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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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03월]설날 아침 - 최진만

2015.03.04 09:05

편집실 조회 수:48

설날 아침

최진만

 

가령 우리가 어슬렁거리며

대목장날 막걸리 한 사발 목을 적시고

수염을 쓰다 덤 듯, 턱 한 번 쓰다듬고

육자배기 한가락 구슬피 부른다하여

나직한 황톳길 고개를 넘으시던

흰 두루마기같은 아버지가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설령 케이텍스열차를 타고,

승용차를 타고 색동옷 입고

선물꾸러미 손에, 손에 들고 고향으로

달려 간 들, 그 옛적 설렘이 있겠습니까!

당신 품에 손자, 손녀 안기시던 설날아침

세배하는 가솔과 제물을 다듬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시든......!

음복술에 건강과 풍요를 빌던 그날,

오색 나물과 탕국을 넣은 하얀 쌀밥

설설비빈 비빔밥처럼 온 가족과 둘러 앉아

고소한 생선찜과 배터지도록 먹고,

예컨대 며느리가 코를 드렁, 드렁골아도

윷놀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손녀들

노랫소리와 징소리 춤사위로 너울너울

춤 한 번 추고, 가난 속에서도

행복했던 젊은 날에 설날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