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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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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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할머니

박혜경(진홍교회)

 

며칠 전 제물장을 보러 시장에 갔었다. 거기서 시장에 나오신 신자 할머니를 뵈었다. 할머니께서 나를 보시고는 혹시 빨래 잊어버린 거 없나?”하신다. 뒷집 할머니가 보니 우리 집에 빨래가 하나 떨어졌다는 거다. 그래서 그걸 가져가라는 말씀이셨다. 빨래를 널며 한두 개 되는 것도 아니고, 빨래 줄 세 개에 건조대까지 하면 4~5개는 기본으로 널기 때문에 거기서 한두 개 빠진들 일일이 개수를 안 세기 때문에 특별히 외출복이 아니면 잊어버려도 모르고 지내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생각해봐도 특별히 잊어버린 건 없고, 여러 생각 끝에 혹시 다용도실 청소할 때 쓰는 애들 작은 옷을 너는 것이 있는데 그게 정식 빨랫대가 아니니 그걸 보고 그러시나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부인회 날 할머니가 오셔서 혹시 찾아봤냐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아무리 담 넘어 옆집을 봐도 천하나 떨어진 게 없고, 우리 집에도 없고 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했다. 할머니는 흰색 천이라서 신경이 쓰인다고 꼭 치우라고 하셨단다. 나는 할머니들은 참 이상하시다. 왜 남의 집 일에 그리도 관심이 많으신가.’ 하는 생각에 약간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부인회를 마치고 신자님들 배웅을 하고는 현관으로 들어서려는데 뒷집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우리 집으로 걸어오신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는 뒷집 할머니께 어찌된 일인지 다시 여쭤봤다. 그랬더니 그 집에 빨래가 넘어간 것도 아니고, 우리 집 마당에 있는 것도 아닌 할머니 집 거실 뒤쪽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우리 집 창고 지붕위에 흰색 천이 떨어졌다는 거다. 그 말씀을 듣고는 대문 쪽에서 우리 집을 쳐다보니 뭔가 하얀 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 이제야 알겠네요. 제가 당장 치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할머니는 옛날부터 누가 죽으면 지붕위에 흰 옷을 던졌는데, 그게 생각이 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을는지 걱정이 되어서 기다리다 안 되니 직접 오신 것이다. 그래서 의자를 놓고 지붕위에 큰 막대를 들고 저으니 나오는 것이 회장님 흰색반팔티였다. 여름에는 반팔 티로 입고 겨울에는 런닝으로 입는 건데 그게 없어진 줄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괜한 간섭한다고 불만을 품었으니……. 그 생각을 하니 할머니가 너무 감사한 것이다. 그리고 불만을 품은 것에 대해 뒷집 할머니께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뒷집 할머니를 뵈면 다시 인사를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이 기침을 조금해서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을 하나 먹었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일어나지 못하고 아픈 거다. 이틀째 되는 날 할머니 말씀을 듣고 흰 천을 치우니 그날 저녁부터 회장님이 조금 움직일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미신을 잘 믿지는 않지만, ‘혹시 그 천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떻든 어른들 말씀 들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우리 동네는 따뜻한 봄날부터 가을까지 햇빛 좋은 곳에서 어르신들이 바람 쐬며 이야기하시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우리 집이 바로 보인다. 그래서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다 아신다. 내가 집에 들어갈 때면 딸은 좀 전에 들어갔고, 아들은 일찍 왔더라. 그런데 또 나가더라.” 하시며 우리 집 상황을 미리 다 알려주신다.

큰애는 또래에 비해 덩치가 작다보니 학교 갔다 오는데 할머니들이 항상 유치원 다녀오냐고 물어보셔서 그 앞을 지나기 싫다고 어릴 때 한 적도 있고, 작은애는 남다른 몸매이다 보니 할머니들이 애를 세워놓고 다리도 만지시고 배도 만지시며

너거 엄마는 뭘 이리 잘 먹이기에 니가 이리 건강하노?”

하시면 애가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뻘쭘하게 서 있다가 온다고 누나가 그 모습을 흉내를 내며 이야기를 해줘서 온 가족이 배를 잡고 웃은 적도 있다.

한 번은 작은애가 갑자기 안 보여서 온 동네를 다 뒤져도 안 보이고 애가 가본 길은 다 다녀도 없어서 결국엔 파출소까지 가서 신고를 하려했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으면 실종신고가 안 된다고 했었다. 그 때 동네 할머니들이 노시다가 그 얘기를 듣고는 뿔뿔이 다 흩어져서 결국에는 할머니 중 한 분이 애 손을 잡고 찾아오신 적도 있다. 이런 동네에 살다보니 어쩔 땐 너무 과한 관심에 불편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그 어르신들 덕분에 아이들이 어린데도 둘만 남겨놓고 잘 돌아 다닌 것 같다. 물론 어버이신님이 지켜주고 계시지만, 항상 우리 집을 늘 지켜봐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게 무척 든든했었다. 이제는 그런 분들도 많이 출직하시고 몇 분 안 계신다. 부디 그 어르신들이 지금처럼 편안히 사시다 좋은 출직을 맞이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