고 혼자 괴로워하는, 그래서 결국에는 서로 간에 등을 지기도 하고 떠나가는 수많은 ""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괴로웠다.

 

서로돕기, 일렬형제라는 교리말씀이 무색하게 된 이면에는 나만 좋으면, 지금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행태가 팽배해 있음을 돌이켜 보아 섭섭하게 생각하는 점은 없는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원하며 늦게 가더라도 함께 손을 잡고 정말 교조님께서 바라시는 즐거운 삶의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신님의 참된 일꾼이 되어야겠다.

 

어버이의 눈에 섭섭한 자는 언제

꿈결같이 사라질지 모르는 거야 1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