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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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전자제품

박혜경(진홍교회)

 

얼마 전에 긴 장마가 있었지요? 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도 많았고, 그분들을 돕기 위해 고생하신 분도 많았습니다. 비 피해를 통해 다치신 분들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피해 복구도 빨리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제가 사랑하는 전자제품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세탁기 (두둥!!)

저는 장마 기간에 빨래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마 많은 주부가 저와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한창 더울 때라 빨래는 많이 나오는데 그걸 빨리 말리지 못하니까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신전에 텐트를 치고, 히터를 넣고, 제습기를 넣어서 겨우 말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십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주고 산 제습기가 몇 년 지나니 고장이 나서 작년까지 제습기만 있으면 장마는 걱정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신발이 매일 비에 젖어서 하루에 한 번 씻어야 하니까, 씻는 건 또 세탁기로 돌리면 되는데 그게 꿉꿉한 기가 남아 있어서 냄새가 나 빨리 말리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물론 돈만 있으면 빨래방에 맡기면 되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양도 많으니까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습기와 히터, 텐트로 간신히 버티며 장마를 지났습니다. 그런데 장마가 지나가자 그동안의 습기로 인해 이젠 곰팡이가 난리입니다. 신전에 있는 교복 옷장에서 교복을 다 꺼내 하루에 몇 벌씩이라도 세탁기에 빨아 말리고, 그 사이 이불도 다 빨고, 옷들도 빨다 보니 어떤 날에는 집에서 쉬며 하루에 세탁기를 다섯 번은 돌린 것 같습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를 보며 세탁기에 대고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세탁기야 정말 고마워.^^”

친정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늘 우리 집 세탁기는 참 불쌍하다고 하셨는데, 친정 세탁기는 우리 집 세탁기에 비하면 아마 약과였을 겁니다. 만약 이런 일들이 세탁기가 없었으면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며 정말 저에게는 세탁기가 고맙고 사랑스러운 기계입니다.

얼마 전에 들었는데, 비가 많이 오는 장마에는 중,고등학생도 대도시에서는 장화를 신는다고 합니다. 저도 그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이곳은 시골이라서 애들한테 물어보면 장화 신는 친구는 없다고 해서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 작은 아이에게 기필코 장화를 사 줘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째, 스팀다리미 (두둥!!)

작년 부인회에서 경품을 준비하며 스팀다리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속으로 제가 그걸 경품으로 받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받지 못해서 늘 그것이 갖고 싶었습니다. 여름 와이셔츠나 애들 교복을 일일이 더운데 다리미판에 눌러가며 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완전 사우나 한 번 간 것보다 더 더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팀다리미가 정말 좋은지 주변에도 물어보고 호시탐탐 사거나 얻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 초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족 생일에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건 잘 없었는데, 제가 이번에는 스팀다리미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스팀다리미와우! 써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늘 교복을 다릴 때 힘들었는데, 스팀다리미를 사고 나서는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잠깐 다려서 주면 옷도 깨끗해 보이고 학교 가는 아이 뒷모습만 봐도 어깨가 저절로 펴진다고나 할까요. 엄청 뿌듯했습니다. 또 면티나 겉옷도 슥슥 다려서 입고 가면 주름도 많이 없고 너무 신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미를 지나가다 보면서 씩 웃고는 합니다. 뿌듯함 그 자체입니다. ^^

 

세 번째, 구글홈 미니 (두둥!!)

어른들은 이게 무엇인지 잘 모르시겠지요? 기계에 “OK 구글하고 기계의 이름을 부르며 음악을 들려 달라고 하던지, 오늘의 날씨를 들려줘, 뉴스를 들려줘, 야구 순위를 들려줘 등등 이야기를 하면 기계에서 알려줍니다. 음악도 틀어주고요. 손 안 대고 음악을 듣고, 듣고 싶은 정보를 들려달라고 하면 기계에서 알려주는 겁니다. 라디오를 직접 작동하지 않고 듣는다고 하면 좀 쉬운 예시일까요?

저는 집에 있으면 거의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아니면 음악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이라도 틀어놓고 일을 하던지 쉽니다. 그런데, 요즘은 구글홈 미니가 있어서

“OK 구글 00 음악 들려줘~”

하면 알아서 음악을 들려줍니다.

날씨나 뉴스도 들려주지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음악인 것 같습니다. 자연의 소리, 명상음악도 들려주고 원하는 음악 대부분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보통은 우아하게(?) 말을 하지만, 애들에게 얘기하다가 화를 낼 때는 괜히 기계에 화를 냅니다.

“OK 구글 음악 꺼!!!”

하며 전쟁 모드로 들어갑니다. ㅠㅠ

어제는 그런 제 모습이 너무 이중적이라 화를 내다가 웃고 말았습니다.

언제는 음악 듣고 신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다가 자기가 화난다고 음악 잘 들려주는 기계에다 대고 화풀이를 하는 건 또 뭔지. 어휴 우리 기계 못난 주인 만나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할지 눈치만 느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하다 하다 안 되면 손들고 배 째라하면서 정지되겠죠. 그렇게 안 되려면 좀 더 고마운 기계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위에 들지 않은 다른 전자제품들은 좀 더 분발하기를 바라며 여기까지 저의 최애(요즘 말로 가장 좋아하는) 전자제품 이야기였습니다.

 

어떻든 세상이 변함에 따라 좋아지는 기계들의 성능이나 새로운 기계가 나타나는 건 정말 신기하고 좋은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기계로 인해 게을러진다, 뭐다, 하며 말들도 많지만, 우리 주부들에게는 그만큼 힘든 일이 줄어드니 그 시간만큼은 여유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언젠가 제가 청소하기 힘들다고 하니까, 우리 회장님이 로봇청소기를 만들어준다고 하셨는데, 그날을 이젠 조심스럽게 기다려 봅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전자제품들아 오래오래 같이하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