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50호
입교187년(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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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감사한 날들

 

박혜경 (진홍교회)

 

최근 저를 가장 힘이 나게 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달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십 년 전에 수양회에 여자 악기 강사를 하고는 이번에 다시 맡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12일간의 수업 일정이 너무 무리라는 생각에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우리 교회장님은 무리하고 반대를 하셨는데, 또 겁도 없이 제가 힘들다고 투정 안 부릴 테니 꼭 허락해 달라고, 정말 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사실 저 혼자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가족들이 동의도 해야 하고, 그 기간에 우리 교회보 작업을 해야 해서 편집부 일정도 걸리고, 강습소 수업도 걸리고, 중간에 끼인 설 연휴의 설음식 준비도 걸리고 여러 가지 걸리는 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신님 수호로 결정이 나고 난 후로는 일이 아주 쉽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들은 작년부터 결정된 겨울방학 캠프에 참가한다고 감사하게도 3주간이나 집을 비워 주었고, 장롱 면허인 아내를 위해 회장님이 수양회 수업 일의 반은 기숙을 허락해 주시고, 반은 매일 통근하도록 도와주시고, 딸은 아빠하고 싸우지 않고 알아서 잘살아보겠다고 응원을 해 주고, 교회보 작업도 중간에 설 연휴가 있어서 인쇄소 휴가도 있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설 연휴를 마치고 작업하기로 의논이 되었고, 강습소도 수업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다른 선생님들이 배려(사실 제가 수업 일정을 짜기 때문에 담당자의 강압으로ㅠㅠ) 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수양회 학생들은 총 25명 중에 여학생만 16명이었습니다. 초신자는 2명뿐이었고, 대부분 3, 4대째 신앙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정말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어떤 분은 60이 넘었지만, 가야금만은 꼭 배워가고 싶다고 하시며 혼자 꾸준히 연습하셨고, 부부가 같이 오신 분은 서로를 의지해 가며 늦게까지 악기연습을 하시고, 나이가 있는 수양생들도 젊은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으며, 초신자는 그들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마다 눈을 반짝이며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자꾸 욕심이 나서 더 많이 가르쳐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4일 만에 가야금을 좌근부터 12장까지 다 배우는 학생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제가 그때 너무 달리는 바람에 학생들이 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초콜릿부터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얘들아, 미안해. 많이 힘들었구나.ㅠㅠ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학생들을 항상 칭찬하시고, 같이 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간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강습생 한 사람을 강습 보내기 위해 상급이나 부모님의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어떤 분은 강습생을 위해 매일 강습소로 일참 하시는 분도 있었고, 부산에서 진해까지 도보하시는 분, 각자 나름대로 실천을 하시며 그렇게 강습생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수양회에도 초신자를 보내고 할아버지 할머니 교회장님이 매일 교회에서 12장 기원 근행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매일 전도청에 조석근행을 보러 오시는 어머니도 계셨습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작정을 하여 실천했지만, 아마 다른 선생님들도 수양회 수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실천을 하셨을 겁니다. 또 서울에서 오신 선생님도 계시고 저도 편도 4번을 버스를 타고 수업하러 가기도 했고, 밤에 버스를 타고 오면 집에는 7시가 넘는 시간에 도착하지만, 오는 내내 수업시간의 기쁜 마음으로 인해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그렇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막상 집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긴장이 풀려서 손도 까딱 못 할 정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가만히 눈만 뜨고 축 처져서 누워있으니까, 딸 아이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줄 정도였습니다. 친정엄마는 집은 어찌하고 돌아다니는지, 몸은 괜찮은지 걱정이 되어 여러 번 전화를 넣으셨지만,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하고 아프지 않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근행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울컥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어버이신님의 수호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대은을 잊어버리고 당연하게 생각한 건강에 대해 갑자기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저는 한때 너무 몸이 아파서 5, 10분을 못 서 있을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날아다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몸이 아픈 곳 없이 너무나 건강히 그리고 멍~~하게 무거운 정신이 아닌 맑은 정신으로 지낼 수 있다는 감사함에 정말 신전에 엎드렸는데,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고 그 밝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온 결과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정인데도, 몸살 한 번 안 나고 잘 다닌다는 게 저로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총근행까지 저에게 수양생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기간은 14일인데, 7일을 거기서 기숙하며 아침, 저녁으로 교회노래가 들리고, 특히나 밤에 자기 전에 들리는 항해노래는 옛 기억을 되살리는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강습을 마치고 가장 먼저 참가한 교회 행사가 천리청년 연수회 스텝으로 참가한 것입니다. 그 당시는 전도청에 교육문화회관이 없어서 여러 곳을 빌려서 교단 행사를 했었는데, 제가 참가한 행사는 경주 교육문화회관을 빌려서 했습니다. 마지막 날 밤에 천리교 밴드인 자금우공연이 있었고, 그때 항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 천리교에도 이런 노래가 있었나?’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사도 너무 좋았고, 멜로디가 좋아서 그 당시의 다른 교회노래에 비해 그냥 사회 노래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나서 너무나 기분 좋게 편안한 잠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았던 것은 밤 10시가 소등 시간인데 그 이후에도 들린 피리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팔수 한 수를 하기 힘든 학생들이 조금씩 이어 부르기를 하며 팔수가 자연스러워지고 매일 밤 전도청 전체에 울려 퍼지는 피리 소리에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을 거듭하여 총근행을 보기 전에는 취침 시간도 넘기며 각 방에서는 손춤 연습과 악기연습에 다들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져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제가 아는 것을 많이 가르쳐 주려고 했었고, 학생들에게 늘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너희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뿌듯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제 카톡 배경 사진에 수양회 학생들의 연습 모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겠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의 사진도 그렇고 엄마가 너희들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때그때의 사진을 기억해 두려고 올립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카톡에 내 사진 올렸더라고 한마디씩 하고 지나갑니다. 그게 전혀 싫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양생들의 열심히 하려는 그 모습에 제가 더 뿌듯해서 기쁘게 지냈는데, 어버이신님 · 교조님께서는 얼마나 기쁘게 보셨을까요? 정말 어버이마음으로 흐뭇해하셨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예전에 강습소에 7대째 신앙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교회장님이나 그런 리 높으신 분 외에는 가까이 보는 사람 중에 가장 신앙을 오래 이어온 사람인 것 같습니다. 너무 리가 높으신 분들은 제가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으니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말해본 사람 중에는 제일 신앙을 오래 이어온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보면 혼이 맑고, 혼에 새겨져 있어서 그런지 또 워낙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손춤이나 악기를 참 빨리 잘 익힙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근행총회를 해본 학생들과 안 해본 학생들의 차이도 엄청납니다.

