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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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년12월]내가 가진 것. - 조현지

2014.11.30 10:35

편집실 조회 수:374

내가 가진 것.

조 현지

 

11,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강습소에 들어온 지 한달만에 많이 쌀쌀해졌다

생각해보니 2014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서른셋의 나의 겨울은 진해강습소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왠지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올해 5월에 둘째아이를 유산했다.

처음부터 태아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무 기뻤던 둘째 소식이었던 것만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슬펐다.

누군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괜찮다고 처음부터 유전자적으로 결함이 있는 태아였었다고

오히려 초기에 유산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지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어느날 신랑이 위령제를 지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 슬픔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성교회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그리고 7월에 다시 나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임신 7주에 처음 심장소리를 듣던 날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초음파 너머로 쿵쾅쿵쾅 거리던 그 소리가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벌써 임신 5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태아의 2차 기형아검사를 했다.

기형아 검사 하신 결과는 저위험군으로 나왔습니다

병원에서 온 연락이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첫 아이인 규동이 때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전부 감사하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며 살아왔는지 모르고,

더 많이 가지지 못함에 더 많이 누리지 못함에 조바심 내며 많은 시간을 지내왔던 것이다.

나의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도, 내 동생이 직장생활도 잘하고, 건강히 지내고 있는 것도, 나에게 신랑과 규동이가 있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가 내 인생을 조금씩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강습소에 들어온 지 두 달째 접어드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지금 행복하다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찬바람 쐬며 근행을 보러가는 길이,

신전에서 만나는 나의 강습생 동기들과 반갑습니다인사를 나누며 웃는 그 순간이 나에게 행복인 것이다.

 

규동아, 여기 우리 집이 아닌 곳에 와서 처음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들이랑 같이 지내는 거 힘들지 않아? 엄마는 좀 힘들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 때가 많은데 , 규동이는 어때?

단체생활이라 매일 그만하세요, 하지마세요, 조용히 하세요,

야단도 많이 치고 자주 화를 내는 것이 미안해서 얼마 전에 내가 물어본 말이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도 행복해라고 대답했다.

이 아이가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너무 진심처럼 느껴져서 순간 울컥했다.

 

강습 기간에 있었던 이런 소소한 기억들은, 아마도 앞으로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데 항상 좋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천리교 신앙의 길이다.

고성교회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수련회를 다니고, 대학부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며 오랜 시간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좋은 느낌으로 천리교는 나에게 자연스레 자리 잡은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신전이라는 장소가 좋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님전, 교조님전, 조령전이 항상 깨끗이 자리 잡고 있고, 정렬된 악기도, 넓고 까칠까칠한 다다미 바닥도, 적당히 차가운 공기도, 전부 좋았다.

아무도 없는 신전에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으면 왠지 그 모든 것이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항상 편안하고 차분해졌던 것 같다.

 

세상에는 자신만을 믿고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지만,

온전히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며 사는 것도 때론 만족스런 삶이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도 하루하루 신님께 의지하며 좋은 씨앗을 뿌리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러면 그동안의 삶보다, 앞으로의 내 삶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내 아이들에게도 이 길을 소중하게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