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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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음용 후기

 

김연수(도성포교소)

 

초대 회장님 산소 벌초에 갔다.

벌초가 거의 끝나갈 무렵 목이 말랐다. 참으로 먹던 수박과 물통 옆에 마침 마시다 남은 사이다가 보였다. 사이다 병이 약간 찌그러져 있었서 살짝 이상하다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뚜껑을 열려고 살짝 돌리니 사이다 병을 열 때 나는 특유의 사이다 김빠지는 삐쉭소리가 났다. 아무런 의심 없이 병 째 거꾸로 들고 벌컥~’ 한 모금 마시고 두 모금째 마시려고 사이다를 입 안 가득 머금었는데 이상한 냄새다 싶어 입안에 머금었던 사이다를 반사적으로 토해냈다. 휘발유였다. 잔디 깍는 기계에 넣으려고 담아뒀던 휘발유를 한 모금 마신 거다.

바로 억지로 토하려고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봤지만, 헛구역질만 나올 뿐 이미 목구멍 저 너머로 한참 넘어간 휘발유는 나오지 않았다. 입 안 가득 휘발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예전에는 구충제로 석유를 한 숟가락씩 먹었던 적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서였는지 휘발유를 먹은 자체로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휘발유가 휘발성분이 강해서인지 트림이 계속 나왔다. 기름성분이라 목구멍과 입 안에 묻은 휘발유 성분이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아서 입안에서도 휘발유 냄새가 계속 나고 트림을 할 때마다 역겨운 휘발유 냄새가 더 진동을 했다. 혹시, 저처럼 본의 아니게 휘발유를 마신 후 트림이 나올 때 트림에 섞여 나오는 휘발유 냄새를 좀 완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드리자면, 트림이 나오는 순간 코로 숨을 쉬지 않으면 그 냄새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얘기를 안 하고 있었는데 막내가 내 옆에 있다 엄마에게 가서는 엄마, 아빠한테 자꾸 담배냄새가 나.” 하는 거다. 그제서야 휘발유를 마신 이야기를 했다. 집사람도 걱정이 돼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휘발유 냄새 이외에는 크게 이상한 증세를 느끼지 않았고 많이 마신 것도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나한테서 휘발유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했다.

냄새 때문에 저녁은 먹을 생각도 못하고 향이 진한 사탕을 사 먹기도 하고 우유를 마셨다. 혹시 같은 기름 성분이니 좀 쉽게 씻겨 내려갈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을 마시건 뭘 먹건 온통 휘발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석유를 마시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모를 정도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숨 쉴 때 마다 나는 냄새 때문에 거의 눈만 감은 상태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이틀째 아침까지 심하더니 오전부터는 냄새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도 그날 저녁까지도 트림을 할 때는 좀 심하게 냄새가 올라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만 하루 동안이 거의 지옥이었다. 마치 휘발유 통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주유소에 가면 나는 석유 냄새의 약 50배 이상의 심한 냄새가 숨 쉴 때마다 코와 목으로 계속 올라온다고 생각을 해보면 좀 상상이 가려나?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내 몸이 건강한 것 뿐 만 아니라 내 몸 안에서 내가 아무런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평상시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용솟음친다. 그저 차린 반찬이 없는 밥상이라도 석유 냄새 없이 밥 냄새만 나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감사하다. 원래 아픈 경험을 하고 나면 평상시에 대한 감사함이 며칠 가는데, 내게 휘발유를 마신 경험 때문에 느껴지는 평상의 감사함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휘발유 냄새를 달고 있었던 그 24시간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나의 평상이 너무 감사하다.

 

여러분들도 밖에 나가서, 특히, 작업 현장에서 개봉된 흔적이 있는 페트병 음료수를 마실 때는 꼭 한 번 확인을 해보고 드시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