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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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11월]감사의 인사 - 김연수

2015.11.01 06:39

편집실 조회 수: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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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인사

 

김연수(도성포교소)

 

점포를 운영하다 폐업을 하게 되면 문 앞에 인삿글을 적어놓은 걸 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서울에 살 때는 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지방 소도시에 살다보니 자주 보게 되는 광경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오랜 시간 영업하던 점포인 경우 인삿글을 붙여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오래된 이발관이 문을 닫았을 때, 가게를 운영하시던 연세 좀 드신 사장님이 작은 A4지에 볼펜으로 써서 입구 유리창에 붙여 놓았던 인삿글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인 즉, “사정상 영업을 못 하게 되어 가게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가게를 찾아주셨던 고객님들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게 도리인 줄 알지만, 사정상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동안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매끄러운 글씨체로 쓰지도 못했고, 맞춤법도 간간히 틀리게 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매일 다니는 길목에 있는 이발소여서 그 사장님 얼굴은 봐서 알았지만 그 곳에 머리를 깍으러 가 본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가게에 특별히 정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써 붙여놓은 인삿글에 괜스레 감동 되어 한참 쳐다보다 지나친 적이 있다.

전도 다닌다고 한 번씩 지나다니는 길에 규모가 작지 않은 자동차정비소가 하나 있다. 그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평상시에 그곳에 정비를 위해 대기하는 차가 가득한데, 그 방향으로 가는 먼발치에서 보니, 주차장에 차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저 집도 토요일은 영업을 안 하나보다.' 하면서 지나가려는데 주차장 건너 저만치에 조그마한 현수막이 하나 붙어있고, 뭐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뭔가 싶어서 건너편에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정상 정비소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어 지난달 말일부로 정비소를 폐쇄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동안 찾아주신 고객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의 글이었다.

그 정비소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내가 단골 삼아 다니던 곳이기도 했다. 어느 자동차 브랜드의 지정 정비소라 그곳 소장이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인지 본사의 직원인지는 모르겠는데, 거기서 오래 일한 정비사하고도 어느 정도 안면도 있었던 곳이다. 더군다나 며칠 내로 그곳에 자동차 오일을 교환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셔터문이 내려진 작업장과 넓은 마당에 차 한 대 있지 않아 더 황량해 보이는 주차장, 그 너머 사무실 유리창에 붙여진 인삿글을 한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가깝게 알고 지내던 또래 아는 사람이 얼마 전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 기분이 참 묘했다. 마침 그 옆에 식당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일을 하고 있길래 정비소가 무슨 일로 문을 닫았는지 혹시 아느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말만 듣고 돌아섰다.

가게들이 모여 있는 길목에서 장사를 하다보면 주변에 어느 가게에 새로 개업했다며 잘 부탁한다고 떡을 들고 인사를 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점포를 개업하고 또, 시기가 어느 정도 되서 폐업을 하는 경우, 그 가게 주인들이 굳이 손님들에게 고마웠다는 인삿글을 안 붙여놔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그런 인삿글을 붙여놓은 걸 보고 있노라면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감정도 따라온다.

물론, 그 분들은 거의 천리교 신앙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는 손님에게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줬던 세상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