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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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38

자기 빵 맛있게 먹기

 

박지수

 

사랑하는 아그니!

지난해부터 많이 힘들어하던 네가 이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거 같아 정말 기쁘고 고마워. 이번에 만났을 때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조금 정리하고 덧붙여서 네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안심이 되더구나. 그렇지만 그 노력이 꾸준히 계속될 수 있도록, 그 노력을 통해 너희 가족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어버이신님께 기원을 드리며 힘을 보낸다.

너와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내 빵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였지?

빵집에 가서 빵을 살펴보고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빵을 골라 집에 와서 먹기 시작했지. 그런데 한입 베어 먹어보니 맛이 없단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맛이 없으면 안 먹어도 되겠지만 손에 댄 것이라면 어떻게든 다 먹어야 된다는 게 세상의 암묵적인 규칙이지. 먹던 빵을 버리거나, 다른 빵을 집어 들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는 일로 보기 좋은 일은 아닐 거야. 만약 아직 어린 아이가 그렇게 하면 크게 지탄을 받지는 않아. 다만 부모가 아이 교육을 잘못 시켰다, 혹은 아이가 아직 철없다는 정도로 넘어가지. 하지만 만약 어른이 그렇게 한다면 그야말로 비난거리가 되잖아?

하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이런 철부지 어른들이 너무 많다. 때로는 눈치 때문에 빵을 버리지는 못하고 억지로 먹으면서 남의 빵이 더 맛있지 않을까 탐을 내고 말이야. 자기가 지금 들고 있는 빵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선택한 것인데 맛없다고 투덜거리고 남의 빵이 더 맛있을 거라고 상상하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정말로 맛이 없으면 꿀에 찍어 먹든지, 커피를 타서 함께 먹든지, 아니면 과일과 곁들여 먹어도 좋지 않아?

사실 남 탓 할 것 없지. 매순간 살아오면서 어떤 이유로든 남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 놓고 늘 다른 것을 꿈꾸는 일,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저질렀을까.

그 빵이 무엇이겠어?

그것은 내가 선택한 직업,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 마음씀(인연)에 따라 빌려받은 이 몸,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주변 사람들, 부모님, 혹은 자식일 수도 있지. 내게 다가오는 모든 일이나 사람들이 여기서 말하는 아니겠니?

이 빵을 달리 말하자면, 이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삶에서 배워야 하는 것)가 아닐까? 마음의 성장(성인)을 위해서 베풀어주시는 신님의 숙제 말이야. 풀기 싫으면 안 풀 수도 있고, 남한테 떠넘길 수 있겠지. 아니면 풀긴 풀되 저 사람 문제가 더 쉬운 게 아닐까 넘겨보면서 비교하거나 짜증내고. 이래가지고 마음의 성장, 참 행복을 이룰 수 있을까.

그게 어떤 빵이든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인데, 먹어보니 맛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남의 빵에 군침 삼키고. 혹은 힘들다고 도망가고, 남에게 떠넘기고. 이래 가지고 언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답은 언제나 빤하지 않아? 먼저 인정하는 것,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것 말이야. 그래서 내가 책임지는 것이지. 제 아무리 이게 내 빵이 아니야, 난 이게 싫어, 저기 있는 저 빵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 이 빵은 내 것이 아니라니까!!!’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인정하고 책임지지 않으면 괴로움만 불어나고 구속감만 늘어날 텐데...

너나 나나 피하지 말자. 선택한 빵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고 행복할지 노력해 보는 거지 뭐. 남의 것이 아무리 맛있게 보일지라도 내 것이 아닌 다음에야 탐내지 말고 내 것이나 다시 잘 챙겨 먹자.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야.

따끈하게 데워먹거나, 한 번 더 바삭 구워 먹거나, 차게 얼려서 먹을 수 있어. 아니면 소스나 잼, 샐러드와 같이 먹을 수도 있고. 우유 커피 쥬스를 곁들여 마셔도 좋잖아? 아이스크림에 발라 먹을 수도 있고, 견과류나 과일을 잘라 넣고, 꿀을 넣어 먹을 수도 있어. 그 외에도 온갖 방법들이 다 있을 거야.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론은 내게 주어진 빵을 어떻게든 맛있게 먹어내는 일이지. 맛있게 말이야. 지나가는 사람이 그 모습에 군침을 삼킬 정도로. 삶의 의미란 여기 있지 않겠어?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기보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주변에 나눠주는 것! 안 그래?

보통 사람들이 빵을 선택하는 이유가 냄새가 좋아서, 빛깔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혹은 모양이 맘이 들고 내 스타일이라서 선택했겠지? 그러나 그 선택 후에 실제로 먹어보면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맛이 다를 가능성이 아주 많지. 때깔이나 냄새만 좋거나, 모양만 먹음직스럽지, 원하던 맛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잖아. 모든 빵을 다 한 입씩 베어 먹어보고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지, 허용되지가 않아. 그리고 고른 빵을 다 먹기 전에 팽개치거나 바꾸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고통과 고민이 따르고. 그리고 행여 다른 빵으로 바꾸어 먹는다고 해서 더 맛이 있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지 않아?

 

헛짓 하지 말고 그냥 내 빵을 맛있게 먹자. 그것도 오지게 말이야. 맛없는 빵을 맛있게 먹어내는 것. 이게 단노 아니겠니. 단노는 전생인연의 납소래. 지금의 어려움을 빨리 벗어나게 하는 바탕이라는 게지. 참 좋은 말이지?

엊그제 네가 보여준 행동은 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에 하나로 보였어.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말로써 상대를 만족시키는 방법도 있겠지. 네가 고민하던 것처럼 말투를 바꾸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 무슨 방법을 쓰든지 그것이 일반적인 도덕이나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이라면 몸으로, 마음으로, 말로 모두 다 시도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엊그제 네가 그랬지? “마음으로는 다 아는 데 실제로는 그게 안 돼.” 맞아. 마음은 꿀떡같지만 행동이, 말이 마음처럼 안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 그래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스스로 통제가 안 돼서 결국 싸움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 아니니? 그래서 노력하다가 힘겨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을 거야. 내 힘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절망할 때도 많겠지. 오랜 세월 쌓여온 인연(마음쓴 길)이 그렇게 쉽게 떨어져 나가주는 것이 아니거든.

그래서 신앙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 내 힘으로 버거울 때 절대자 신님께 부탁을 드리고 위안을 얻는 거지. 우리는 지치기 쉽고, 잘 쓰러지기 쉬운 인간이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근행을 통해 신님의 힘을 받아서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그렇게 힘들고 끝이 안 보여 절망스러울 때마다 더욱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근행을 올리는 거지.

세상에 하나뿐인 내 배우자이고, 내 자식이고 내 부모님이니, 따지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것이 우리 인간이 만들어진 목적이기도 하니까 신의 뜻에도 맞는 거야. 경제적으로 얼마나 풍족한가, 이게 문제는 아니지.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이 어떠하든 인정하고 책임져서 끝내 서로 사랑하며 진실로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이생에서 내가 사는 이유 아닐까.

사랑하는 아그니!

이제 네가 맛있게 빵을 먹어 보려고 시작했으니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너의 노력이 머지않아 꼭 행복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오리라고 믿어. 부디 힘들 때 마다 신님께 더욱 의지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자꾸나. 참 행복에 도달할 때 까지, 파이팅!

 

 

8월 초, 햇살 따가운 날에 사랑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