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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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10월]자몽 - 박혜경

2015.10.03 08:32

편집실 조회 수:183

자몽

 

박혜경(천리교 진홍교회)

 

몇 년 전 전도청장님께서 한국에 있는 리받은 교회 순교를 다니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 중에 저희 교회가 제일 마지막이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저는 결혼할 때 이미 남편이 교회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교회장 사모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봉고제를 하며 고생한 기억도 없고, 큰 행사를 저희 교회에서 치러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도청장님 순교라고 하니 마음이 많이 부담되어 시간을 미루어오다 드디어 저희 교회도 순교를 오시는 날이 정해졌고, 신자님이나 용재님들이 많지 않아서 친정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전부터 집안 곳곳을 청소하며 페인트칠도 하고, 덕분에 교회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물을 사려고 의논을 하다가 전도청장님께서 순교를 하시고 돌아가실 때 뭔가 제물을 싸 드리기로 의논이 되었고, 그 분이 좋아하시는 과일이 자몽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제물비를 얼마 주시면서

자몽을 청장님 드릴거 하고 우리 며느리 꺼도 같이 사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마침 저희 새언니가 일본인이고, 자몽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귀한 첫 애도 가졌으니, 겸사겸사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몽과 한라봉, 오렌지 같은 종류를 크기가 비슷하다면 구별을 잘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말로는 하고 대답했지만, 일단 집안 구석구석 히노끼싱이 중요하기에 거기에만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니 드디어 월차제 전날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진동은 월차제 전날인 9일이 장날이기에 아침 일찍 제물을 사서 준비를 하여, 다음날 월차제를 올립니다. 그런데 저 혼자 생각에 만약 자몽이 없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마트에서 자몽을 보지 못했고, 만약 산다면 마산에 있는 백화점까지 가야되는데, 월차제 전 날 할 일이 많은데 제물 한 가지를 사러 동네 밖을 나간다니 그럴 시간도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밖으로 장보러 가 본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선 진동시장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렇게 시장에 갔는데, 제가 가는 과일 가게는 가게가 아니라 장날 마다 외지에서 온 상인이 난전에서 과일을 파는 곳입니다. 조그마한 동네 시장에 그것도 대도시도 아닌데 그런 곳에서 자몽을 판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그곳에 가니까 자몽이 두 소쿠리도 아닌 한 소쿠리가 떡 하니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기쁘고 반갑고 황당하고 놀랍고 모든 단어를 다 쏟아 부어도 말 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주머니께

아주머니, 저 자몽이 필요했는데, 자몽을 어떻게 가져 오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께서

그냥 오늘은 한 번 가져오고 싶어서 가져와 봤다.” 하시는 겁니다.

여러분도 놀라셨죠? 그 자리에 있었던 저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 와중에 할 건 다 했습니다.

이거 맛은 있나요?” 하니까,

맛은 내가 보장한다. 이거 백화점 들어가는 건데 내가 한 번 가와 봤다.”

하셨습니다.

저는 두 소쿠리도 아닌 정말 신님전에 올리면 딱 좋은 숫자로 한 소쿠리에 놓여 있는 자몽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다른 제물은 안 사도 될 정도로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 후로 진동 장날에 자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다 둘러봐도 그날 제가 과일을 사는 그 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왔고, 새로 생긴 마트에 어쩌다가 한번 씩 보이면 그 날을 생각합니다.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그 일은 제 평생 잊지 못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돌이켜보면 이처럼 어른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정성을 신님이 받아주셨구나!’ 이 일은 신님의 수호 말고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신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고, 그 정성이 신님께 통한다면 다른 일들도 이 일처럼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일들이 신님의 수호를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