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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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년10월]불효자는 웁니다-허상탁

2012.06.12 22:21

편집실 조회 수: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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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웁니다.

 

허상탁(천마포교소장)

 

오늘, 74회 생신을 병원에서 맞으신 나의 고향이신 어머니께 이 글을 바쳐봅니다

오늘, 생신을 축하하려 병원으로 가기 위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당신의 손자와 함께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끝에 눈시울을 적셨답니다.

오늘 할머니 생신을 위해 너거 엄만 자갈치 시장에서 사시미를 사 오기로 했단다.

수술 후엔 사시미가 좋다는 구나.”

한참 후에 물었습니다. “니는 사시미와 육고기 가운데 어느 것이 좋으냐

당신의 손자는 사시미를 가장 좋아했는데 이젠 사시미를 먹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며칠 전 지가 병간호할 때의 이야기였답니다.

할머니가 식사를 반밖에 드시지 않은 어느 날 옆 침상의 아들이 사시미를 사 오셨다나요. 할머닌 그걸 보시더니 그게 뭔 줄 뻔히 알면서도 그게 뭐냐고 물었답니다. 그거 조깨만 주라고 하시더니 밥에 비벼서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밖에 나가 울었다고 합니다. 그 울음의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듣는 나도 자꾸 눈물이 났답니다.

녀석이 병간호 다녀온 후에 할머니께 좀 잘해 드리면 안 됩니까하고 반항쪼로 한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어머님!

저의 불효를 용서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돌아가신 영전에서도 울 자격조차 없는 불효자가 아닙니까. 그렇게 그렇게나 반대하시던 포교의 길에 홀어머님 두고 떠나올 제 얼마나 야속했나요. 불구자 동생이랑 함께 두고 떠나온 포교 길, 다 떨어진 움막집 단칸방이 초라했든지 다시는 안 올 거라며 발길을 끊지 않았습니까.

이 좋은 세상에 남들은 좋은 집에서, 입을 것 먹을 것 남부럽지 않다는데 무슨 넘의 팔자가 이리도 박복하냐남편복 없는 년이 자식복이 웬 말이냐고 원망하며 살은 세월, 어찌 불효자가 그 속을 다 알까요

아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홀로된 스무일곱 살, 삼형제 키우면 남부럽지 않을거라 손가락질 받아가며, 호로자식 키웠건만, 자갈치시장 갯바람, 한여름도 써늘한데 동지섣달 그 추운 날도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다면서 칠순노구 아야~ 디야~’ 다리통을 호소해도 노병인줄 알았지요. 수술 받으면 좋아지는 건, 생각지도 않은 불효자식. 설사 좋아진다 한들 그런 효를 생각조차 못한 자식을 그래도 자식이랍시고 ! !’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외동자식도 장남도 아니면서 이팔청춘 홀로 되어 노부모 모시면서 다한 고생, 하늘땅이나 알까, 내 심정 누가 알까며 넋두리해 오신 지난 날을 어찌 필설로 다하리오.미숫가루죽 콩나물국죽 허기진 배를 안고 별 보고, 시오리 길을 괴기장사 다라이 이고 집집마다 개 짖기며 골목골목 누비시고, 청춘을 다 바쳐 다한다고 했건만, 온갖 유혹 물리치며 호로새끼 키웠건만.

그래도 저 새끼들 키운 보람 있을 거라 실날 같은 희망으로 포부로 키웠지요. 삼형제가 산에 가면 산신령도 감읍한다면서 누구집 그 놈보다야 못 할리야 있을라고 큰 소리 치시더니 한 넘 먼저 죽고, 한 넘 장애자에, 한 넘은 미쳤는데. 이제 이 팔자로 이 생을 마칠까 무슨 넘의 팔자가 이리도 사나울까.

기껏, 자갈치 시장 노점바닥에서 5000원도 못 버는 팔자, 자식들 뭘 하느냐고 물어도 남살스러워 말 못하신 우리 엄마.

오늘 병석에서 뵈오니, 연세에 비해 너무나도 늙으신 우리 엄마. 99살까지만 사시라며 손에 깍지 끼고 약속까지 받아내며 늙으신 주름살에 입맞춤을 해 본들 해맑은 그 미소 마냥 좋기만 했을까. 사시미에 초장을 듬뿍 넣어 아~ 엄마라고 부르면서

넣어드린 쌍추쌈이 제 맛이나 나셨을까.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엄마 우리 엄마, 당신 같은 팔자 안 만들라고, 나 같은 호로새끼 안 만들라고, 먼저 죽고 갈라서고 안 째질라고, 일가친척 주위 천대 안 받을라고, 아부지 일찍 죽고 어머니가 걸은 고생 값지게 할라고, 지금만 좋은 돈선풍기보다 몇 배 천배 억만배 좋은 말대만대를 봤지요.

이 집터를 가루도 없이 만들테야라고 하신 말씀 누구보고 했겠어요. 의 뜻대로 하는 거라며 용재되게 하시려고 여기까지 데려오신 위대한 뜻을 -

까치밥 하나 달랑 남은 저 감나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까치밥 하나가 태초의 인연일까, 신님의 조화일까. 주렁주렁 감이 주렁, 영원히 주렁주렁, 세세손손 만만세, 세세손손 만만세!

한탄하며 한숨으로 지새우신 과거 위대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께, 칠순기념으로 지바에 모셨을 때 그래도 니가 성공했다며 기뻐해 주신 당신이 고마울 뿐이랍니다.

지금, 오래 오래 살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지금 출직하셔도 이 아들의 이름으로는 당신 곁에서 밤샘 하나 해 줄 친구조차 없답니다. 부디 건강해 지시기를 74회 생신을 병원에서 맞이한 어머님께 바쳐봅니다

 

立敎 165(2002)27(음력 섣달 스무여셋날)

불효자가 드립니다. 아들 천리아

 

 

 

* 그러하셨던 어머님은 20061023일 향년 78세로 아버지 보다 세 곱 더 사시고 출직하셨다. 장례식 때 내 뒤엔 진주 영륭교회장 한 분만 오셨다. 그것도 영결식이 끝난 후 오셨다는 소문만 들었다. 실패한 포교에 실패한 인생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