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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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교 교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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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혜경(진홍교회)

 

요즘 저의 관심은 딸 혜인이의 대학입니다. 올 한해 고3 엄마로 지내며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올 초에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이 될지 너무나 궁금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못 가서 겨우 봄이 다 지나서야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3은 담임이 중요해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는데, 애가 처음 학교에 다녀와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아주 밝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기대했던 담임(대학 입학을 가장 잘 시키는 선생님)도 아니었고 거기에 담임선생님 말씀이 더 가관입니다. 자신은 반 아이들 대학을 잘 못 보낸다고 지금이라도 다른 반에 옮기고 싶으면 옮기라고까지 하셨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살짝 불안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담임선생님 운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워낙 담임선생님 복이 많아서 지금까지 좋은 선생님들만 만났는데,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며 그 운에 기대었습니다.

 

애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 일을 많이 얘기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훤히 집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에 오면 소식 전하기 바쁜 혜인이입니다. 어떤 때는 속으로 저렇게 떠드는 새에 방에 가서 공부했으면 몇 등은 올라갈 텐데......’ 하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게 본인한테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것 같아서 옆에서 아무리 피곤해도 다 들어 주었습니다. 한 번은 바쁘다고 이야기 못 들어준다고 했더니 울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게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잠시를 못 들어주겠나 싶어서 다음부터는 군소리 없이 잘 들어주었더니 아직 변함없이 학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웃긴 일은 저는 매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 들으니 학교 친구며, 일상을 너무 잘 알아서 애 친구들이 너무 거리낌이 없다는 겁니다.

며칠 전에 혜인이가 대학 면접을 보러 갔는데, 마침 우리 부부도 시간이 되어 모처럼 대학교 구경이나 갈까 해서 갔더니 저 멀리서 혜인이 학교 교복을 입은 친구가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혜인이는 면접장에 있고, 그 친구는 다른 과에 원서를 넣어서 면접을 보고는 친구 기다린다며 제 앞으로 걸어가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그 친구가 너무 반가워서 웃으면서 그 친구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갔더니 친구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너무 반갑게 웃으며 친한 척 말을 거니까 놀라서 당황하더군요. 그때 순간적으로 맞다. 얘는 내가 누군지 모를 텐데 내가 너무 반갑게 이야기했나.’ 싶어서 그 친구에게 내가 혜인이 엄마라고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면접은 잘 봤냐고, 옷은 왜 이리 춥게 입었냐고, 우리는 아직 면접 본다 등등 이야기를 하며 친구와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지나니까 그 친구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은 게 미안해서 혜인이한테 학교에 가거든 그 친구한테 꼭 내 얘기해 주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이런 나만 아는 학교 이야기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도 있지만,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어서 자신이 어떻게 해결했고, 만약 해결이 어려울 때 저보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고 서로 의논한 게 대학입학 원서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애는 바쁘고 공부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으니까 그때그때 이야기하고는 잊어버리지만, 저는 기억하고 있어서 니가 언제 이런 일들을 겪었잖아.’ 하면서 자기소개서에 그 일을 자세하게 쓸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줄 기회가 되어서 혜인이한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우리는 지금 당장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이야기나 하고 있고, 시간 낭비 엄청나게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도움을 줄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입시 준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정보도 많이 부족한 저희에게 담임선생님은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입시 컨설팅 담당을 하고 계셔서 여러 학교에 다니며 강의도 하시고, 자기소개서를 컨설팅해 주시는 분이라서 혜인이도 한 달 동안 백번 정도는 고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면서 대학입학 준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한 곳에 합격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저를 볼 때마다 마치 자기 아이처럼 혜인이 대학을 물어보시기에 혜인이는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있구나.’ 하며 감사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다른 아이들 대학 들어갈 때, 너무 궁금한데 물어볼 수는 없고 해서 엄청 입이 근질거린 기억이 있어서 우리 애는 합격하면 꼭 먼저 얘기해 줘야지 했었고, 정말로 어떤 사람한테는 꼭 먼저 얘기해 주기로 약속을 해서 얼마 전에 카톡 바탕화면에 합격 소식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랑한다고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불합격한 친구도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혜인이를 알고 있는 많은 분께 다 소식을 전할 수는 없어서 그리고 요즘은 애들이 아직 고등학생이거나 그보다 어리면 아시겠지만, 대학 원서를 6개에서 7개 정도를 쓸 수 있어서 일일이 다 합격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그냥 카톡에 올려놓으면 보고 싶은 사람은 보겠다 싶어서 올려놨더니 또 다른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실까 봐 사실 조심스럽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좋은 점은 모두 궁금해지기 전에 먼저 알려주니 축하해 주는 분들도 계시고, 연락이 뜸한 대학 동기도 축하한다고 갑자기 연락이 오기도 하고 나름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갑자기 친필을 펼치니 오만 원이 봉투에 넣어져 있더라고 혜인이 고3인데 맛있는 거 사 주라고 아는 분 편에 보내주시며 응원해 주신 분도 있었고, 면접 보는데 신발이라도 사 주라고 봉투를 주시는 분도 있었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관심을 주셔서 그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혜인이는 정말 많은 사람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깐 원서 넣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혜인이는 문과이고 원하는 학과가 심리학과입니다. 그런데 심리학과가 모든 대학에 있는 게 아니라서 원서 6개를 쓰려면 경남을 벗어나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생활기록부를 보니까 그동안 학교 생활하며 봉사활동하고 한 것들이 사회복지학과에 원서를 써도 되는 기록들이 더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에 원서를 써서 무사히 경남권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썼는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애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르시더니,

