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천리교 교회본부



cond="$

기타 연재

두레 7

 

종교(宗敎)의 신념체계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5

이병석(고성교회 2대 교회장)

. 조선시대

성리학은 조선조의 국가이념으로 수용되면서 또한 사회개혁의 원칙이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개혁에 대한 합리적 제도와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성리학은 불교세력에 대해서 처음부터 이론적인 체계를 통해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출발하였으나 종국에는 구도적 모티브와 개벽적 모티브를 상실함으로서 사회구조 속에 많은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비록 조선조의 개국이 전형적인 구도·개벽사상 위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그 모티브를 상실함으로서 사회계획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첫째 문제는 성리학적 합리론에 의해 구성된 사회조직은 신분계층을 더욱 고착시키고 엄격한 사회통제에서 비롯되는 강한 억압은 계층 간의 심리적 갈등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 계층마다 갖고 있는 심리적 감정적 억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구조적으로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기복사상은 모든 사람에게 억압된 감정이나 심리를 해소해 주는 돌파구인데도 그것이 봉쇄됨으로 인해서 사회조직은 더욱 경직되고 계층 간의 갈등은 심화되어 갔다. 성리학이 고유의 기복사상을 수용할 수 없었을 때 그들은 극단의 고전주의적 형식과 문화 보수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 문제는 고려조에 성리학이 지녔던 개벽사상의 모티브가 상실됨으로 해서 구도사상의 모티브만 작용하게 되어서 새 세상으로의 개벽은 불가능해지고 다만 문화내용의 고전적인 문예부흥만이 작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회개조의 개벽사상이 극히 약화된 가운데 일부 특수계층에 의해서 이루어진 문예부흥에 불과한 것이었다.

 

셋째 문제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시대에 사회변혁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또한, 외래의 서양문물이 소개됨으로서 문화와 사회적 충격이 더해졌다. 이때 실학운동(實學運動)이 대두되었다. 그동안 성리학의 지나친 구도적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역사의식을 통해서 사회전반에 개혁을 시도하였던 사상이 실학사상이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처음의 성리학이 지녔던 구도·개벽의 모티브를 다시 되찾고 역사의식에서 민중의 기복을 충족시켜주면서 실사구시와 후생복지의 구체적 제민사상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때에 기복·개벽형의 동학운동(東學運動)이 전개되었다.

 

. 근대의 서학

근대의 조선은 5세기 동안의 고전적 형식주의의 사상에 젖어있어서 새 시대를 대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상실하고 있었다. 실학사상은 중요한 개혁사상을 모티브로 갖고 있었으나 하나의 지성운동이었기 때문에 사회 속에 신봉집단이나 조직을 갖출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학운동은 성리학의 고전주의적 형식사회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민중의 기복적 욕구와 새 시대의 변혁에 대한 갈망을 크게 수용할 수는 있었으나 고전적이고 구도주의적인 교리체계의 발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운동이나 개혁운동에 깊이 참여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사상적 대안의 모색에 접근하지 못한 점이 있다.

기독교의 한국선교는 천주교를 필두로 하여 개신교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기독교의 선교는 처음부터 개혁의 의지를 선교의 매체로 삼았고, 종말론적 역사관과 서양문화의 근대적 우위성을 모태로 하여 출발하였다. 근대적 서양문화가 동양에 대해서 우위적이라는 편견은 우리의 역사를 잘못 이해하거나 오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우리의 사회제도, 관습, 인습, 교육, 의료, 정치제도의 근대화 작업에 깊이 참여하며 선교활동을 전개하였다. 유일신관과 신에 대한 절대적 의존의 신앙태도와 기복신앙과 더불어 종말론적 사상들은 기독교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관점으로 볼 때 문제점이 있다면 종교의 세 가지 신념유형 가운데 구도적 사상이 결여된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하나의 역사적인 종교가 고전적인 구도사상과 학술연구의 기능을 상실한다면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이든 기복사상과 개혁의지로만 사회적 기능을 다 한다면 마치 신학이 상실된 단순한 종교이념운동으로 전락하거나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 한국의 종교상황

현대 한국의 종교상황은 다종교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것은 종교의 다원주의(宗敎多元主義) 시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선사종교의 샤머니즘, 근대의 천도교를 비롯한 수많은 민족종교와 불교, 유교, 기독교와 같은 세계종교들이 공존하는 다종교상황이다. 이같이 수많은 종교들이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가 현재 한국문화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이 많은 다양한 종교들이 서로의 이질성을 관용으로 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조선시대에도 또 외국의 경우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교적 현상들이다. 다종교 상황에서는 여러 문제들이 파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각 종교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신념체계로부터 오는 상호대립의 마찰과 다양한 문화가치의 차이로부터 야기되는 혼돈으로 인하여 사회구심력 형성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서로 다른 종교들의 신념체계와 사상들을 이해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하고 나아가 종교 간의 조화 있는 유대관계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다종교 상황에서는 서로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이해와 관여하는 정신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관과 방법적 대안을 동시에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 결론

