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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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박혜경

 

딸 아이와 시간만 나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어제 아이가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봤다고 저한테 읽어 주기에 들으면서 읽어 주는 아이나 저나 같이 감동하여서 울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사실을 올려도 거짓이라고 믿어주지 않는 일이 많아 이 글을 적어도 될까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결론은 이 글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꼭 이런 가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실어봅니다.

 

 

남편과 치킨집을 운영하는 아줌마예요. 치킨집 차리기 전에 제가 아는 언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했었거든요.

근데 아는 언니가 아르바이트생을 정말 쥐잡듯이 잡는 거예요. 치킨집 대충 아시겠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이 고등학생으로 좀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아들 같은 애들한테 일 빨리 안 한다고 구박하고, 시급도 많이도 안 주면서 애들 조금이라도 숨 돌릴라치면 다음 배달 가라고 떠밀고 매장에서 손님들이 치킨 먹으면 그거 보는 애들은 얼마나 먹고 싶겠어요. 그냥 한 마리 튀겨주는 거 어려운 일 아니고 크게 손해도 아닌데 저 일하는 동안 애들한테 치킨 한 마리를 안 튀겨주더라고요.

한창 클 애들이라 저녁에 아르바이트하면 배도 많이 고플 텐데 대충 라면으로 땡 하거나 집에서 먹다 남은 반찬 가져와서는 애들보고 빨리 먹고 배달 가라고 하니애들이 먹고 싶겠나요.

안 먹고 그냥 배달 가버리더라고요.

지켜보면서 맘이 진짜 많이 안 좋았어요.

사실 장사는 잘되는 편이었어요. 잘될 땐 월 순수익으로 천만 원씩 가져갔으니까요. 근데 언니가 이런 식으로 아르바이트생 쥐잡듯이 잡다 보니까 애들이 걸핏하면 일하러 나오지 않고 잠적하고 언니는 배달 밀려있는데 애들 안 나오니 발 동동 구르며 비싼 배달 대행업체 쓰고

 

언니는 정신 못 차리고 돌아온 아르바이트생 또 쥐잡듯이 잡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좁은 동네에 소문이 쫙 난 거 같아요. 악덕 사장이라고. 이 가게에서 일하면 돈도 쥐똥만큼 주면서 노예 취급한다고. 결국 아무도 일 안 하려고 해서 언니가 배달 대행업체를 썼죠. 한 두어 달 그렇게 하더니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손해가 너무 크고 수익도 예전만치 못하다고 문을 닫고 시골 내려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간 번 돈도 많고 하니 걱정은 크게 없겠지만.

그리고 1년 정도 뒤에 저도 동네에서 남편이랑 치킨집을 시작했어요. 저랑 남편이 주방일과 주문 전화 받고 아르바이트생이 서빙하고 배달 나가고 그렇게 하는데 저희가 잘해주는 만큼 아르바이트생도 열심히 해주네요.

 

처음 배달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온 애가 그 언니네 집에서 일했을 때 잠적하였던 애였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얘가 또 잠적하면 어쩌지 걱정도 했었어요.

근데 시급도 몇백 원이라도 더 올려주고 말이라도 항상 너희가 고생 많다. 항상 고맙다. 힘내자.” 하고 퇴근할 때 맨 날은 아니더라도 가끔 치킨 한 마리씩 주면서 집 가서 가족끼리 먹어라. 오늘도 고마웠다.” 별거 아니잖아요. 이런 거. 그냥 말 한마디 더 할 뿐이고 가끔가다 치킨 들려서 보내는 거뿐인데 애들이 달라지더라고요.

 

지각도 절대 안 하고 제가 걱정되어 좀 쉬고 배달 가라고 하면 배달 밀렸다고 손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된다고 후다닥 또 배달 가버리더라고요.

매장에서 서빙하는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첨엔 뚱한 표정으로 응대도 잘 못 하더니 저랑 남편이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고 하고 고맙다 니네들 만난 게 큰 행운이다. 이런 식으로 말해줬더니 확 바뀌더라고요.

 

손님이 진상 부리시기에 제가 달려 나가서 애들한테 뭐라고 하지 마시라고 그랬더니 오히려 아르바이트생 애들이 저 주방으로 밀어 넣고는 저희끼리 해결한다면서 상황을 유하게 만들더라고요. 결국 그 손님 가실 때 아르바이트생들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시고

저보고 아르바이트생 애들 참 착하고 괜찮다고 종종 오겠다고 하셨어요. 실제로도 단골 되셨고요.

 

배달 아르바이트생들도 제가 출근 시간보다 급하게 연락하는 일이 간혹가다 있긴 한데 군말 없이 달려 나와서 배달 가줍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르바이트생들이 보통 6, 7명 정도 되는데 달력에 생일 하나씩 다 체크해서 작은 케이크 하나씩만 챙겨줬을 뿐이거든요.

