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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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52

 

남에겐 좋은 사람, 내겐?

 

박지수

 

얼마 전에 만난 두 분이 똑같은 말을 했다.

남들이 볼 때는 좋은 사람인데 내게는 안 맞는 사람이다. 남들한테는 나무랄 데 없는 데, 나한테는 무관심하고 소통이 안 된다. 그 사람만 봐서는 괜찮은 사람이다. 근데 나하고는 안 맞다.”

누구에 대해서 한 말일까? 짐작하다시피 자기 남편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부사이에 소통이 안 되고, 아내에겐 무관심하고 말이 없는 남자지만, 밖에서 남들에겐 친절하고 우스갯소리도 잘 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이어졌다.

 

내가 결혼할 때 이야기이다.

보통 그렇듯이 친정어머니 역시 내 결혼에 대한 기대는 터무니없이 엄청났다. 그 기대에 비하면 남편은 못마땅하기 짝이 없는 사윗감이여서, 모든 면에서 다 트집을 잡으셨다. 그래도 자식한테 이기는 부모 없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을 해야 할 판이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도무지 이 결혼을 허락하고 싶지가 않으셨다. 해서 또 트집 잡을 거리로 찾은 것이 궁합이었다.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흔히 있으니 그것을 핑계로 또 한 번 반대를 하려고 하셨던 것이다. 처음에 갔던 철학관에서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나왔다. 궁합이 나쁘기를 기대했던 어머니는 실망하고 속상해서 다시 다른 철학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보통은 다른 결과가 나오니까! 근데 웬 걸, 역시나 천생연분이라고 하더란다. 화가 난 어머니는 설마 3군데가 다 좋다고 나올 수는 없겠지?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가보자하는 오기로 갔더니 아이고, 우찌 이리 천생연분끼리 만났시꼬!! 이래 맞출라 캐도 안 되는 데, 참말로 천생연분 입니더!”하더란다. 드디어 우리 어머니는 두 손을 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그러나 천생연분이라고 긴 세월 사는 동안 모든 면이 저절로 맞아졌던 것일까? 그냥 상대와 마음이 척척 맞아서 행복했던 것일까? 당연히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보통 결혼을 하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온갖 궁리를 다한다. 둘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할까를 궁리하기보다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티격태격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수없이 듣고 주도권 잡는 법까지 전수받는 요즘 젊은이들이 안타까웠다.

부부간의 자존심다툼, 주도권 싸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자기 행복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믿기에.

부부란 사랑공동체인데 사랑과 자존심, 사랑과 주도권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말이지 않은가? 배우자가 행복하지 않는데 어찌 내가 행복할 것이며, 배우자에게서 주도권을 잡아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그런 안타까움에 주변에 친한 사람이 결혼을 한다면 행복해지기 위한 우리의 맹세를 들려주곤 한다.

 

결혼으로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맹세합니다.

1. 결혼해서 둘이 사는 것이 혼자일 때 보다 더 행복하도록 노력할 것-만약 둘이라서 불행하다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

2. 결혼해서 살아가는 동안에 혼자 사는 것보다 한 인간으로서 인격, 정신, 영혼이 더 성장하고, 성숙하도록 애쓸 것.

3.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의 참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4. 다투거나 화를 내는 일이 있더라도 그 날 잠들기 전에 화해한다.

 

무엇을 참고하여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봐도 참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맹세에 따라 행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행복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런 노력은 한편으로는 책임감이고 한편으로 보자면 자존심이었다.

너무나 반대한 결혼을 하였고, ‘틀림없는 사람을 골랐다고 장담했던 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부모가 그렇게나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서 너희들이 행복 한가 두고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따갑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결혼 생활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한들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데 없고, 의지할 수 없었다.

신혼 초 몇 년은 사하라사막 같은 곳에 단 둘이 서 있는 느낌으로 살았다. 사막에서 단 둘 뿐인 우리가 싸우면 둘 다 죽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내팽개치더라도 이 사람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 시절 내 삶의 최대 목표였다.

옛날이야기 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부부가 될 인연은 서로 청실홍실로 묶어둔다고 하였다. 보통 사회에서도 부부가 된다는 것은 부부 인연이 없으면 안 되고, 부부의 인연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친필에는 부부에 대해서

전생 인연 모아서 수호한다 이것으로 영원히 확실하게 다스려진다 1-74

고 가르쳐 놓았다. 이 친필부분의 주석에는 결혼은 서로 같은 인연을 모아 부부의 연을 맺는 것으로서, 이는 인생의 근본인 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천생연분이란 말 그대로 하늘이 정하여 준 연분이라는 것이다. ‘천생연분에 보리개떡’ -아무리 천한 사람도 다 제짝이 있어 보리개떡을 먹을망정 의좋게 산다는 뜻 -이란 속담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를 미뤄보면 이 세상에 천생연분이 아닌 부부는 없다는 것이다. 하늘(어버이신님)이 정해주지 않았는데, 부부라는 인연이 될 리가 없고, 또한 서로 같은 인연으로 묶이지 않은 부부는 없다는 것이 이 길의 가르침이다.

한편 궁합이 좋다고 결혼한 사람과 안 좋다고 반대를 했지만 결혼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조사한 것이 있었다. 궁합이 좋으면 더 행복하게 잘 살 거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조사에서는 결과가 같았다. 궁합이 좋다는 사람도 좋지 않다는 사람도, 절반은 잘 살고 절반은 못 산다고 나왔던 것이다. 결국 궁합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아내는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남들에겐 어찌 그리 자상하고 친절할까?

아내와는 소통되지 않는 남자가 어떻게 밖에서 만나는 여자에게는 척척 말이 통하고 재밌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이런 불평은 아주 흔하게 많이 듣는 이야기이고, 수많은 아내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불평이기도 하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어버이신님께서 맺어주신 천생연분인 부부가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은 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천생연분인 부부는 그냥 서로 척척 맞아지는 것일까?

누구나 알듯이 두 사람이 출생부터 결혼하기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다른 환경, 다른 부모,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았다. 게다가 수많은 전생, 전 전생을 거치며 다른 삶을 살았기에 맞기를 바라는 것은 꿈꿀 수조차 없는 환상이다.

친필에서도

부모자식간 부부간 형제간이라도 모두 각각으로 마음 다른 거야 5-8’

라고 하셨다.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서 끌리는 것이 아닐까?

부부로 만나진 한 남자와 여자는 신님께서 서로의 인연에 맞춰 맺어준 최적의 인연, 가장 잘 맞는 천생연분임을 자각한다면, 어쨌든 서로 맞춰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을 찾게 되거나, 행복해 지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천생연분이라 해도 맞추려는 노력 없이는 행복해지긴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이기 때문에, 더구나 남자와 여자는 화성과 금성에서 온 것처럼 다르고, 이 길에선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게 다른 사람끼리 안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안 맞는다고 투덜거린다.

그것은 내가 상대에게 맞추려는 노력보다 나한테 맞추라는 요구가 더 강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부부가 서로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해 보았을까?

행복한 부부는 서로 돕고 맞춰서 행복하게 사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 배우자가 다른 사람들에겐 좋은 사람, 객관적으로 볼 때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건 내 문제일 것이다. 왜 내게만 맞지 않고 소통 안 되는 사람이 되었을까?

 

천생연분이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부부란 서로 맞추고 도와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인연을 가지고 만난 사람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의 인연과 딱 맞는 천생연분이라는 이 길의 가르침을 제대로 믿는다면 세상살이가 조금 더 쉽고 행복할 것 같다. 이 길의 부부들은 그런 가르침을 알기에 대체로 잘 맞춰 행복하게 사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