본문은 한국종교사상의 체계적이고 통시적인 통일된 이해를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 우선 방법론에 있어서는 3가지 신념유형의 단계를 분석하는 접근방법을 모색하였고 동시에 세계종교사에 나타난 여러 유형에서 이른바 종교사상의 역사적 유형(historical pattern)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종교신념체계의 이념적인 유형(Conceptual typology)들을 통해서 그 유형들의 사상적 특징들을 간단하게 논하였다. 끝으로 이러한 세 가지 신념유형들을 근거로 해서 한국종교사의 시대적 흐름을 관찰하고 조감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국종교와 한국의 고유전통종교에 대해서 다음의 몇 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한국종교는 단일종교전통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의 문화전통들이 서로 복합하고 습합(習合)해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세상의 어떤 종교도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하고 단일한 종교는 없다. 다양한 종교적인 정신세계와 문화가 서로 복합하고 습합하는 과정에서 종교는 더욱 지향적인 세계성과 보편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흔히 종교학에서는 종교에는 두 가지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종교의 정예전통(精銳傳統 - elite tradition)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 종교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중심교훈이나 메시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역사 속에서 그 종교의 독자적인 특성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또 하나는 대중전통(大衆傳統-popular tradition)이라고 부른다. 이 대중전통은 시대나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서 그 종교가 행하고 있는 의례·제도·조직·습관 등은 변화의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그 종교가 시대나 사회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는 종교의 역사적인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종교가 기복신앙의 형태를 많이 드러낸다고 해서 이것이 단일종교전통이라고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기복행위는 외면화된 보편적인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한 종교의 사상적 정예전통이라기보다는 여러 종교 전통들의 습합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고유 종교라는 개념은 여러 종교들의 습합현상으로 인식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교의 습합현상들은 여러 종교들의 상호 보완적인 교섭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세계종교에서 기복·구도·개벽사상이 모두 갖추어져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시대나 사회변화에 따라서 특정집단의 교파나 개인이 특별한 신념유형을 유지하려고 할 때 그 유형에 의해서 여러 종교전통의 사상내용이 수용되어서 습합사상이나 습합종교 현상들로 나타남을 보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신념유형들이 서로 상호 관계하는 내용에 따라서 시대적 종교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또, 습합현상의 규범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종교사를 통해 전체적인 사상의 흐름과, 한국민족의 정서와 투쟁과 애환의 역사를 동시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시대의 종교사상운동이나 개혁사상들이 특수한 시대와 사회적 정신경험에 따라서 다른 여러 종교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습합하며 형성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둘째, 각 시대의 사상적 특성은 종교적 기본 신념인 세 가지 유형의 신념들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하나의 종교사상은 기복·구도·개벽의 세 가지 사상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나 그 가운데 어느 하나가 강조되었을 때 그 강조된 사상의 동기에 따라 사상내용의 특성이 결정되기도 하고 시대정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한국종교를 통시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서 세 가지 요인의 삼각관계를 역사 속에서 이해할 수가 있었고 전체적인 사상의 흐름도 조감할 수 있었다.

 

셋째, 가장 이상적이고 원숙한 종교는 기복·구도·개벽의 세 가지 신념유형들이 서로 조화되고 보완하며 유지되었을 때 나타나는 종교현상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신념유형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염원의 기본적 유형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하나가 결여된다는 것은 그 종교사상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이며 이러한 조화를 잃은 종교집단은 부조화스러운 윤리적 행위와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사회태도를 보임으로서 극단의 분파주의나 분리주의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가지 기본신념유형의 원숙한 조화에 의해서 형성된 종교사상이야말로 모든 종교의 기본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우리 한국사에 나타나 있는 종교 사상들을 통일된 기준으로 비교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안목도 갖게 되었고 동시에 한국사상사에 대한 조그만 문화비평의 기틀도 마련해 줄 것이라 믿는다. ,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종교인들이 종교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기들의 종교적 삶을 어떻게 실존시켜야 되는 것인가를 숙고하리라 생각한다.

 

 

* 차원이 다른 깊이 있는 글로 우리들에게 다가오신 2대 회장님의 글을 일단 이것으로 마칩니다. 빠른 시일 안에 2대 회장님의 새로운 글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그 동안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번호 제목 날짜
27 [179년07월]교조님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3 - 김연수 2016.07.04
26 [179년06월]교조님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2 - 김연수 2016.06.05
25 [179년05월]교조님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1 - 김연수 2016.05.02
24 [179년04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6] 여러 창세신화 소개 - 전인수 2016.04.03
23 [179년03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5회]어버이신님의 수호 속에서 자유로운 인간 - 전인수 2016.03.09
22 [179년02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4회]으뜸인 리에서 보는 인간창조 - 전인수 2016.01.11
21 [178년12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3회]신화에서 보는 인간 창조 - 전인수 2015.12.01
20 [178년11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2회]창세신화와 비교하기 1 - 전인수 2015.11.01
19 [178년10월][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01회]연재를 시작하며 - 전인수 2015.10.03
18 [178년05월][구극의 가르침의 훌륭함 제3회]타종교와 비교를 통해서(3) - 이호열 역 2015.05.01
17 [178년04월][구극의 가르침의 훌륭함 제2회]타종교와 비교를 통해서(2) - 이호열 역 2015.03.30
16 [178년03월][구극의 가르침의 훌륭함 제1회] 타종교와 비교를 통해서(1) - 이호열 역 2015.03.04
» [176년12월][두레7]종교(宗敎)의 신념체계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5 - 이병석 2013.12.05
14 [176년11월][두레6]종교(宗敎)의 신념체계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4 - 이병석 2013.11.05
13 [176년10월][두레 5]종교(宗敎)의 신념체계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3 - 이병석 2013.10.07
12 [176년09월][두레4] 종교(宗敎)의 신념체계(信念体系)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2 - 이병석 2013.09.05
11 [176년08월][두레 3]종교(宗敎)의 신념체계(信念体系)의 내용(內容)과 기능(機能) - 이병석 2013.08.07
10 [176년07월][두레 2]단군신화(擅君神話)와 민족문화(民族文化)의 사상성(思想性) - 이병석 2013.07.11
9 [176년06월][두레 1]단군신화(擅君神話)와 민족문화(民族文化)의 사상성(思想性) - 이병석 2013.06.07
8 [175년08월][수훈 전하는 기쁨 6]스스로에게 묻기 - 김영진 201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