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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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04월]그림자 - 김혜원

2015.03.30 08:47

편집실 조회 수:19

(2014 진주국화사랑 백일장 수상작)

 

그림자

 

김혜원(삼현여고 1, 도성포교소)

 

진 사람이 순대랑 떡볶이 사주기로 할까? 그럼 이슬이가 술래!”

야 싫어, 네가 하기 싫은 걸 왜 나한테 맡기는 거야?”

이슬이가 싫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진희와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곁을 떠나고 멀리 달려가 이슬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아이들은 이슬에게 손을 흔들며 빨리 자신을 잡으라고 소리쳤다. 이슬은 그림자놀이를 하기 싫어했지만 꾹 참고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아이들이 나 잡아봐라하며 뛰고 있을 때 이슬은 진희를 쫓고 있었다. 이슬이 진희와 가까이 다가가게 되자 이슬은 진희의 그림자를 밟았다. 하지만 진희는 꽁무니를 빼며 나 몰라라 하고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이슬은 하기 싫은 것까지 억지로 참으면서 술래를 했는데 진희는 모르는 척 달려가니 성이 안 날 수가 없었다.

, 백진희!”

이슬이 진희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진희에게로 달려가 진희의 등을 밀었다. 퍼억, 진희가 앞으로 넘어졌다. 진희가 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며 일어났다. 얼굴에서 무언가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주르륵, 진희가 따뜻해진 인중을 스윽 닦아내자 앓던 소리는 금세 울음으로 번졌다.

으아앙, 나쁜 김이슬. 네가 날 넘어뜨려서 이렇게 됐잖아. , 코피가 나잖아. 어떡할 거야, 김이슬. 으엉.”

진희가 울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돌아와서 얼어있는 표정으로 이슬을 바라보다가 진희를 부축해 준다. 이슬은 수전증이 걸린 듯이 덜덜 떨며 진희를 바라보았다. 진희는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엉엉 울기만 하고 있었다. 이슬은 땅과 붙어버린 다리를 겨우 떼며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아이들은 이슬의 뒷모습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 진희는 부축해 주는 아이들을 밀치고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번갈아가며 옷깃으로 닦아내었다.

며칠 뒤, 그림자놀이를 마지막으로 진희와 이슬은 만나서 놀지 않았고 학교에서 안녕이라는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은 채 서로 멀어져갔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이슬을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일쑤였고 진희는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썼다. 진희는 이슬을 욕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이슬은 그것도 모르고 항상 자신을 욕하는 아이들 주위에 있으려고, 진희와 같이 있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슬이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며 노을이 진 거리를 걷고 있을 때 긴 그림자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슬은 혹시 범죄자가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걸음을 빨리 하며 걷기 시작했다. 긴 그림자도 속도를 내며 이슬을 쫓았다. 이슬이 무서워져 달려가려고 하는 순간 긴 그림자는 금세 인간의 손이 되어 자신의 손목을 잡았다. 이슬이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진희가 이슬의 입에 검지를 대었다.

, 나야, 백진희

네가 왜 계속 날 쫓아오는 거야?”

너에게 순대를 사줘야 하니까.”

이슬이 당황한 표정으로 진희를 올려다보았다. 이슬의 손목을 잡고 있던 진희의 손이 어느새 이슬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슬은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이름만큼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이슬의 입을 진희가 검지로 또 다시 막는다. 그러고는 이슬의 그림자를 밟았다.

오늘은 내가 그림자놀이에서 이겼으니까 순대는 같이 사자.”

진희가 눈웃음을 치며 이슬의 손을 잡고 분식집을 향해 갔다. 진희와 이슬이 분식집에 들어가기 전의 긴 그림자가 서서히 옅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