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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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 67

 

귀한 나, 소중한 당신

 

박지수

 

한 무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전생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나 자신의 전생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몹시 궁금해 한다. 특히나 자신의 전생이 어느 나라의 왕이었다, 공주였다, 귀족이었다, 훌륭한 장군이었다.’ 하는 말을 들게 되면 더 자랑스러워하며 열을 올린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이 길의 사람이라면 모든 이들이 벌레, , 짐승 등으로 8천 여덟 번의 환생을 거쳐 인간이 되었고, 그 뒤에도 수없이 많은 생을 환생하면서 살아왔다는 걸 믿는다. 이 길 밖에서도 전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고, 기관들도 있고, 남의 전생을 읽는 사람이나 자기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수없는 생을 살아온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렇게 많은 전생들을 살았다면 어느 한 생에선 왕이나 왕족, 귀족, 장군이던 때도 있었을 것이고, 어느 전생에선 도둑, 강도, 살인자, 거지로 살았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느 전생에서는 현자나 고고한 수행자나 고매한 인격을 지닌 위인이었던 때도 있지 않았을까.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많거나, 부자로 산 경험도 있었을 것이고, 신분이 천하거나, 불명예스럽게 지내거나 거지로 산 경험도 분명 있었다고 믿는다.

 

이렇게 여러 생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고, 깨달음을 얻어서, 성인해 가는 것이리라. 태아는 엄마뱃속에서 벌레, 날개 달린 새, 네 발 달린 짐승의 모습을 거치면서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자라난다고 한다. 즉 태초 이후에 겪었던 모든 과정들을 엄마뱃속에 있는 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거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토대를 바탕으로 다들 새 몸을 받아 이생에 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영혼에 꼭 알맞고, 꼭 필요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래야 어버이신님이 바라시는 마음성인의 경지에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자 지금 어떤 처지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가더라도 소중하지 않는 생은 없다고 본다.

 

으뜸인 리에 보면 인간은 99만 년은 물속에서 살았고, 6천 년은 지혜를 주셨으며, 3999년은 문자를 가르치셨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이생에서 어떤 정도의 학력을 가졌고, 어떤 배움을 거쳤느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어버이신님께서 주신 6천 년의 지혜가 기본적으로 우리 영혼에 다 저장되어 있다. 거기다가 수없는 환생을 거듭함으로써 쌓인 경험과 지혜와 깨달음 역시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가 더 배웠니, 못 배웠니 하며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으며 이생에서 배운 몇 십 년의 지식으로 뽐낸다는 것은 얼마나 가소로운 짓인가. 이렇듯 이 길의 가르침은 단지 지금 한 생만 보는 것이 아니고, 태초 인간을 창조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영원말대까지를 생각하는 아주 긴 안목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어버이신님께서 우리 영혼에 미리 저장해 놓은 6천 년의 지혜를 써 먹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런 가르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비록 안다고 해도 제대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생각으로 여덟 가지 티끌로 가로막고 묻어버린 탓이리라.

 

어디선가 읽은 인상적인 이야기 두 가지가 생각이 난다.

어느 쇠락한 수도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그곳은 한때 아주 유명한 명소였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고, 수도사도 많았던 크고 명성 높은 수도원이었다. 어쩐 일인지 어느 날부터 차츰 쇠락하여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게 되었고, 수도사도 불과 다섯 명만 남게 된 몰락한 수도원이 되었다. 그곳에 우연히 현자(賢者)가 찾아왔을 때, 수도원장은 수도원을 어떻게 하면 과거처럼 명성 높은 수도원이 될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현자는