, 신앙을 하더라도 1대에서 2, 3대로 이어져야지 할머니는 신앙하시는데 부모님은 신앙을 안 하시고, 손자가 신앙하는 사람은 우선은 잘하는 것 같은데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대를 이어 신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 이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정말 그렇구나, 과연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내 나이가 얼마로 보이냐고 어려운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곤란한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우리 상급교회 수련회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엄마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는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별생각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내가 바라던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제 아이들이 크다 보니 수양회 학생들이 다 아들 같고, 딸 같아서 그냥 우리 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나이를 물었더니 엄마라고 답해주는 그 학생을 보고 내 마음을 알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강습생이 그만두려고 힘들다고 상담을 해 왔을 때 인연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놓고 이번 기수는 좋은 아이들이니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니 지금 강습을 보내야 한다고 하든지, 이번 기수는 말썽부리는 아이들이 많으니 지금은 강습을 보내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고 신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막상 보내고 싶어도 자신이 그때 그 사람들과 인연이 아니면 아무리 애를 써도 갈 수 없는 곳이며, 아무리 보내지 않으려고 해도 안 보내면 안 되는 일이 사방에서 벌어지니 안 보낼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게 강습입니다. 그렇게 같은 기수로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인연입니다. 그리고 이번 학생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키운 부모들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렇게 14일간 학생들과 즐겁게 지낸 시간 덕분에 올해를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 날에는 눈물이 조금 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총근행 때 오신 교회장님, 사모님들 모두 웬만한 교회 월차제보다도 낫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강습소 감사제도 그렇고 수양회 총근행도 그렇고 꼭 오셔서 보셔야 한다고 늘 권합니다. 수료식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생하며 열심히 연습한 모습을 교회분들이나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학생들도 보시는 분들도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렇게 수양회를 무사히 마쳤고, 이 학생들이 이 길의 용재로 자라나 오래오래 자주 만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제가 강습받을 때 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과 제가 강사, 부강사가 되어 수양회에 섰듯이 여러분들도 그렇게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덕분에 너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