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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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08월]마지막 선물 - 박일순

2015.08.09 09:21

편집실 조회 수:62

마지막 선물

 

대야교회 박일순

 

 

비가 내릴 것 같은 회색의 봄날

수많은 사연을 안고

강습소에 오신 그대!

말로만 듣던 명약들을 가방 한 가득 내려놓고

내 약을 먹으면 복어 독이 들어

위험하다고 말 했던 그대!

수강생활 내내 누룽지 죽만 마시며

그대 얼굴도 차츰

누룽지 빛깔로 변해져 가던 그대!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선생님들의 삶의 경험이 어우러진 교리(敎理) 명 강의와

어버이신님의 사랑 듬뿍 받으실 때

깊은 인연자각과 즐거움으로 충만하시어

차츰 성진실한 마음으로

변해져 가던 그대!

마음 문이 조금씩 열릴 때마다

제목 없는 소설책을 한 구절씩

읽어 주셨던 그대!

4월의 벚꽃보라 초록의 영롱함에

서둘러 자취를 감출 때

살아갈 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먼저 간 이들이

그렇게 살길 원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아니겠냐며 빙긋 웃으니

그럼, 기숙사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요?

내일의 도움이 되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던 그대!

텅 빈 텃밭은

반질반질 검푸른 상치들로 가득 찼고

한 여름 내내

수강생들과 신나게 쌈 싸먹고 웃었지만

상치 심은 그대는 떡잎도 오르기 전 가시고 없더이다.

이제 쫑이 올라 흰 꽃이 피고지면

그 씨앗을 받아

내년에 그대를 생각하며

상치 씨를 심으렵니다.

고인이 되신 그대에게 감사드립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