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교 고성교회

"고성" 통권 347호
입교187년(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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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연재

으뜸인 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창세신화와 비교하기 1

 

전인수(편집장, 진홍교회장)

 

3. 신화에서 그려지는 세계와 인간 창조

 

창세신화들이 상상하는 태초의 모습

교전 제3장 으뜸인 리에서 첫 부분은

태초에 이 세상은 진흙바다였다. 월일 어버이신님은 이 혼돈한 모양을 무미하게 여기시어, 인간을 만들어서 그들이 즐거운 삶을 누리는 것을 보고 함께 즐기려고 생각하셨다.

라고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으뜸인 리에서는 진흙바다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이 진흙바다의 세상은 혼돈한 세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혼돈(混沌)의 뜻을 찾아보면, ‘1.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또는 그런 상태 2. 하늘과 땅이 아직 나누어지기 전의 상태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태초의 세상은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상의 창세신화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의 세상, 혼돈의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화에서 세상이 만들어지는 순서는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는 혼돈의 상태에서 먼저 하늘과 땅의 구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면 세상은 온통 물뿐이었다고 말한다. 물뿐인 세상은 바다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혼돈의 상태든, 바다뿐이던 여기에 하늘과 땅의 구분이 생기고, 바다에서 흙이 솟아나 육지가 만들어지는 것에서 이 세상이 창조하게 되었다는 것이 창세 신화들의 공통점이다.

창세신화 중 대표적인 것으로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는데, 여기에는 최초의 공간은 하늘, , 바다가 구분 없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혼동(카오스)의 상태였는데, 이후 가장 가벼운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다소 무거운 것은 바닥으로 내려와 땅이 되고, 가장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아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또 중국은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여러 창세신화가 있는데, 그 중 유명한 신화 중 하나로 반고신화가 있다. 여기서는 하늘과 땅이 만들어지기 전 우주는 혼동이었다. 그것은 마치 달걀과 같았다. 처음 알에서 생겨난 존재는 반고였다. 반고는 18000년간 잠을 자다가 깨어났다. 그러나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반고가 암흑을 내려치자 달걀이 깨지면서 천지가 개벽했다. 양기와 맑은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음기와 탁한 기운은 내려와 땅이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고유의 신화들이 많이 사라져 기록으로 남아있는 창세신화들이 많이 없다. 그나마 무당들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 제주도무가인 천지왕본풀이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은 혼돈이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있는 한 덩어리의 암흑이었다. 그러다 개벽의 기운이 감돌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점점 벌어져 하늘과 땅으로 나뉘었다.’

고 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창세신화들이 혼돈의 상태에서 하늘과 땅의 구분에서 이 세상이 시작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태초에 이 세상은 물뿐이었다고 표현한 신화로서는 대표적인 것이 이집트 신화가 있는데, 고대 이집트인은 하늘과 땅,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 거대한 물 덩어리에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또 우랄 산맥 서쪽 볼가 강 유역에 사는 타타르족이나 몽골의 브리야트족 신화도 태초의 세상이 물뿐이었다고 말한다.

 

신화 = 상상력 + 지혜 + 논리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과학에서 바라보는 태초의 우주의 모습이 마구 뒤섞여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혼돈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 지구의 모습이 바다만 있고, 육지는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과학으로 밝히는 생명 탄생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결론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고, 그 시대에 생명 탄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학으로는 생명탄생의 비밀을 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과학과는 동떨어진 신화의 세계에서는 태초 우주의 모습과 지구의 모습을 너무나 당연한 듯 혼돈과 물뿐인 세상이었다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과학이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쳐나가고, 그것을 다시 검증하는 방식인데 반해, 신화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상상력에 후시대 사람들의 상상력이 보태어지며 첨가될 것은 첨가되고, 뺄 것은 빼는 형태로 검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둘 다 그 시작은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어느 정도 검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이 지금 현재 우리들의 지식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검증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면, 신화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여러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검증을 통해 빠질 것은 빠지고 하면서 다듬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초에 이 세상은 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신화의 탄생은 우리들이 처음 엄마의 뱃속에서 있을 때 양수 속에서 자라나게 된다는 것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엄마의 뱃속에서 우리를 지켜준 것은 물이고, 이 물속에서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태초에도 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 생명이 자라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력을 펼쳐나가게 되는 것이다.

