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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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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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참 쉽지 않습니다.

신화교회 강영순

 

요사이 더해져가는 한 낮의 무더위에도 하루를 잘 보내고 계신지요?

매년 찾아오는 여름에 더운 것이 뭔 대수인가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한 겨울의 추위와는 달리 여름날의 더위는 자칫 불쾌지수를 높이고 평소에는 없던 불만과 짜증을 나오게 하여 하루를 불편하게 하기도 하기에 무사히 잘 보내고 계신가 여쭈는 안부는 요즘 저의 첫 인사가 되었습니다.

첫 인사하고 글로 적고 보니, 올해 들어서 제가 들은 첫 인사가 생각납니다. 정월 11일 저희 신화교회의 원단제를 마치고 들었던 회장님, 포교 30주년 축하드려요. 수고하셨어요.” 하는 제 아내 김복자 사모의 신년인사가 제가 받은 올해 첫 인사였습니다. 듣기가 송구스럽고 민망하기도 하였지만, 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인사였습니다.

저도 어느덧 천리교에 입신을 하여 포교생활을 한지도 올해로 꼬박 서른 해가 되었습니다. 여느 훌륭하신 선배선생님들과 회장님들처럼 어디 가서 나는 이랬노라 자랑스레 이야기할 만큼 대단찮은 이야기가 저에게 있지도 않고, 건실하고 크나큰 교회역사를 하여 번듯하게 포교 30년을 빛내주고 있지도 않습니다만, 일가친척은 물론 연고도 일절 없는 경북 영천 땅에서 천리교 전도사로서 크지는 않지만 교회도 손수 짓고, 나름의 하루를 항상 짧게 생각하고 열심히 포교전도에 매진하며 달려온 부끄럽지 않은 저만의 역사가 있기에 스스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30여년의 전도포교생활로 연한을 쌓아서 제가 큰 사람이 되고, 남들을 가르치며 배울 점을 두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느냐하면 물론 그것 또한 아닙니다. 다만, 작으나마 저 자신 스스로가 예전에 비해 조금은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었고, 갓난쟁이에서 이제야 걸음마를 떼고 일어서서 주위를 살피는 아이가 되었구나 하고 스스로 민망한 자찬을 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혼자서는 기껍지만, 근속으로 몇 년을 오래 하였다하여 주위 분들께는 감히 알리지 못함을 당연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스스로가 낯간지럽게도 30년이니,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겼다느니 하며 서두를 띄우는가 하면 어쩌면 당연하지만 참 입으로 떼기가 어려운 포교는 어렵다는 말이 요즘 들어서 입가에 계속 맴돌아서입니다.

맞습니다. 포교는 참 어렵습니다. 몇 년을 해오고 있건, 몇 달 전에 포교를 위해 이름 모를 곳에 터를 잡았건 모든 전도사의 포교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루 한나절 전도를 나가서 스무 여명의 신도를 데려오셨다는 선배선생님들의 전설 같은 전도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지만, 실제로 일선에 나선 우리들에게는 행인들의 무관심 혹은 차가운 시선, 무딘 종교에 대한 감성들로 인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만 합니다.

종일동안을 노방전도를 하고 가가호호 돌면서 신님의 말씀을 한마디 전하고자 발품을 팔아보지만, 좀처럼 이 길에 쉬이 인도되어 오는 이는 드물기만 합니다. 물론, 다행이도 말씀이 좋아서 혹은 신상사정으로 인해 입신하여 열심히 믿음에 정진해가는 신자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와 털어내지 못하는 티끌들로 인해 멀어지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포교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어렵다 여겨지는 포교이지만, 어렵사리 한분이 오시면 그것이 참 포교생활에 즐거움이 되고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데요, 얼마 전부터 저희 교회에도 오랜만에 매일 아침저녁 근행을 함께하는 신자분이 생겼습니다. 말씀을 전해 듣고 친히 교회로 오셨고, 지금은 백일작정으로 조석근행에 빠짐없이 오고 계십니다. 이번 여름의 첫머리로 찾아온 긴 장마의 빗줄기속에서도 젖은 양말을 조용히 문간에서 손수 짜내시고 맨발이 민망하신지 얼른 들어와 앉으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전도한 저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어주고 계십니다.

이렇게 보면 포교는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예전이라면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부지런히 말씀을 전하고 밤낮으로 근행과 작정을 실천하면 포교는 물론 구제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말씀을 잘 알고 믿음을 가져도 그것을 전하고자 하는 대상이 없다면 진정한 포교구제의 길을 가고 있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참 쉽지 않습니다.

사람나이로 서른이면 이립(而立)’이라 하여 공자께서는 모든 기초를 스스로 세우는 나이라고 하셨다는데, 올해 포교나이로 서른이 된 저입니다만, 모든 기초를 스스로 세우고 있는가하고 되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부디 큰 욕심 부림 없이 오시는 분께 감사하며, 한분이 되었건 두 분, 세분이 되었건 신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왔습니다. 모든 전도사분들이 이번 여름에도 무탈하시어 큰 더위 없이 나시길 기원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