혜인아, 너는 네가 잘 견딘다면 간호학과 하고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시더랍니다. 그 말씀 한마디에 간호학과에 원서를 썼습니다. 혜인이는 선생님 말씀은 콩이 팥이라 해도 믿는 아이라서 선생님 말씀을 듣고 바로 학과도 바꿀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엄청난 아이입니다. 덕분에 간호학과에 원서를 하나 더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원서를 쓰고 보니 엄마 생각에는 희망하는 과들이 다 종교인에게 맞는 과이기에 거기서 취업이 잘 되는 과에 갔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어차피 올 초부터 신님께 기원하는 내용은 늘 똑같이 이 길의 용재로서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진로, 그렇지만, 신님의 수호에 어떠한 결과가 오더라도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슬금슬금 욕심이 올라오는 걸 누르며 되어져 오는 수호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운이 좋게도 그해에 교사를 많이 뽑아서 성적이 안 좋은데도 무사히 교사가 될 수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취업이 잘 된다고 대학에 갔지만, 마침 졸업하던 해에 무슨 일이 생겨서 취업 길이 막혔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기도 합니다. 늘 생각하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주변에서 생길 때마다 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덕이 없으면 그 일이 나와 어긋나게 되고, 덕이 있으면 나는 아무리 하기 싫어해도 그것이 나에게 스스로 찾아와집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덕을 심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급하게 필요할 때 찾지 말고 평상시에 덕을 많이 심어놔야겠다는 생각과 덕의 중요성을 느끼는 때입니다.

 

올 초 원단제를 마치고 혜인이를 앉혀놓고 올해 네가 해야 할 실천이 있다고 엄마는 공부하란 이야기는 안 할 테니 그것만은 지켜줬으면 한다고 혜인이한테 작정을 시킨 것이 있습니다. “매일 한 번 근행보기입니다. 아침에는 일어나 학교 가기 바쁘고, 야간 자율학습을 930분에 마치니까 집에 와서 참배하면서 혼자라도 근행을 보라고 했습니다. 혜인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아직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는 근행시간에 집에 있으면 근행을 봤듯이 아마 많은 학생이 있는 집은 그럴 것입니다. 3에게는 대학에 들어갈 것인지 다른 길을 택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 중요한 일인데, 그런 중요한 시기에 신님의 일을 한 가지라도 하는 게 본인도 나름 신님께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갑자기 신님께 시험 며칠 앞두고 기원을 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뭔가를 하는 게 좋은데 너무 어려운 것을 강요하면 애가 힘들어 지칠 것 같고, 근행 시간이 몇 분 안 되니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고, 또 신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근행이므로, 하루 한 번 근행보기가 혜인이한테는 아주 적당한 실천일 것 같았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는 것이 어쩌면 쉬울 수도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을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니 유난히 작고 조그만 아이가 지금도 친구들에 비하면 머리 하나가 작은 아이지만, 벌써 대학생이 된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이렇게 자라도록 수호해 주신 신님께도 너무나 감사드리지만, 혜인이가 이만큼 자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도와주신 분들 덕택에 오늘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일이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저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아이가 잘 자라서 이 길의 용재로 자라고, 신님 일을 보며 살 수 있는 사람만 된다면 저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애가 사춘기 때는 용재라는 일에 대해 거부감도 생기고 자신이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을 품기도 하는 모습을 봤는데, 어느 순간 신님은 아이의 마음속에 용재로서의 삶을 심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하기도 합니다. 받은 것의 몇 배는 더 돌려 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많은 사랑을 베푸는 아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혜인이가 어느 대학에 최종 결정이 났는지 이 자리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벌써 올 한해가 다 지나가고 12월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황당한 올 한해였다면, 올해를 겪은 사람으로서 내년에는 조금의 경험을 토대로 더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 되길 기원합니다.

많은 사람과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