태초는 혼돈의 세상이었다고 하는 것 역시 최초의 세상은 어떤 모습 이였을까?’를 계속 상상하게 되고, 새를 보니 알에서 태어나던데, 태초의 모습 역시 알의 상태가 아니었을까? ‘알의 상태는 어떠할까?’ 하며 알을 깨보니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 있는 모습(우리가 계란 깨는 것을 상상해보자. 어느 정도 숙련되어 있다면 노른자가 형태를 유지한 모습으로 깰 수 있지만, 처음에는 힘조절을 잘못해 흰자와 노른자, 껍질이 뒤섞인 형태로 깨었을 것이다.)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 태초는 이렇게 모든 것이 뒤섞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고 태초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상상력들이 덧보태어지고, 그 중 실현 가능성이 없는 상상력들은 하나씩 걸러지면서 현재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신화의 모습으로 차츰차츰 구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러한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이 세상은 물로 이루어졌다는 신화는 인간은 양수 속에서 생명이 시작된다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냥 무턱대고 상상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것 또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듣고, 여기에 상상력을 보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신화들이 있다. 지금 현대에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을 묻고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파보았을 때 흙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신화는 하나의 맥락과 논리를 갖춘 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신화는 그것을 말하고 전승하고 기록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녹아 있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바로 그 때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느냐와 다르지 않다.

옛사람들은 어떤 사물을 그 사물 자체로만 보지 않았다. 그 사물의 성질이나 그 사물에서 비롯되는 현상들에서 발견한 이치를 본 것이다. “맹자” ‘고자편에 맹자와 고자의 물싸음이 전해진다. 두 사람은 물을 가지고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다. 반면 고자는 사람의 본성에는 선함도 악함도 없다는 성무선악(性無善惡)의 인성론을 주장했다. 맹자와 고자는 다양한 사물과 이치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가 급기야 물을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 고자가 말한다.

사람의 본성은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다. 물길을 동쪽으로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사람의 본성에 선()과 불선(不善)의 구분이 없음은 마치 물에 동서의 구분이 없는 것과 같다.”

소용돌이치는 물이란 방향을 정하지 않고 한군데에 있는 물이다. 물길을 어디로 터주느냐에 따라 흐르는 방향이 달라진다. 고자는 사람의 인성도 물과 같다고 주장했다. 물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처럼 사람의 본성에도 선악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자 맹자가 또 다른 물의 속성을 들어 반박한다.

물에는 정말 동서의 구분이 없지만 상하에 대한 구분조차 없는가? 사람의 본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으니 사람으로서 선하지 않은 자가 없고 물로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제 물을 쳐서 튀어 오르게 하면 이마를 넘어가게 할 수 있을 것이요, 아래를 막아 역류하게 하면 산에까지 미치겠지만, 어찌 이것이 물의 본성이겠는가?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선하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맹자는 물에 방향의 구분은 없을지 모르지만 상하의 구분은 분명이 있다고 말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이치다. 사람이 선한 것도 이치다. 외부의 힘에 의해 잠시 역류할 수 있지만 그것은 본성이 아니다. 때문에 맹자는 사람이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한다.

맹자는 그 예로 우물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이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찰나,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조마조마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아이를 구하려 한다.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아이의 부모가 부자라서 도움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이웃들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다. 맹자는 아이를 구하려 하고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했다.

여기서 고자와 맹자는 물질로서의 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의 성질, 물의 현상에서 발견한 이치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물에서 세상의 이치를 발견한 사상가들이 이 둘뿐만이 아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물질을 물질 자체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성질, 현상을 통한 이치를 보려고 노력했고, 겉모습보다는 근본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신화에 담겨 있는 것이다.

신화는 단순히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한 사람의 이야기도 아니고, 막연하게 상상력을 펼친 결과도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옛사람들의 지혜와 인식이 담긴 논리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아울러 지금의 과학과 마찬가지로 사물에 대한 근본 이치를 보려고 한 옛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 세상 태초의 모습

으뜸인 리는 다른 창세신화들에 비하면 훨씬 뒤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버이신님의 지혜와 인식이 담겨 있고, 그것을 우리들에게 알기 쉽게 알려주고자 하신 교조님의 상상력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버이신님은 이 세상을 창조해주신 신이시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여러 신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태초의 모습을 비슷하게 상상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력은 어버이신님이 으뜸인 리를 통해 우리들에게 가르쳐주신 바와 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 태초의 모습은 진흙바다의 혼돈한 세상이었다고 믿어도 되지 않을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임병희 저 인문라이더를 위한 상상력 사전 2014

장재서 저 세계 창조와 인간의 탄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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