케이크 얼마 하지도 않고 그냥 조그만 거 하나씩 준건데도 고맙다며 엉엉 우는 애도 있고,

그리고 남편이랑 저 결혼기념일이 주말이라 한창 매출 좋은 날이라 일을 해야 했었는데 퇴근 전에 애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했더라고요.

향수랑 케이크랑 남편 신발을 사 왔는데 니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걸 샀냐고 뭐라고 하면서도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 자리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었어요.

 

동네 장사하시는 분들이 다 그랬거든요. 저희 아르바이트생들 다 동네에서 논다는 애들이고 시간 개념도 없고 월급 받으면 땡하고 잠적하는 애들이라고 지들 돈 필요할 때만 일 나오는 애들이라고 아르바이트생 쓰지 말라고 그러셨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애들이 못되게 군건 사장님이 잘해주지 않고 못되게 굴어서 애들도 똑같이 해준 거뿐이더라고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거죠. 당장 눈앞에 자기들 수익만 생각하고 애들을 노예처럼 부리는데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열심히 일하고 싶겠나요?

 

정말 별거 안 했어요. 애들한테 크게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말 한마디가, 작은 선물이 애들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거 같아요.

 

지금은 이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저도 웃고 행복해요. 매출도 정말 많이 올랐고 저번 달엔 가정의 달이라 더 바빠서 매출이 역대 최고였거든요.

그래서 애들한테 보너스로 20만 원씩 싹 돌렸어요. 그랬더니 그 돈으로 또 애들이 맛있는 거 사 와서 일하기 전에 다 같이 나눠 먹기도 했었고요. 이번 달 말에 가게 3일 쉬고 아르바이트생들이랑 계곡으로 잠시 휴가 떠나려고요.

 

너무 행복하네요. 남편이랑 제가 자식이 없어서인지 아르바이트생들이 다 자식들 같고 그래요. 물론 저희 아직 30대 후반이지만.

 

이렇게 별거 안 했는데도 애들이 열심히 일하고 착하고 순수한데 사장님들은 왜 모르시는 걸까요.

아르바이트생 애들한테 조금만 잘해주면 아르바이트생들은 가게를 위해서 더 열심히 해주던데.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르바이트생이 잠적하고 설렁설렁하는 건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잘해주지 않아서인 거 같아요.

 

사장님이 칭찬도 많이 해주고 말이라도 항상 고맙다 수고 많다 이렇게 해주시고 가끔가다 보너스주는 거, 큰돈 아니거든요.

그거 아껴서 부자 안되니까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조금씩만 베풀어보세요. 어지간한 애들 빼고는 전부 다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할 거예요.

 

이런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감동하셨나요? 이 글의 댓글에는 감동한 사람들도 있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잘해줬더니 기어오르려고 하더라, 일 못 해도 잘한다 칭찬해 줬더니 정말 자기가 일 잘하는 줄 알고 으스대더라 등등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다 듣고는 뭐야 교조님이야?”라고 했습니다. 교조전에서 본 글귀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으셨나요? 신앙도 안 하는 사람이 어쩌면 교조님 말씀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지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쓴이는 별로 해준 게 없다는데 사실 그게 다였던 겁니다. 더 이상 뭘 더 잘하겠습니까? 남을 위해 베풀 줄 알고, 한마디의 말씀도 히노끼싱이라고 좀 내 마음에는 안 차지만, 그래도 칭찬해 주고 남을 위해주니까 좋은 쪽으로 변한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대구에서도 유명한 제과점이었는데, 제빵사만 20여 명이 되었고, 저는 홀 담당이라 손님이 나가시면 테이블 정리하고 빵 위의 집게 잘 놓고 하면 되는데 주방에 사람이 없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설거지까지 하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마치는 날 월급을 안 주더군요. 다음에 받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20살 어린 나이에 빈손으로 집에 가려니 힘도 안 나고 속은 건 아닌지 겁도 났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가게에 찾아가서 월급 받으러 왔다니까 또 다음에 오라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줄 때까지 안 가겠다고 사무실에서 죽치고 앉아서 반나절을 기다렸습니다. 경리 직원이 점심시간이 되고 제가 꿈쩍도 안 하고 있으니까 자장면을 시켜줘서 점심을 먹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안 되겠던지 밖으로 나가서 전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월급을 찾아와서 줬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제과점 맞은편 2층에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서 아르바이트생들 일하는 걸 다 지켜봤다고 하면서 너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나마 바로 월급을 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정말 황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세상 한가운데에 소개한 글의 사장님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리도 교조님의 가르침을 읽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남들이 보기에도, 내가 느끼기에도 진정한 신앙인으로 보일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