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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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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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며

박혜경(진홍교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글 잘 읽었다는 말과 함께 재미보다는 감동이 더 있었다고 하시며 이쯤 되면 제 연재글의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감사한 칭찬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고성교회보의 편집 위원을 하기 전까지 제가 글을 잘 쓴다든지, 글에 관심이 있었다든지, 책을 많이 읽는다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특별하게 제 생각을 쓸 일이 그동안 없었고, 기껏해야 보고서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글을 쓴다는 게 어릴 적 학교 방학 숙제로 독후감 쓰기입니다. 쓰기 싫어서 책 소개 글과 내용을 짜깁기해서 대충 써내는 정도?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편집부를 맡을 줄도 몰랐고, 페이지가 모자라면 글을 써야 한다는 것도 일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 딱 한 번 직장 다닐 때 사내용 월간지가 만들어지며 가장 파워있는 개발부 소개를 제가 쓴 적이 있네요. 그때도 직원 서열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게 무슨 이런 일이... 이걸로 또 다른 직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ㅎㅎㅎ

 

들어가는 글이 반 페이지네요. 부연 설명이 길었는데, 이번 달에는 제가 고성 교회보 편집부의 부원으로 활동하며 책을 만들며 드는 저의 생각과 겪은 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며칠 전 우리 교회보의 우수 연재글인 쓰레받기의 작가님 김 위태 칠암교회장님께서 출직하셨습니다. 부고를 듣고는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고, 그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할 것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떨쳐내지도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칠암교회장님(이하 그분이라 칭함)80이 넘은 연세 많으신 분입니다. 우리 편집부의 평균나이가 50입니다. 저희와 살았던 시대도 달랐고, 생각도 아주 달랐습니다. 30년의 세월 차이가 있는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늘 책이 나오는 것을 봐 가며 원고가 언제 마칠지를 미리 생각하시고, 글이 떨어질 때가 되면 두툼한 사각봉투에 담겨서 원고가 택배로 옵니다. 저희는 손글씨를 보고 컴퓨터 타자부터 합니다. 그리고, 글에 나오는 참고자료는 1차로 컴퓨터 파일로 된 문서에서 검색을 찾아서 복사하고 붙이는(요즘 말하는 복붙’)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종이책으로 된 참고 자료를 찾아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그분도 컴퓨터에 파일이 담겨있지만, 거의 많은 책이 머릿속에 외워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기억해서 내용을 적은 것 같은 미묘한 틀림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교리서적을 많이 읽으셨으면 적재적소에 맞는 내용이 술술 나올까요? 이점은 정말 본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확인 작업을 마치면 교회보에 4~ 6페이지씩 나눠서 싣습니다. 여기까지는 교리서적을 참고로 한 글입니다.

이번에는 사회 현상이나, 기사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글이 중간에 나오면 인터넷의 도움을 받습니다. 언제 어느 때의 어느 신문의 기사인지 거기서 찾아보면 하다못해 외국의 지명이나 슬로건의 영어철자나 미세한 단어의 차이, 외국인 이름의 철자조차도 조금씩 틀릴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찾고 기사글을 토대로 연재글에 싣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은 늘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는 분들이 많듯이 그분도 책과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일반 상식도 많으시고, 여러 방면에 다양한 지식을 갖고 계셨습니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말하는 지식인이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대충 넘어가는 것은 없습니다. 반드시 지적하시고, 편집부와 의논해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늘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한 적도 있습니다.

 

에피소드 한 가지.

언젠가 쓰신 글에 힌두교도들에게 성스러운 강으로 불리는 갠지스강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내용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목욕하는 물이지만, 출직을 한 사람을 화장해서 갠지스강에 뿌립니다. 이 과정을 설명하며 저는 그분이 쓰신 글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의 자료를 찾아서 그 글을 옮겼는데, 그분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말이 다르고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그분은 제가 옮긴 글이 이해가 안 되고 서로 이해가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크게 꾸중을 안 하시고 저의 사죄로 끝나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낼 때마다 찾을 수가 없었던 신악가 서설이라는 책을 혹시 갖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한 번 빌려주실 수 있나요? 저희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 찾아도 알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너무 안 나오니까 궁금증이 하늘로 솟을 지경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신악가 서설책을 가지고 계신다면 꼭 좀 빌려주세요. 반드시 깨끗하게 돌려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책을 만들면서 곤란한 부분인 정치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글과 어르신들의 특유의 거친 말투?(물론 저도 욕도 하고 소리도 지릅니다.)입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어디서든 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지요. 그건 개인의 생각이지 그것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한 번씩 그런 글이 나오면 조심스럽게 전화를 해서 내용에서 빼면 어떻겠냐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립니다. 그러면 그분은 아주 쿨~~하게 받아들이십니다. 그리고 거친 말투는 제가 부드럽게 미화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교회보는 48~52페이지 선으로 작업이 되지만, 책은 300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이런 경우는 혼자서 긴 시간을 교정 보기가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 편집부 3명이 3등분을 해서 각자 교정을 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참고자료나 찾아볼 것들은 알아서 다 확인을 거칩니다. 이것을 토대로 실장님은 책으로 만드는 편집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게 해서 완료가 되면 프린트를 해서 택배로 그분에게 보내집니다. 그러면 한 달 이내로 다시 확인하시고 또 택배로 배달됩니다. 그러면 편집부원들은 그것을 받아서 다시 교정을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보통 교정 한 번을 보면 1교라고 하고, 두 번을 보면 2교라 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5~6교를 거칩니다. 마지막에는 며칠에 걸쳐서 매일 책 한 권을 교정보고 고치고를 반복합니다. 잠도 못 자고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속에서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를 거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다 고쳤다고 생각하는데도 다시 보면 틀린 부분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 을 합니다.

그리고 인쇄소로 가면 책이 만들어져 옵니다.

 

우리는 완성된 책을 받아보면 그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그분은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내용을 손으로 적는 것부터 하시니 얼마나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셨을지 생각하면 우리 고생은 고생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몸이 불편하셔서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셨을 겁니다. 정말 그 많은 고통을 이겨내시고 이 길의 가르침을 전해가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만약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줘도 저는 게으르고 아는 게 없어서도 못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것과 책이든, 신문이든, 남의 책이든 다르면 우리는 이게 맞다 아니다로 책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것과 책의 내용이 다를 수도 있지요. 요즘은 같은 내용의 일을 가지고도 신문사나 방송국의 정치 성향이나 이념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내 기준으로 비판하여 다르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다른 사람에 대해 칭찬을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십 년이 넘는 기간 교회보에 글을 보내주신 김 위태 칠암교회장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