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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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끈 놓지 않게 한 종교의 힘

 

신 정 윤(경남도민일보 기자)

 

마산역 앞, 헌칠한 키에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목탁을 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목탁도, 악기도 아닌 것이 처음 보는 요상한 물건이다.

"아 오야사마! 행복하십시오 여러분! , , , ."

이번 [동네사람]의 주인공은 이 악기를 박자목이라고 불렀다. 그는 천리교 천마포교소장 허상탁(61) 씨다.

 

 

 

 

지난 4일 오후 허상탁 천리교 천마포교소장이 마산역 앞 사거리에서 행인들을 향해 천리교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신정윤 기자

 

저보고 미친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심지어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뱅글뱅글 돌리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끄러워 할 줄 알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주니 취재가 한결 즐겁다.

"나도 사람인데 왜 그걸 모르겠습니까? 화도 나고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사실 취재를 하러 가면서 꺼림칙하기도 했다. 완전히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종교인일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자식자랑도 하고 덕담도, 농담도 건넬 줄 아는 평범한 동네 사람이었다.

허상탁 씨는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폐병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장애인인 형님과 동생을 수발하며 살았다. 남의 집 머슴살이까지 하며 밥 굶지 않으려고 갖은 고생을 다 했다. 이 모든 불행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군대를 다녀온 직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나 천리교의 교리를 듣고 이것이다 싶어서 종교인이 됐다.

하지만, 종교인의 생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결혼 후에 종교인이 되겠다고 결심하자 아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아내는 "당신이랑 살면 처자식이 굶어 죽겠다"5살 난 아이를 들쳐 업고 집을 나갔다. 이런 아내를 수소문 끝에 겨우 찾아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허상탁 씨의 자식들이 아버지인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포교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군대휴가를 나온 아들이 나를 외면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허 씨가 말끝을 흐렸다.

어쨌든, 아내는 버스정류장에서 콩국수를 내다 팔기도 하고,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대여해 주는 일까지 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나갔다. 어디 그뿐이랴? '빈곤을 알아야 빈곤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천리교의 교리대로 마산 합성동의 포교당(조립식 2층 건물) 터에서 16.5(5) 남짓한 텐트를 치고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허 씨는 배가 고프면 미숫가루를 먹으며 버텼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합성동 거렁뱅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2'다다미방'에 목조 천장으로 꾸민 훌륭한 예배당이 있을 정도로 형편이 나아졌다. 실은 이 집도 30여 년 동안의 움막과 컨테이너 생활을 청산하고 들어간 지 5년밖에 안 된 건물이다.

교인이라고 해봐야 9명이 전부다. 오직 교인들이 내는 성금으로만 살아나간다는 그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 원이 넘는 헌금을 받았다며 껄껄 웃어 보였다.

그는 가진 것은 없지만, 봉사활동을 해서 책까지 냈다. "남들이 웃도록 해주어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특별할 것도 없는 철학을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때는 직접 구조 활동을 하기도 했고, 현재도 국립 마산병원에서 결핵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이력은 통합 창원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수막을 붙이고 명함을 뿌리는 돈을 들이는 것보다 시장 후보로 소개되면 천리교 홍보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발상에서다. 참고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이기도 하다.

취재 내내 소수종교와 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생각했다. 서울이 대세고, 대기업이 대세고,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대세인 세상에서 소수종교 천리교를 믿는 이 아저씨. 그가 연주하는 박자목이 오늘은 이상하게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 이글은 경남도민일보 2011712일 자 [동네사람] 코너에 실린 기사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