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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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년02월]포교 나가던 날-강영근

2012.06.12 22:04

편집실 조회 수:2256

참여마당

포교 나가던 날

 

강 영 근 (경덕교회장)

 

* 1978112일 새벽 2. 동해 남부선 열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111, 오늘 신님을 모셨다.

교통님이 신명을 부르시면 사모님은 똑똑박자목을 치신다. 내 어머님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다. 꺼져가는 내 생명력을 다시 부르는 소리다. 나는 그저 쭈굴스러웠다.

어머님은 어제, 대략 준비를 해 놓고 내 모습이 보기 싫어 고향으로 올라가시고 나는 그저 짜디짠 소금을 씹으며 지경골 움마소가 여물을 되새김질 하듯이 했다. 서면중학교 뒤 전세 50만원에 월세 9천원 골방을 얻어 송선생님과 박선생님을 모시고 신진의 열 다섯 교우들이 여섯 자 방을 꽉 메운 가운데 말이다.

제물을 장만한 후 뒷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던 누님이 이제, 회사가도 되는교?” 하며 교통님께 여쭙던 말이 온 방에 여운 되어 어둡살이와 찡찡거리며 맞장구치는데 하나, 둘 가랑잎처럼 사람들은 이제 다 떠나가고 텅 빈 방에 덩그렇게 나 혼자 남았다. 칠성님처럼 모셔놓은 신전을 쳐다보니 그저 쭈굴스럽고, 낭패스럽고, 쇠꼬리라도 붙들고 엉엉 실컷 울고 싶다.

옆방의 쾌종시계가 10시를 친다. 부엌으로 뛰쳐나가 찬물을 끼얹고 냉방 속 싸늘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노라니 온갖 생각들이 똥파리 떼처럼 밀려들어 자꾸만 처절해진다.

어느 덧 새벽 2.

청량리행 동해 남부선 열차가 꽥꽥기적을 울린다. 내 온 몸을 찌릿찌릿하게 한다. 땅과 신전이 흔들린다.

이 기적소리는 중 2때 현대극장에서 본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영화 속의 주인공이 손에 땀을 쥐고 그림을 가득 싣고 달려오는 적의 기차를 폭파하려 들 때의 꼭 그 기적소리 같다. 그 속으로 손발이 다 닳도록 날 낳아 키워주신 지경골 할머님, 어머님의 얼굴이 눈물 속으로 뒤범벅이 된다.

어제 내가 어머님께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을 때 어머님은 눈물지으시며

니가 그라머 나도 마 안 살란데이...”

, 불효의 극치여!

그저께는 할머님께

나 마 이제 포교나갈람더

작별을 고하고 무거운 발길을 이끌고 두루미산 골목길을 돌아 나와 차를 기다리는데, 일흔 여든 해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신 할머님께서 구부러진 허리를 이끌고 동구 밖 신작로로 단숨에 달려 나오시며

야야, 이거 묵고 가거래이.”

가슴 춤에서 불그스레 뽀로통한 달걀 두 개를 꺼내어 내 양손에다 꼭 쥐어 주신다. 그 따스한 온기가 내 온몸에 스며든다. 그 온기에 나는 힘을 얻었다. 살고 싶은 힘을 얻었다. 할머님, 할머님을 죽도록 불러보아도 다 부르지 못할 그대 이름이여, 이 못난 불효 막심한 놈을 용서하이소. 어릴 적 철이와 유미와 호시타고 놀던 앞마당 소나무에다 내 마음을 꼬옥 새겨두고 싶어라.

내가 와 이래 됐노, ?

어릴 때 상쟁이 할머니가 나 보고 ***이 된다커디, 고헌산 암자에 들어가 남몰래 공들인다는 솔배기 상투쟁이 할아버지도 외가집에 가서 나를 만나기만 하면 귀인상을 섰다고 야단이더니. 억지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구름 잡는 생각이 나를 삼켜버렸지. 어제도 서면 네거리에서 고함을 지르는데 고관이 된 한 친구가 새까만 세단차를 하며 내 앞에 들이 대더니

, 니 여기서 뭐하노, ?”

나는 짐짓 기운찬 소리로

천리교 전도 한다, ?”

그래도 그래도 내 마음은 펑펑 울고 있었지. 눈을 감고 몸을 뒤척이니 학창시절 카니발을 마치고 에덴공원 저녁노을을 안고 불그스레 익어가는 갈대밭에서 너와 함께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매달리던 유미의 모습이 방금 내 눈 앞에 나타나 날 보란 듯 시위를 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회사나 관청에 들어가 장가들어 가정 꾸려 오순도순 된장찌개 끊여 먹는데 나는 와 회사에 들어가서 하루 이틀 사흘 밖에 근무를 못했소... 스무 다섯 해 동안 삼팔선에 석고화된 아버님 당신을 찾아 헤매다 기진했기 때문이지요. 말더듬이에게 진짜의 나를 빼앗겼기 때문이지요. 스무 다섯 해 머나먼 길 내 온몸을 칭칭 감은 열서발 넝구랭이 말더듬 헤매임아, 너 언젠가 내 살과 뼈를 갉아 먹다 갉아 먹다 배가 터져 자빠지거들랑 홀어머님 날 낳으실 때 피범벅된 여덟새 미영베 꼬장주로 고이고이 염을 하여 삼팔선 철책줄에 내 나이만큼 망향석된 아버님 발치가에 애고애고 짝지 짚고 묻어주마, 애고애고 굴건하고 묻어주마.

난 벌떡 일어나 꺼져가는 기적소리를 부둥켜안고 천신전에 엎드린다.

님이시여! 부디 욕심과 교만의 흙탕물 속에 잃어버린 진짜의 나를 찾아주시던 서면 네거리에서 병들고 헤매는 형제들의 가슴 가슴속에 웃음을 팔아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게 하소서. 그들이 손잡고 일에 용솟음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