여기 계신 다섯 분 중에 한 분이 아주 뛰어난 분입니다. 그 분으로 인해 앞으로 이 수도원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다섯 명 모두에게 전해졌고, 서로는 상대가 수도원을 되살릴 훌륭한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혹시 나 자신이 그런 뛰어난 사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에게도 기대와 존경을 가지고 대했다. 그러자 그 곳의 분위기가 점차 변해갔다. 수도원장을 비롯한 다섯 명이 점차 바라보기만 해도 존경심이 우러나는 현자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그렇게 되니 음울하기만 하던 수도원 분위기가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변해갔고, 그 분위기를 타고 사람들이 한 둘씩 모여들었다. 마침내 수도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또 한 가지는 정승이 된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일로, 어떤 스님이 어느 집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부모가 매를 들어 아이에게 때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스님은 그 집으로 들어가서 아이에게 넙죽 큰 절을 했다. 그러자 부모가 깜짝 놀라

아니, 스님, 왜 이러십니까?”고 하니

이 아이 관상을 보니, 틀림없이 정승이 될 상입니다. 그래서 절을 했습니다. 앞으로 정승이 될 이 아이를 잘 키우십시오,”

하고는 길을 떠나갔다.

그 부모는 그 뒤부터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 정승이 될 아이라고 여겨 귀하게 대하고 잘 키웠다. 마침내 아이는 정승이 되었고, 자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해준 용한 스님을 백방으로 찾았다. 간신히 찾아서 어떻게 정승이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물어보니 그것은 쉬운 일입니다. 아이가 정승이 될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키우면 정승이 되는 법이지요.”라고 했다고 한다.

 

두 이야기에서 말해주는 것은 자신이나 상대는 믿어주고, 봐주는 대로 된다는 것이다. 각자 영혼에는 이미 많은 경험들이 쌓여있으니까 믿어주고 봐 주는 대로 싹을 틔울 수 있는 것 아닌가. 보통의 아이라도 선생이나 부모가 뛰어난 아이라고 믿고 그리 키워주면 그렇게 된다는 실험이 많다.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도, 식물도, 물도 어떻게 믿고 바라봐 주고 믿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여러 실험 사례들이 말해주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어버이신님께서 6천 년의 지혜를 심어주셨다는 사실이 떠올라 과연,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친필이나 지도말씀에서도 어버이신님은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믿는 대로 된다고 일러주셨고, 교조님 일화 속에서도 엿보인다.

친필에서

온 세상 신에게는 모두 다 자녀 사람들은 모두 어버이로 생각하라 4-79

온 세상 사람들 어버이에게는 모두 다 자녀 귀여운 나머지 무슨 말을 할는지

14-52

이 세상 높은 산이나 골짜기나 어버이에게는 자녀일 뿐이야 14-53

이 이야기는 누구의 일이라 말하지 않아 어버이에게는 모두가 다 자녀야 14-78

이 이야기는 누구의 일이라 말하지 않아 온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자녀야 15-68

모든 자녀들은 귀엽기만 해서 누구도 결코 차별은 없지만 15-69

 

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우리 인간들은 모두 어버이신님의 자녀다.

그런데 자녀는 누구를 닮는가. 당연히 부모를 닮는다. 어버이신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누구를 닮을까. 당연히 어버이신님을 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서로 형제·자매로서 참으로 귀하고 귀한 존재다.

비록 현생에서 자신이 이루어야 할 마음성인의 숙제가 있어서 각자 다른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귀하고 귀한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다. 겉보기에 아무리 천하게 보일지라도, 중요한 것은 그 사람 나름대로 이생에서 숙제를 받아 마음성인의 단계를 성실히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여 그를 무시하거나 비웃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 마음에 교만이 올라올 때마다 6천년의 지혜를 생각한다. 그러면 높아지려던 마음이 스르르 내려감을 느낀다. 모두가 신의 자녀로 6천년의 지혜를 받았고, 더구나 수없는 생을 살아오며 축척해 온 지혜가 넘치는 오래된 영혼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안다면 오십 보, 백 보 차이인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내 잘 났니, 너 못 났니할 수가 없다. 나도 귀하고 당신도 소중한 어버이신님의 자녀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